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368
대동문화연구회 익산권 문화유산 답사기, 1998
-<대동문화 30년사> 출판 관련 자료를 찾습니다-
김희태
1998년 3월 22일 익산지역으로 대동문화연구회의 일곱번째 문화유산답사를 다녀왔다. 전남도청의 문화유산답사동호인회와 공동으로 실시했다. 130명이 참여했다.
광주를 출발하여 백제왕궁으로 알려진 왕궁터와 그 가운데 자리한 백제계의 왕궁리 탑이 첫 답사지였다. 왕궁터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몇년째 발굴하고 있는데 평지성으로서 다양한 유물이 발굴되었다. 5층석탑은 멀리서 보면 날렵한데 가까이서 보면 온 천하를 위압하는 듯한 장중함이 있다. 백제인의 기술과 평야속에 깃든 넉넉한 심성이 그속에 배어 있는듯 돌로 만든 것 같지 않게 곳곳에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멀리 지나치면서 동고도리의 돌부처님 두분께 배례했다. 고려시대에 민초들의 염원과 곁들여진 것으로 설명되어지지만, 그 ‘염원’속에는 몽고의 압제와 삼별초 항쟁, 백제 부흥운동, 무신집권기의 삭막함 등을 극복하려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어 미륵사지에 도착했다. 동양 최대의 절터로서 최근에 전시관까지 건립하여 볼거리가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대형 석탑인 미륵사 서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는 탑이다. 받침 기둥이며 귀기둥, 지붕돌의 반전 등. 지금은 정밀실측을 하기 위한 조사를 진행중에 있다. 전시관은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설명책자(도록)가 만들어졌다는 말만 들었지 구해 볼 수 없어 안타까웠다.
늦은 점심으로 시장기를 때우고 석왕동의 쌍릉을 거쳤다. 백제의 무왕과 그의 부인인 선화비의 무덤으로 전해지는 곳이다.
삼기면 연동리 석불사 대웅전에 봉안되어 있는 백제 석불을 뵙고 여산면 원수리 진사동의 가람 이병기 생가를 들렸다. 이름하여 ‘守愚齋’. 자신을 낮추는 것이 우리 전래의 예절이건만 가람선생의 ‘愚’는 답사객들의 근본적인 ‘愚’와는 분명 다르리라.
끝으로 금마면 동고도리 천마동의 조통달선생 판소리전수관을 들렸다. 익산출신으로 준인간문화재인 조선생은 전남도립남도국악단 상임지휘자로 7년을 봉직한 뒤 작년에 고향에 터를 잡았다. 많은 사람이 방문했겠지만 광주에서 130여명이 왔다는 말 한마디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특강을 해 주셨다. 이번 답사의 압권이라 할만하였다. 대학생은 물론 나이든 언니 답사객까지 체면불구하고 싸인을 받으려 했으니.......
이번 답사는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그 첫째가 우리문화에 대한 넘치는 의욕이었다. 사실 준비단계에서 고민은 “IMF체제"라는 사회분위기와 연관하여 과연 그전처럼 답사 열기가 살아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당일 아침 예정보다 50여명이 많은 130여명이 몰려들어 버스 1대를 새로 마련해야 했다. 사전 연락하지 않고 찾아든 답사객들이었지만, 출발이 약간 늦었을 뿐 상쾌한 출발이었다.
답사현장에서 열성적으로 설명해 준 임홍락선생도 인상적이었다. 현직 교사이면서 익산고적선양회와 한국향토사전국협의회 활동을 하고 있어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의 만남은 또 다른 새로움이었다. 자기 지역을 알고 가꾸고 지키려는 이들이 많아 질수록 우리의 향토문화는 올바르게 보존되고 전승될 수 있으리라.
안동주교수님의 ‘가람 이병기 시조문학’, 우석대 김영민 교수님의 ‘익산의 민속과 기세배’에 대한 특강 역시 우리답사를 더욱 알차게 해 주었다.
답사일정의 마지막에 들른 조통달 판소리연구소에서의 감동도 두고 두고 간직될 것이다. 국창으로 이름날리고 있는 조통달선생이 소리를 직접해 가면서 ‘동편제’ ‘서편제’를 구분해 주고 여섯바탕의 특징과 소리에 대한 열강을 들으면서 밤새도록 함께 하고픈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나 ‘휘모리’ 가락처럼 날으는 듯 가뿐한 발걸음이었다.(1998.03.22.)
* 이 글은 대동문화연구회 제7차 답사(정기답사)를 마치고 답사 후기로 쓴 글입니다. 저장된 컴퓨터 자료에는 <대동문화연구회보>에 실린 것처럼 표기되어 있는데, 실제 실린 지면과 당시 현장 답사 사진 등을 찾고 있습니다. 이를 찾는 이유는 <대동문화 30년사> 출판 자료 수집과정입니다.
*대동문화연구회로 출발한 대동문화재단은 1995년 5월 창립하여 6월 6일 첫 답사를 한 이래 1천여회가 넘는 국내외 답사를 해 왔습니다. 내년 2025년 30주년을 맞아 <대동문화 30년사> 편찬, 기념공연, 전시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초창기 회원과 시민들의 열성적인 참여로 전국 유수의 민간단체로 우뚝섰습니다. 사진 한 장, 글 한줄이 귀중한 <대동문화> 30년의 사료가 됩니다. 초창기 답사 일정을 소개합니다. 당시는 ‘필름카메라’ 시절이라 더더욱 자료가 귀합니다. 사진이나 자료를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접수처 : ddmh95@daum.net(대동문화) kht1215@hanmail.net(김희태)
○제1차 답사 : 담양 가사문화권 및 승주[순천]·화순지역 (1996.06.06, 53명 참석)
-송강정·면앙정·식영정·소쇄원·화벽당·선암사·낙안읍성·고인돌공원
○제2차 답사 : 강진·해남지역 (1995.10.03, 90명)
-다산초당·월남사지·무위사·고려청자도요지·영랑생가·옥봉 백광훈 서실·나주 반남고분군
○제3차 답사 : 진도지역(1996.06.06, 45명)
-전라우수영성·명량대첩비·용장산성·벽파진·삼별초 항쟁 유적지·남진미술관·남도석성
○제4차 답사 : 영광· 고창지역(1996.10.03, 43명)
-강항선생 내산서원·고창읍성·신재효 고택과 판소리·무장객사·동학혁명 유적시 일대·손룡정사(장성)
○제5차 답사 : 부여지역(1997.06.06, 135명)
-정림사지와 5층석탑·국립부역박물관·능산리 고분군·궁남지·부소산성 및 낙화암·고란사
○제6차 답사 : 공주지역(1997.10.03, 111명)
-공주산성·송산리고분과 무녕왕릉·국립공주박물관·곰나루와 사당·우금치 동학유적지·논산개태사
○제7차 답사 : 익산지역(1998.03.22, 130명)
-왕궁평성과 오층탑·동고도리 석불·무왕쌍릉·미륵사지와 석탑·연동리 석불좌상·가람 이병기 생가·명창 조통달 전수관
대동문화재단은 1995년 5월 대동문화연구회로 창립되었다. 2025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대동문화 30년사 발간을 준비중이다. 초창기 자료의 제보를 기대한다. 기억이 담긴 글 한줄, 사진 한장 등등.
'인지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지의 즐거움370 - 재사당 이원선생의 입명비(立命碑)와 적거유허비(謫居遺墟碑), 나주 복암 (1) | 2024.10.23 |
---|---|
인지의 즐거움369 - 희경루를 찾은 이들과 그들이 남긴 자취 (4) | 2024.10.16 |
인지의 즐거움366 - 백제국 강남(江南) 달나산(達拏山)과 월출산 (2) | 2024.10.12 |
인지의 즐거움365 - 《증보역주 경회집》 발간에 부치는 글-근대기 강진 유학자 경회 김영근(1865~1934)선생 문집 전5권- (1) | 2024.10.07 |
인지의 즐거움364 - 예로부터 나한도량으로 유명한 화방사의 나한상 일괄, 국가유산 지정 (1) | 2024.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