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094 - 1946년의 삼일절 기념식 – 장흥

향토학인 2017. 3. 2. 12:54

인지의 즐거움094

 

1946년의 삼일절 기념식 장흥

 

김희태

 

 


1946년 삼일절 기념식(청재 강수의선생 촬영, 1946.3.1, 장흥읍 장흥초등학교)

사진을 업()으로 삼았던 청재선생은 행사(行事)만 있다 하면 무턱대고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서 사진을 찍었다. 65년이 지난 오늘날 보면 장흥의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다. 멀리 억불산과 남산공원, 가까이 농협창고 건물도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좌우익의 갈등이 심하지 않았던지 인민위원회 깃발도 보인다.

 


2011년에 731블로그 향토학통신에 올린 사진과 그 설명이다. 이 사진은 1995년 간행된 <사진으로 보는 장흥 100년사>(장흥군·장흥문화원)의 표지사진으로도 반쪽(오른쪽 부분)이 실렸다. 그런데 그 사진은 반전이 되어 실렸다. 말하자면 좌우가 바뀐 셈이다. 귀한 사진인지라 누가 탓을 않고 넘어가긴 했지만, 편집위원으로 주관을 했던 터라 늘 아쉬운 점이었다. 언젠가는 그 사진의 역사현장을 자세히 읽어 보리라 뜻은 있었지만 부지하세월이 되가고 있다. 이제는 그 사진을 직접 찍으신 어르신, 청재 강수의선생(1917~2011) 마저도 이승을 떠나신지 오래다. 우선 사진을 다시 올려 두고 하나씩 읽어 가보려 한다.

 

먼저, 사진을 찍은 해인 1946, 광복 이듬해의 청재선생 행장 내용이다.

 

1946

31일 선생이 남긴 역사의 한 장면인 지금의 장흥초등학교 교정에서 열린 3.1절 독립운동 기념식 모습은 당시의 시대상황과 선생의 활동을 잘 보여준다.


이후 군소단체원들의 노선이 정치적인 성향으로 바뀌어 간다. 59일에는 이승만이 장흥에 내려와 연설을 하고, 76일에는 이범석이 민족청년단 장흥군단 결성식에 내려와 격려하는가 하면 송주현을 단장으로 하는 방공단이 발족하는 등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이념대립이 깊어지기 시작한다.


선생은 일제 때부터 고등계 형사가 책을 압수해다 놓은 막스의 경제론과 같은 책을 읽을 수 있어 읽었고 새로운 문화사상의 사조로서 지식인들로부터 각광을 받던 학문이었기 흥미롭고 신선한 것들이었다. 때문에 당시 선생의 성향은 민족주의적 사회주의자였다고 스스로의 성향을 말했다. (양기수, 극적인 삶을 살아오신 현대사의 주역, 청재공[靑齋公], <향토학 백년 현장에서>-靑齋 姜守義先生 鄕土學文集-, 2009. 388)

 

다음으로는 이 사진에 대한 강청재선생의 기억이다. 1995324일 녹취한 자료이다. 그 때 계획은 녹취한 자료를 토대로 사진을 자세히 읽어보면서 해설을 쓰려 했다. ‘사진 향토지’.


<사진으로 보는 장흥 100년사>는 강수의선생의 평생 찍은 사진을 모은 것이다. 몇 사진은 예외가 있긴 하지만. 그때 책자 편찬과정에서 임시편집한 가본을 만들어 사진 하나하나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고자 설명을 들으면서 녹취했던 것. 녹취한 이는 송태갑군(목포대 사학과).


그때 생각으로는 녹취한 자료를 풀어서 사진설명으로 하고 보다 더 자세한 정리를 하여 구술자료집으로도 간행한다는데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녹취 내용도 다 섞지 못하고 간략한 설명을 적어 책자는 간행되었다. 몇번이고 더 녹취하려 했건만. 이제라도 그 녹취록 가운데 사진에 해당하는 부분을 옮겨둔다.

 

: 기념식을 참 굉장허니 뜻있게 했어요. 인민공화국기 있는가요 모다 요. 좌익, 우익 아무 거시기 없이 행사를 했어요

: 이때 누가 사회를 보았다거나 하는 것 생각나시는지요

: 기억에 안나. 그러나 모다 주로 그때는 국민회라고 허는 것이 있어 '국민회' 국민회에서 모다 나서서 국민회도 있고 인민위원회도 있고 모다 그래 가지고도 있어

: 그러면 이 단체들 간에 갈등을 없었습니까 ?

: 안 싸워

: 제가 보기는 전남의 다른 지방을 보더라도 48년 이전을 놓고 보면 굉장히 갈등이 심했다고 여겨지는데 장흥도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어떠했습니까 ?

: 그런 것은 없어

: 그러면 선생님께서 활동하시던 단체는?

: 나야 뭐, 인자 우리 마음은 그저 신탁통치지지, 말허자먼 좌익파지 그때. 가찹지.

: 선생님께서 직접 찍으신 것입니까 ?

: 엉 직접 찍은 것이지.

* : 청재 강수의선생, : 송태갑


'거시기'란 말도 나오고 '가찹다(가깝다)'라는 표현도 보인다. 누구에게나 정감있던 청재선생이 그립고 또 그립다. 이제 사진으로 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