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047 - 옛 전남도청 회의실 설계도, 지도로 보는 광주기획전

향토학인 2016. 6. 2. 21:54

인지의 즐거움047

  (20141201)

 

옛 전남도청 회의실 설계도 - 지도로 보는 광주기획전

 

김희태

 

   2015년 11월 11일, 1년 뒤 이맘 때 쯤이다. 광주 소재 전남도청이 무안 남악신도시로 이전지 10주년 되는 해이다. 우리는 보통 일정 시기의 '기념주년'에 대한 인식이 강하다. 그것들도 1년, 2년, 10년 이렇게 켜켜이 쌓여 간다.

 

   “광주가 공동화 될 것”, “새로운 자리 잡으려면 부지하세월”이라는 등의 쑥덕공론이 있었지만, 그 10년 되는 날에는 광주와 전남, 전남과 광주가 공동으로 무언가 했으면 싶다.

 

   옛 전라남도청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 건물은 1930년대에 지은 집이다. 특히 회의실은 일본시기에는 드물게 한국인 건축가 김순하(1901∼1966)선생*1)이 설계를 한 건물로 광주광역시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었다.*2)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당시 도청회의실 건물의 설계도 원본이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도면은 1930년경 한국인 건축가 김순하가 설계한 평면도, 단면도, 입면도 등으로 현대건축 도면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것이다. 일본시대 지방 최초의 설계도면일 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건축을 조영할 때 우리 선조들이 설계도면을 사용했는지 확실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의미가 대단히 큰 작품이라 평가받고 있다.

 

   일본시기 많은 건물들이 지어졌지만 당시 설계도까지 원본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는 드물다. 더욱이 건물도 원형 그대로 있고 설계도마저 있으니 금상첨화라 할까.

 

   “옛 전라남도청회의실” 건물은 광주 유형문화재로 제6호로 1981년 지정되었고 “전라남도도청 회의실 신축 설계도” 또한 광주 유형문화재 제24호로 1997년 지정되었다.

    

옛 전라남도청 회의실 앞 전경과 내부(문화재청 사진)

전라남도청 회의실 신축설계도(문화재청 사진)

광주민속박물관 “지도로 보는 광주” 특별기획전(2014.10.2~11.9)에 전시된 전남도청 회의실 설계도.(11.9 사진)

 

   그런데 전남도청 이전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당사자들 사이에 고민이 생겼다. “회의실” 건물은 부동산 문화재이기 때문에 소유권만 변경 되는 것이다. 땅과 건물의 소유주가 다를 수는 있어도 소유자 변경신고 절차만으로 문화재 법규에는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동산문화재인 “전라남도청회의실 신축설계도”는 광주에 소재했기 때문에 이미 광주광역시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그렇다 해도 소유자는 “전라남도”였다.

 

   전남도청을 이전하면서 재산관리부서(회계과)의 서고에 있던 “회의실설계도”는 당연히 도청을 따라 전남 무안 남악 신도청으로 옮겼다. 이전해서 보존을 잘하면 되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할 수도 있지만 법과 현실사이에서는 분명 괴리가 있다. 광주광역시 지정문화재임으로 광주 구역을 벗어나면 원칙적으로 안 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설사 벗어나더라도 절차를 거쳐 반출허가를 밭아야한다. 그것도 전시나 수리 등의 경우로 한정된다.

 

   그렇다면 불법반출이 된 셈이 되어버렸다. 소유자가 소재지 변동이 있어 그대로 갖고 갔는데 따지고 보니 문화재 법규 위반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절차대로 한다면 광주광역시 정문화재를 해제하고 다시 전라남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전라남도 문화재로 지정 절차를 거쳐야 했던 것이다.

 

   여기에 서로 간 고민이 많았다. 도청의 재산관리 부서에서 문화재관리부서에 문의, 상의였고 문화재부서에서는 광주이관을 제안하였다. 전남도청 소유는 맞지만 광주에 소재한 전남도청회의실의 설계도로서 전남도청에 있기 보다는 광주권에 있는 것이 문화재 원형지라는 문화재 법규에도 충실할 뿐 아니라 관리나 활용차원에서도 좋을 수밖에 없었다. 재산관리부서에서는 주저주저하고 광주광역시 쪽에서는 몇차례 이관을 요청하던차, 결국 광주 이관은 성사되었다. 광주시에서는 광주민속박물관에서 보관토록했다.

 

   박물관의 기본 기능은 자료의 수집, 보존, 관리, 활용이다. 모두가 성과를 얻는 상생의 과, 현재에서도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2014년 10월 2일부터 11월 9일까지 “옛 지도로 는 광주전” 기획전시*3)에 ‘전남도청회의실 설계도'도 전시되어 광주시민, 전남도민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것도 상생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주석

1) 김순하에 대해서는 <근현대의 형성과 지역 엘리트>(정근식 외, 새길, 1995) 240~245쪽 참조

2) 옛 전남도청 연혁에 대해서는 “구 전라남도청의 연혁변천”(<향토문화> 제2집, 향토문화개발협의회, 2005, 84쪽~99쪽), 건축에 대해서는 <광주건축 100년>(천득염, 전남대학교 출판부, 2006) 참조

3) 광주시립민속박물관, <옛 지도로 본 광주>-기획전시도록-, 2014

 

※ 김준, 김희태, "광주, 전남, 호남의 상생, 상생의 문화 -지역문화의 융성과 지역발전(3)-", <생명전남> 제83호, 전남발전연구원, 2014.12. 40~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