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 321 - ‘자생 초화류(草花類)를 심는 행위’-경미한 문화재수리와 이를 통한 활용-

향토학인 2023. 12. 4. 04:18

인지의 즐거움 321

 

자생 초화류(草花類)를 심는 행위’-경미한 문화재수리와 이를 통한 활용-

 

김희태

 

경미한 문화재수리해당 문화재의 보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보수·복원·정비와 손상 방지를 위한 조치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세부 항목이 규정되어 있다.(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전라남도 문화재자료인 고흥 죽산재와 같은 건조물과 주변 구역에 관련될만한 몇 가지 조항을 예시한다.

 

창호지, 장판지 또는 벽지를 바르는 행위

벽화 및 단청이 없는 벽체나 천장의 떨어진 흙을 부분적으로 바르는 행위

누수 방지를 위하여 극히 부분적으로 파손된 기와를 원형대로 교체하는 행위

화장실을 기존의 형태로 보수하는 행위

표지돌, 안내판, 경고판 등을 설치하거나 보수하는 행위

잔디를 보충하여 심거나 깎는 행위

보호 울타리의 부식된 부분을 기존의 형태로 보수하거나 도색하는 행위

일부 훼손된 기단, 담장, 배수로 또는 석축을 교체하거나 바로잡는 행위

자생 초화류(草花類)를 심는 행위

문화재의 경관을 해치는 말라 죽은 나무나 가지를 제거하는 행위

 

 

문화재 보존관리와 관련하여 이러한 경미한 문화재수리는 재능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하여 해 나갈 예정이라는 계획을 지정신청서에 포함된 보존정비활용계획에 넣는다.

 

경미한 문화재 수리와 관련하여 몇 가지 항목은 잘 검토하고 세부 계획을 세워 준비한다면, 문화재 보존과 활용이 매우 적절하게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생 초화류(草花類)를 심는 행위라는 항목 관련하여 죽산재와 주변의 옛 경관지를 중심으로 제안해 본다.

 

식물류, 초화류 전수 조사

종별 권역별 관리 카드 작성

식생 생태 상태 점검과 기록

자생종, 외래종, 근대 혼입종 등 구분

솎아 내거나 추가 식재 방안 마련

꽃말이나 이야기, 구전의 조사

 

일반적으로 문화재와 관련한 조사나 관리, 기록의 경우 전문가의 참여를 말하곤 한다. 그런데 저 자생 의 소유자, 관리자,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가까이에 있는 수업과 체험 교육, 주민들의 일자리와의 연결, , 관련 수업, 문화단체나 문화회원의 연수와 교육 공간 활용 등과 연계될 수 있다. 그저 우리 곁에서 자생하는 실질적인 체험교육과 문화학습의 현장이 되고, 이를 위해 찾아 드는 사람들은 당연히 관심을 둘 것이고, 문화재의 보존관리는 잘 되어 갈 것이며, 우리가 추구하려 했던 문화재의 효율적인 활용도 자연스레 연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제안을 했지만 죽산재초화류’, 약간은 별세계처럼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아니 실행을 해 보자. 자연환경국민신탁에서 어느 전문가에게 의뢰를 하여 죽산재 내외의 식물류, 초화류 조사와 색생경관 정비 계획을 세운다고 치자.

 

단일 분야 주제로 할 수도 있고 죽산재의 보존정비 및 활용 기본계획이라는 거시적인 계획의 한 분야로도 할 수 있다. 죽산재의 소유관리가 소유자-고흥군-자연환경국민신탁으로 이어지다가 2022105일 고흥 죽산재 신탁 및 업무 협약식을 계기로 고흥군-자연환경국민신탁-문화유산국민신탁으로 연계 확장되었으니, ‘보존활용 기본계획수립도 필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그 전문가가 현지에 올 때 주변 학교 등에서 수목 초화와 문화재경관이라는 주제의 강좌를 열고, 거기 참여하는 학생들을 데리고 죽산재 내외에서 조사하면서 개괄적으로라도 설명을 해 준다면 학생들에게는 둘도 없는 체험 학습 기회가 될 것이다. 강좌의 장소는 학교가 된다면 학교 역사 등을 함께 소개하면 될 것이고, 동강 복합문화센터가 된다면 동강과 고흥의 지역 문화사를 덧대어 설명하는 시간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죽산재라면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없을 것이다.

 

만일, 그 전문가가 대학교수로서 대학생들이 따라서 온다면, 고흥의 학생들과 대학생들이 서로 연계되면서 자연스럽게 진로 상담도 겸할 수 있을 것이다. 강좌의 날짜도 학교에서 추진하는 진로 탐색’, ‘직업인과의 만남등과 연계하면 좋을 것이다.

 

전문가의 초청과 강좌는 동강 등 고흥지역 학교로서는 여러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그런데 조사연구를 발주할 때 관련 사항을 과업의 항목을 넣는 방법도 있고, 전문 인력의 재능 기부와 연계시킬 수도 있다. 죽산재가 신탁 증여와 관련이 있어서이다. 담당 교사의 경우에는 교육점수를 부여하도록 협의하면 될 것이다.

 

이러한 학교-문화재 교육은 문화재보호법2조의 문화재 교육”, 문화재보호법 시행령1조의2학교문화재교육과 연계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학교의 지역 역사 교육, 인문학 교육, 학생 현장체험학습 등과 관련한 조례와 연계시킬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초화류(草花類)’를 대상을 실마리를 열었기에 더 생각을 해본다. 예전 소풍객이 드나들던 죽산재 주변의 경관과 관련하여 권역별로, 계절별로 자생하는 초화를 심고 가꾼다면, 그리고 차츰 알려진다면 자연스레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풀과 꽃을 보러 찾아들었다가 죽산재-서민호-사화일의 역사, 재실, 효행, 단청, 효각, 비각, 항일, 독립, 기록, 구전 등등을 듣고 보고 느끼고 갈 것이다. 문화재와 역사인물을 보러 와서 주변 생태경관을 느끼는거나, 풀과 꽃의 경관을 보러 왔다가 문화유산과 지역문화사를 알고 가는거나 서로 다를 바가 없다.

 

풀과 꽃’, 심고 가꾸고 찾고 보고. 그것만으로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동강의 어느 학교, 아니면 고흥의 어느 기관이나 단체에서 백일장을 한다면, 그 장소로 죽산재의 경관지구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일장의 큰 주제를 죽산재의 꽃또는 이라고 한다면, 가꾸고 보았던 풀과 꽃이 죽산재와 어울어져 서정(敍情)으로 서경(敍景)으로 형상화될 것이다. 이들이 모아지면 역사인물과 문화유산과 생태경관이 어울어져 새로운 서사(敍事, 스토리텔링)로 발현될 것이다.

 

가꾸고 본 꽃이나 풀과 함께 죽산재 단청으로 표현된 꽃, 유교불교도교민간의 풀과 꽃, 서화일-서민호 선생이 좋아하셨을만한 꽃, 그분들의 꽃이나 풀에 대한 생각이나 글들, 마을 사람들이 기억하는 꽃에 대한 이야기, 죽산재 완공 뒤 거주하셨던 월파의 모친 이원례여사는 무슨 꽃을 좋아하셨을까 등등.

 

꽃과 풀은 사방 돌아보면 널렸듯이, 이를 소재로 하면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질 수 있다. 거기에 공간과 사람을 앉히고 시간을 타고 넘나든다면 분명 죽산재 백일장은 문화관광 명소의 소프트웨어-콘텐츠가 될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본다면, 조선시대 고흥 인물들과 연계하여 과거시험 형식으로 백일장을 하되 시제(試題)를 풀이나 꽃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교를 넘어서 참여 대상을 일반인들로 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것이다.

 

죽산재 백일장결과물의 활용도 중요하다. 그저 찾고 보고 글을 짓고 입상하는 것만으로 마칠 것이 아니라, 그 입상된 작품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과는 시화전(詩話展), 서예를 하는 사람들은 선현의 법첩을 임서하기 보다는 우리 고장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입상한 작품을 써서 서예작품전을 하자는 것이다. 그 글을 가사로 하여 작곡한 작품으로 음악 발표회를 하고, 전각(篆刻)을 하는 사람은 그 입상 작품으로 새기고, 이러한 일련의 예술활동을 연말쯤에는 공동 전시 발표회를 하면 어쩔까. 공동 발표전시회의 한 분야로 문학단체에서는 그 입상 글들로 낭송회를 한다면 압권이리라. 그 글을 지어 입상했던 예비 문인이 낭송을 한다면 감동이 배가될 것이다.

 

일반 기관 단체에서도 활용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고흥군청에서 매달 하는 정례 조회 때 군수의 인사말을 죽산재 백일장의 입상 작품을 낭송하는 것으로 대체한다면 어쩔까. 처음에는 참여한 공무원들조차 어리둥절 할 것이다. 그런데 저 글이 담고 있는 내용이 뭘까. 현장은 어딜까. 어떤 이야기가 있을까. 그곳의 풀과 꽃과 사람과 공간을 가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가서 보니 이런 데가 있었네. 이런 씨줄 날줄을 찾고 보고 알고 나서 알린다면, 고흥 사람들 스스로가 해설사요 지킴이요 이야기꾼이 아니겠는가.

 

초화류(草花類)’, 으로 죽산재 활용방안의 실마리를 열었지만, 이러한 연계가 여러 분야에서 잘 이루어진다면, 보존 정비활용계획에 나열하고 있는 사항도 자연스럽게 시행되고 적용될 것이다. 예를 들면, 죽산재의 주민의 문화공간 활용, 정례적인 문화 강회 및 교육 공간, 문화재 지킴이 활동공간, 효도 의례 문화 시연, 주변 문화자원 공유 관리, 체류형 휴양시설, 가족 단위 전통가옥 체험, 복합 문화예술공간 등이다. 우리들의 힘과 지혜가 모인다면 <고흥 죽산재>가 이러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 김희태, 고흥 죽산재의 문화유산 가치와 보존관리, 고흥과 보성에 남은 월파의 삶 학술대회-월파 서민호선생 탄신 120주년-, /주관:고흥문화원/월파서민호선생기념사업회, 후원 : 전라남도고흥군, 장소 고흥 동강복합문화센터, 2023.11.23.

 

*고흥 죽산재(高興 竹山齋)

- 전라남도 고흥군 동강면 유둔리 소재, 1933년 4월 상량, 1935년 단청(금어 금용 일섭), 202134일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93호로 지정

-정면 5, 측면 3, ‘자형 구조로 건축 기법이 뛰어남. 월파 서민호(1903~1974)가 부친 서화일(자 덕봉, 1860~1933)의 서재로 건립하였는데 그해에 부친이 별세하자 감실을 만들어 재실로 겸용하고 월파의 서재로도 활용. 

 

*죽산재 보존 정비 활용 계획(지정신청서 발췌)

자연환경국민신탁에서는 주민의 고유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주민에 대한 개방, 정기적인 문화 강회, 문화재 지킴이 활동 공간 활용, 효도와 의례 문화 시연, 주변 주민과의 정기적인 환담 강회, 주변 문화자원의 공유 관리 등을 할 예정이다. 담장 정비나 잡초 제거, 창문 바르기 등 경미한 수리는 재능 기부와 자원봉사 활동을 통하여서 해 나갈 예정이다.

* 보존정비 활용계획에서 언급한 "경미한 수리" 용어를 바탕 삼아 이 제안문을 발표문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