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369 - 희경루를 찾은 이들과 그들이 남긴 자취

향토학인 2024. 10. 16. 10:56

인지의 즐거움369
( 《온빛》 제2호)
 

희경루를 찾은 이들과 그들이 남긴 자취
-외형 복원된 희경루, 관련 기록과 깃든 정신 찾고 이어가는 일이 과제-

 
김희태

 
희경루, 외형의 건조물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깃든 정신과 문화도 읽어 내고 이어가야 한다. 희경루를 찾은 사람들을 살펴본다.
 
보한재 신숙주(1417~1475)의 희경루기. 1451년 12월의 기록이다. 그해 여름, 향인(鄕人)이 모여 1430년(세종 12)에 무진군으로 강등된 읍격을 광주목으로 복호하여 오랜 억울함을 풀어 보자는 논의를 한다. 순성군 이개(?~1462), 전 중추 이맹진(1374∼1456), 전흥(1376~1457), 우참찬 안숭선(1392년~1452), 이조판서 권맹손(1390~1456), 인순부윤 김청(?~1462), 전 동지중추원사 유맹문, 예문 제학 이선제(1390~1453)이다. 고을의 부로와 관리가 함께 상소하였고 왕의 특명으로 복호된다. 짓고 있던 누를 부로들이 희경루(喜慶樓)라 이름지어 온 고을 사람들이 함께 기뻐하고 서로 축하하자고 태수에게 청한다.
 
기문에 유관(遊觀)도 말했지만, 관영 누정이라 향인과 관인들이 함께하고 정사를 논의했다. 건립 전후 9명의 인명이 보인다. 무진군사에서 광주목사로 승진한 안철석,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희경루 기문에는 대표로 기록된 이선제, 이 책의 광주 인물조에 기록된 김청이 찾았을 것이다. 신숙주도 기문의 경관 설명을 보자면 둘러 보았을 것 같다. 신숙주는 향적(鄕籍)에 올라 있어 기를 지었다고 했는데. 1621년 중수한 광주향안에 올라있다.
 
이석형(1415~1477) 관찰사는 ‘희경루운에 차운하다[次光州喜慶樓韻]’라는 시에서 “옛 이름 오늘에 다시 찾았으니 새 누정 온 고을 에워싸는구나[古號復今日 新樓鎭一鄕]”라 읊었다. 관찰사 이석형과 도사 조매, 광주목사 송휴명은 1456년(세조 2) 2월『역대병요(歷代兵要)』를 광주목에서 간행한다. 『역대병요』는 세종의 명으로 정인지 이석형 등이 중국 상고로부터 조선 태조가 여진의 바투를 격파하는데까지 전쟁 자료 262개 항목을 모은 병서이다. 문종 때 1451년 완성되고 1456년 광주목에서 간행할 무렵 관찰사로서 순행길에 희경루에 오른 것이리라.  
 
순행은 관리들의 포폄(褒貶), 근무성적 평정과 관계가 있다. 유희춘 관찰사의 희경루 포폄 정사 기록이 『미암일기』에 있다. 1571년(선조 4) 7월 28일, 관찰사, 병사, 좌수사, 우수사가 모여 수령과 첨사, 만호의 포폄을 한다.
 
유희춘이 포폄을 했던 희경루는 15348월에 중건한 누각이다. 1533(중종 28) 불에 타서 목사 신한(1482∼1543)이 향대부와 선비들이 의논하여 새로 짓는다. 신한은 신숙주의 후손이다. 기문은 신한목사와 동방인 어촌 심언광(1487~1540)이 정만종(?~1549)의 청으로 지었다.
 
1567(명종 22)에는 방회가 열린다. 1546년(명종1) 증광시 문과 동기생 광주목사 최응룡(장원, 1514~1580), 전라도관찰 강섬(1516~?), 전 승문원 정자 임복(1521~1576)가 20년만에 모인 것. 전라도병마우후 유극공, 전 낙안군수 남효용도 함께 한다. 방회 현장과 희경루 경관을 그린 방회도가 국가 보물이다.
 
희경루는 문사들이 드나들며 시문을 남긴다. 성임(1421~1484), 김종직(1431~1492), 허종(1434~1494), 유순(1441~1517), 소세양(1486~1562), 송순(1493~1582), 송인수(1499~1547, 임억령(1496~1568), 백광훈(1537~1582), 정철(1536~1593), 신응시(1532~1585), 임제(1549~1587), 이순인(1533~1592), 권벽(1520~1593), 김상용(1561~1637), 조팽년(1549~1612) 등이다. 관찰사나 병사 등 관인들은 교화, 지역출신 선비들은 인정을 노래했다.
 
희경루 관련하여 상소문이나 향적 등도 찾아야 하고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자료와 이야기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 깃든 정신과 문화를 이어가야 하고 의례와 정사는 현 세대에 맞게 재현하고 복원해야 할 것이다.
 
*한국학호남진흥원, 《온빛》 제2호, 2024.

희경루에 열린 2024 광주 사직단오제(2024.06.08.) - 광주광역시나 각 구청에서는 시민대상 정례적인 행사 공간으로 활용하고, 민간에도 개방하여 누구나 찾아들어 함께 기뻐하고 서로 축하[咸喜相慶]하는 문화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희경루 방회도(1567년, 동국대도서관 소장, 보물)의 희경루 경관

희경루 준공식(2023.09.20., 사진 광주광역시)

역대병요(歷代兵要)(규장각 奎貴5070) 간행질과 간기 - 1456년 2월 광주목(목사 송휴명)에서 간행할 때 전라도관찰사 이석형은 희경루에 올라 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