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320 - <고흥 죽산재>의 문화유산 가치와 보존괸리

향토학인 2023. 12. 4. 03:51

인지의 즐거움320

 

<고흥 죽산재>의 문화유산 가치와 보존괸리

 

김희태

 

<고흥 죽산재>의 문화유산 가치에 대해서는 2010년의 1차 전라남도지정문화재 추진, 문화재청 등록 문화재 등록 추진, 2차 전라남도 지정문화재 추진과 지정을 정리하면서 살펴보았다.

 

이어 보존과 관리에서는 허가 사항과 신고 사항 등 법령상의 보존관리, 신청서상의 보존관리 계획을 검토하면서 활용 방안을 사례로 제안하였다. 학술논문이라기보다는 기록과 정보의 정리 글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정리된 자료를 인용한 부분도 있어 길어졌지만, <고흥 죽산재>의 보존관리와 활용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고흥 죽산재>는 대지주이면서 사회사업가인 죽파 서덕봉(자 화일, 1860~1933)선생이 서재로 쓰고자 19334월에 상량을 하였다. 그런데 준공을 보기 전에 서화일이 세상을 떠나 재실로 쓰였다. 그리고 서화일의 아들 월파 서민호(1903~1974)의 서재로도 쓰였다. 후손들의 거주 공간이기도 하였다.

 

죽산재는 ㄷ자형 제각건물의 영역과 함께 전면 아래에 서화일의 효성을 기리는 기효비각영역, 그리고 뒤쪽 산 위에 있는 묘소와 묘비 영역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죽산재 제각 아래에는 넓은 연못이 있어 풍광이 좋았다고 전해진다. 묘소와 연못은 수목과 초화가 어우러져 고흥 북부 지역 주민들의 상춘 놀이 공간이자 학생들의 소풍 장소로 잘 잘 알려져 있다.

 

죽산재는 한식 목조건축으로 앞면 5, 옆면 3칸 규모이다. 좌우의 1칸이 전면으로 돌출되어 ㄷ자형 평면을 이루고 있다. 평면구성은 마루방 3, 온돌방, 중앙 3칸 마루방 한 가운데 배면 1칸이 제실로 구성되어 있다. 구조는 원형 마름돌 초석 위로 원주를 세웠고, 기둥 위에 주두와 공포로 짜였다. 가구 구조는 5량가 구조로 무지개[虹蜺]형 대량이 사용되었다. 지붕은 겹처마 팔작지붕이고 양쪽 돌출부의 지붕은 합각이다.

 

화려하지만 민화풍의 해학적인 기교가 곁들어진 단청은 불교적인 요소와 근대기의 풍물이나 경관을 표현하고 있다. 이 단청은 근현대기 최고 금어(金魚)라 할 수 있는 금용 일섭이 1935519~75일 사이 5명의 화원과 함께 조성한 기록이 확인된다.

 

죽산재는 후손들이 거주하지 않으면서 관리가 잘 안되고 있었는데, 건물의 중요성과 서화일-서민호 행적에 대한 지역사회의 평가가 있어 2010년에 도문화재 지정을 추진하였다. 당시 동강면장이 중심이 되어 지역 인사들과 함께 노력하여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고흥군에서 전라남도에 지정신청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신청자료도 미비한 점이 있었고 현지 조사 여건도 갖추지 못하여 전라남도문화재위원회 보고와 검토를 거쳐 고흥군에서 향토 유산으로 관리하도록 통지되었다.

 

소유자(서종식 님)2010년에 자연환경국민신탁에 기탁하여 공유화하였고, 2012년에 고흥군에서는 향토 유산 차원에서 수리하였다. 그리고 2015년에 고흥군과 자연환경 국민신탁에서는 학술조사를 실시하고 문화재 등록 추진을 하였다.

 

2017년에 문화재청에 문화재 등록 신청을 하였고 2018년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근대문화유산분과) 검토 결과, “등록문화재의 기본취지인 근대기 시대상 및 생활상을 표현하기보다는 유교적 이념을 계승하여 제각으로의 활용을 목적으로 하였으며, 전통적 형식을 기반으로 한 건축물로 지역 문화유산으로 보존·관리 및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통지되었다.

 

이에 따라 다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2019년에 도문화재 지정신청을 하였고 202134일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293호 지정 고시하였다. 지정의 사유는 “1933년 건립된 목조건축으로 서재 겸 재실로 활용되었고, 부재의 기법이 정교하고, 화려하지만 근대기 문화를 표현한 단청 등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 가치에 두었다. 서화일-서민호로 이어지는 관련 인물의 역사적 행적도 중요하게 평가되었다. 이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 기준도 지정 고시하였다.

 

보존과 관리에 있어서는 허가 사항과 신고 사항, 현상 변경 허용 기준에 대해서 살폈고, 신청서상의 보존관리 계획을 검토하면서 경미한 문화재 수리의 한 사례로 자생 초화류(草花類)를 심는 행위를 들어 활용 사례를 예시하였다.

 

<죽산재> 내외의 초화류 조사를 실시하여 분석을 하면서 심고 가꾸어 예전 상춘 관광지와 소풍 장소가 되었던 생태 경관을 살리는데 학교문화재교육 등과 연계해 보자는 것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 을 주제로 백일장을 한다면 자연스레 죽산재서화일-서민호가 함께 소개될 것이다.

 

이 글들을 문학, 서예, 미술, 음악, 전각 등 문화예술 각 방면에서 잘 활용하고, 기관이나 단체에서도 대표자가 입상 작품의 낭송 등을 한다면 <죽산재>를 찾는 사람이 많아져 문화관광 명소가 될 것이고, <죽산재 백일장>은 그 명소의 소프트웨어이자 문화콘텐츠로써 활용될 것이다. 그러면 고흥 사람들 스스로가 해설사요 지킴이요 이야기꾼이 될 것이다.

 

* 김희태, 고흥 죽산재의 문화유산 가치와 보존관리, 고흥과 보성에 남은 월파의 삶 학술대회-월파 서민호선생 탄신 120주년-, /주관:고흥문화원/월파서민호선생기념사업회, 후원 : 전라남도고흥군, 장소 고흥 동강복합문화센터, 2023.11.23.

학술대회

죽산재 전경
죽산재 내부 감실
홍예보, 단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