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81 - 순천 낙안읍성 세계유산 등재추진과 향후과제, 2019.06.18.

향토학인 2019. 6. 23. 01:27

인지의 즐거움181


순천 낙안읍성 세계유산 등재추진과 향후과제, 2019.06.18.


낙안읍성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강조하는 ‘살아있는 유산(living heritage)’이다. 유적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고 역사와 문화를 함께 공유(시간)하면서 생활을 해 오고 있는 주민(인간)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유산(공간)이라는 말이다.


그러기에 주민과 문화재 사이에서 문제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경제성장과 주거문화 발달로 현대적 시설로의 문화변용에 대한 선호욕구 증대, 주거 공간 개방으로 일상생활의 안정 저해, 축제 등에 있어 주민과 유리 현상 등이다. 그리고 현상변경허가 기준 마련으로 일정정도 문화변용을 수용하고 조례를 통한 거주 주민복지와 생활안정 도모를 꾀해 오고 있기는 하지만, 문화재구역으로서 엄격한 규제·단속 등으로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고조, 갈등이 내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안 주민들은 세계유산 등재 취지에 동의하고 참여하는 열성을 이미 2003년에 보여 주었다. 

 

최근의 세계유산 등재경향은, 첫째, 경관(landscape)에 대한 개념의 확대와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둘째, 점 단위 유산이 아닌 입체적 단위로 유산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해 주민들의 참여와 무형적 요소가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셋째, 연속유산(serial nomination)의 등재신청이 증가되고 있다. 넷째, 보존관리 체계가 강조되어 등재보다는 관리(management)와 사후통제가 강화되고 있다. 다섯째, 등재기준의 적용이 보다 강화되어 비교연구(comparative analysis)의 비중이 증가되고 있다.


낙안읍성은 산과 들을 기반으로 평지에 자리하며 고려시대(918-1392)와 조선시대(1392-1910)에 낙안군 행정중심지로서 기능하면서 공공영역인 관아와 성곽, 생활영역인 민가군, 자연경관이면서 의례영역으로 활용되는 마을 숲 등을 잘 갖추고 있다. 지형 여건에 따라 읍성 구성요소를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풍수적 입지와 유교적 질서가 복합된 경관미학을 보이며 한국적 도시 공간의 구성원리가 집약된 곳이다. 지방의 행정과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였던 읍치가 현존하는 곳으로도 유일하다. 마을 주민이 실제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간직한 채 살아 숨 쉬고 있는 곳이다


1999년에 전라남도문화재위원회에서 검토하면서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논의를 시작하였다. 2003년에 정책세미나를 하여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2005년, 2009년 에 다시 제출하였다. 2009년 잠정목록우산 등재 대상에 선정되어 2011년 3월에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되었다. 잠정목록 첫 논의 이후 13년만에 등재되었지만, 그 이후 큰 세계유산등재 신청은 큰 진전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해당유산의 성격과 가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못하고 있는게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문화재 명칭을 통해서도 정립이 이루어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낙안읍성은 국가 사적 지정명칭(낙안읍성, 순천 낙안읍성), 민속마을 속칭(낙안읍성 민속마을, 낙안민속마을), 세계유산 잠정목록 신청 명칭(낙안민속마을→낙안읍성마을→낙안읍성),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명칭(Naganeupseong, Town Fortress and Village), 문화재청 문화재명칭 영문 표기 기준 규칙에 따른 표기(Naganeupseong Walled Town, Suncheon) 등 여러 명칭이 쓰이고 있다. 그만큼 기초적인 개념 규정이 안되어 있는 유산이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다양한 성격 때문에 가치 정립과 명칭 규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기초조사를 통한 예비목록의 작성과 조사 연구, 관련 전문인력의 양성과 참여 기회의 확대, 관련부서의 확대와 신설, 법규 정비, 예산, 교육과 홍보 활용 등에 대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나씩 체계를 갖춰가면서 보다 진전된 조사 연구와 등재 추진, 그리고 보존과 활용이 이어져 갔으면 한다.


그런데 한번 돌아 보아야 한다. 낙안읍성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과정에서 그에 걸맞는 연구와 검토가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이다.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이 큰데도, 오랜 시간 동안 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가에 대한 논의만 있어 왔다. 지금이라도 정식으로 낙안읍성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추진체계를 갖추었으면 한다.


*순천의 역사 인물 조명 학술대회 발표문(맺음말) / 2019.06.18. 순천 낙안읍성 낙민관, 사)한국문화재콘텐츠활용센터, 순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