인지의 즐거움012
흔하면서도 귀해진 토속경관, 돌담
전남지방의 돌담1
김희태
돌담, 아마도 가장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특징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 돌담일게다. 돌이라는 재료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면 울을 치기 마련이고, 그러니 어디서든 볼 수 있어 보편성을 지닌다 하겠다. 그러면서도 공간과 건축 구조물에 따라 모양과 규모가 다르고 쌓는 방법이 다르고, 특히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 특수성이라 하겠다. 이제 전남 지방을 중심으로 돌담 현장을 찾아 보자.
담은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하여 흙, 돌,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건축구조물을 말한다. 일반적인 정의이다. 울, 울타리, 담장, 도장(堵牆), 울담, 장리(牆籬), 장옥(牆屋), 장원(牆垣)으로 쓴다. 주택이나 궁궐, 관아, 문묘, 사당, 사찰 등의 건축물 구성요소로서도 중요하지만, 도시와 마을과 공간의 울로서도 여러 기능이 있다. 이처럼 담장은 국가의 시설물로서, 도시나 마을의 경계로서, 개인집이나 적거지 등 주거지문화 공간의 구성물로서 때로는 경계를 가르기도 하고, 때로는 생활 경관으로서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
특히 돌담[石墻]은 크고 작은 막돌들을 허튼층쌓기로 쌓기도 하고, 네모 반듯한 돌들을 바른층쌓기로 쌓기도 한다. 농촌이나 어촌의 주택에서 허튼층쌓기를 한다면, 중상류 주택이나 규모 있는 건물은 바른층쌓기를 한다. 그런가 하면 진흙·지푸라기·석회를 섞어서 쌓으면서 중간 중간에 잔돌들을 넣는 토담[土墻]도 있다.
이에 대한 연구도 있어 왔지만, 근래 들어서는 ‘옛 담장‘이라는 명칭으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면서 보존과 활용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더해져 가고 있다. 마을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세대를 이어가며 만들고 덧붙인 우리 민족의 미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토속미를 지닌 문화유산이라는 점에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2006년에 경남 고성(固城) 학동(鶴洞)마을 옛 담장이 등록문화재 제258호로 등록된 이래 2007년까지 17개소가 등록(<자료 1> 참고)되었다. 이 가운데 전남지역은 7개소가 등록되었다.
<표 1> 전남지방의 옛 담장 등록문화재
명칭 | 등록일 | 소재지 | 구조특징 | 역사 배경 |
강진 병영마을 옛 담장 | 등록문화재 264호 2006.06.19 | 강진군 병영면 지로리 291-1 | 토석담, 빗살무늬 형식 | 전라병영성, 표류인 하멜 |
담양 창평 삼지천 마을 옛 담장 | 등록문화재 265호 2006.06.19 | 담양군 창평면 삼천리 82-1 | 토석담 | 창편현 읍터 |
청산도 상서마을 옛 담장 | 등록문화재 279호 2006.12.04 | 완도군 청산면상동리 280-1 | 돌담 | 어촌마을 |
흑산도 사리마을 옛 담장 | 등록문화재 282호 2006.12.04 | 신안군 흑산면 사리 12외 232 | 돌담 | 어촌마을, 유배인 |
비금도 내촌마을 옛 담장 | 등록문화재 283호 2006.12.04 | 신안군 비금면 내월리 279-1 | 돌담 | 어촌마을, 우실 |
여수 사도 추도마을 옛담장 | 등록문화재 367호 2007.11.30 | 여수시 화정면 낭도리 180 | 돌담 | 어촌마을 |
영암 죽정마을 옛담장 | 등록문화재 368호 2007.11.30 | 영암군 군서면 도갑리 188 | 돌담 | 전통마을 |
지역마다, 시대마다 담장이 있고, 기능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딱히 기능을 구분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인간과 공간과 시간이 함께 어울어진 속에서 생활과 문화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어울려 살기 때문에 문화를 형성하고 그것은 지역 마다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담장을 중심으로 지역을 탐방해 보는 것도 향토를 이해하는데 한 방편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지니고 전남의 돌담, 돌담길, 그 속에 깃든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을 찾아본다.
여수 추도 돌담, 2007.07.18
* 김희태, 전남지방의 돌담, <전남의 민속문화>, 국립민속박물관, 2011, 164~2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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