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296
이야기가 있는 광주의나무와 호수
김희태
나무와 호수의 심상과 정경을 따라가며
나무와 호수를 통해 들어 보는 광주의 이야기, 그 속에 깃든 심상과 정경을 따라 길을 나섰다.
나무는 우리 곁에서 늘 함께 있어 왔다. 나무를 보면서 사색에 잠기고, 동네의 나무는 휴식의 공간이자 놀이터가 되고 그늘이 되었다. 마을 어귀 정자 나무에서는 여러 일을 논의하고 당산나무에서는 한해의 안녕을 빌기도 했다.
그리고 그림이 되고 시가 되기도 했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전설도 곁들여 졌다. 과거에 급제하면 나무에 북을 걸고 잔치를 했고, 의병 출정길에는 승전을 기원하기도 했다. 호수, 저수지는 생명줄이자 젖줄이었다.
잊혀지고 사라져 버린 나무와 호수도 있지만, 시대를 따라가면서 광주와 광주사람들과 여전히 함께 하고 있다. 그저 저기 서 있는 오래된 나무 한그루, 그 이상을 찾아서, 그 문화와 역사를 따라 동호 학인들이 나선 것이다.
먼저, 역사 기록 속의 광주나무로 길을 열었다. 2천년도 넘는 신창동유적에서 조사된 나무, 수십 아름이나 되었다는 궁수(弓樹) 등을 살피고, 지리지 등 기록상의 토산 나무를 들춰 선인들의 행적을 따라가 보았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15종,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9종의 나무가 나온다. 향토수종이라 할만하다.
면앙정 송순(1493~1582)은 조대 쌍송을 보고 “너른 바위는 널찍한 대를 만들고 두 소나무는 푸르름으로 뒤덮였네”라 형상화했다.
고봉 기대승(1527~1572)은 무등산 규봉을 오르다가 “그윽한 꽃 돌 틈에 쓰러지고 고목나무 바위가에 기대었네”라는 시를 짓는다. 괘고정수와 조대쌍송, 유림숲도 중요한 자산이다.
다음, 마을로 들어 갔다. 당산나무는 마을 사람 모두의 삶을 오래도록 내려다본다. 신앙의 대상이자 수호신 역을 했다. 덕흥 마을의 팽나무, 용산동 느티나무 등. 그리고 광주광역시와 5개 구청의 상징 나무에 대해서도 살폈다. 식물 생태학적인 언급도 있지만 시민과 함께 해 온 자취를 더듬었다.
지금은 잊혀진 광주의 호수 경양방죽, 실학의 선구라 할 개산방죽 자료를 정리했고 버드나무의 의미를 찾아 보았다. 운천호와 풍암호, 수원지, 광주호는 생명줄이다.
충효동 왕버들, 학동 느티나무, 칠석동 은행나무 등 문화재로 지정되고 보호수가 되어 우리 곁에 함께 있는 우리가 지켜야할 오래된 미래유산이다.
이야기가 있는 광주의 나무와 호수. 그 생명력과 그 이야기는 광주, 광주사람들과 기나긴 세월을 함께 했고 앞으로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하나씩 읽어 보자.
푸른 잎과 싱그러움, 우리 곁에서 함께 하기를
근래에는 산림보호법에 따라 보호수를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보호수를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는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 등으로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로 정의하고 있다. 보호수는 시·도지사 또는 지방산림청장이 정하는데 광주광역시 관내의 지정된 보호수는 74개소이다.
지역별로 보면 동구 10개소, 서구 14개소, 남구 11개소, 북구 15개소, 광산구 24개소이다. 수종별로 보면 느티나무 38개소, 팽나무 12개소, 왕버들 8개소, 은행나무 5개소, 소나무 2개소, 테타송 2개소, 회화나무 1개소, 이팝나무 1개소, 측백나무 1개소, 버드나무 1개소, 갈참나무 1개소, 굴참나무 1개소 등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이나 광주광역시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도 있다. 문화·과학·경관·학술적 가치가 큰 수림, 명목(名木), 노거수(老巨樹), 기형목(畸型木)이나 생활·민속·의식주·신앙 등에 관련된 유용식물(有用植物) 또는 생육지가 대상이다.
광주 충효동 왕버들군은 천연기념물, 칠석동 은행나무,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학동 느티나무, 괘고정수는 광주광역시 기념물, 수완동 왕버들은 광주 문화재자료이다.
광주의 상징 나무를 보면, 은행나무는 광주광역시와 동구·남구, 느티나무는 서구, 소나무는 광산구의 나무이다. 상징 꽃은 철쭉이 광주광역시·동구·남구, 목련은 서구와 광산구의 꽃이다.
광주에는 동림, 덕림, 유림, 양림, 신림, 운림 등의 지명만 보더라도 오래된 숲과 나무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1960년부터 훼손이 심각해져 이제는 그 원형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금남로 확장 공사 때 잘려진 버드나무 밑둥치를 광주역사민속박물관에서 길손들을 맞고 있는데 그 밑둥을 보면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광주광역시의 대표적인 가로수길로는 옛 시청에서 광주역에 이르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 백운동 로터리에서 남광주 역에 이르는 순환도로 가 느티나무 가로수, 1969년 국제라이온스가 조성한 금남로 512그루의 은행나무 가로수가 있다. 푸른 잎과 싱그러움으로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다.
민속학자 강현구(1952~2013)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의 가로수는 총 8만7천467그루이며 168개 노선에 총길이는 497.9㎞이다. 이 중 은행나무가 3만8천40그루로 가장 많고, 느티나무 1만3천821그루, 메타세콰이아 1만866그루, 벚나무 5천212그루, 플라타너스 4천358그루, 중국단풍 2천910그루 순이다.
은행나무, 느티나무, 메타세콰이아의 식재 비율이 72%를 차지한다. 가로수의 양은 광산구, 북구, 서구, 남구, 동구 순이다. 광주 시내의 특기할 만한 가로수로는 5·18 국립묘지 입구의 가로수는 이팝나무이며, 일곡동의 가로수는 회화나무, 첨단지구의 가로수는 누브라 참나무, 발산지구의 가로수는 먼나무 등이다.
나무는 줄기나 가지가 목질로 된 여러해살이 식물을 말한다. 여러 해를 살다 보니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연관된다. 나무가 줄지어 선 숲은 봄의 꽃과 가을의 열매를 즐기는 쉼터이다. 한 여름에는 모정의 구실을 한다. 정자목이 되기도하고 수려한 경관의 풍치목이 된다. 어른들은 시원한 나무 그늘 밑에서 모여 시조도 읊고 동네 일도 논의한다. 동네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이다. 나무는 솟대나 장승이 되어 마을 지킴이가 된다. 사색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나무나 숲은 사람과 어울어진 문화 그 자체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역사 현장과 문헌기록 속에서 광주의 나무를 주마간산식으로 살펴 보았는데, 광주 사람, 광주 문화를 이해하는 기초 자료가 되었으면 한다. 그 나무의 푸른 잎과 싱그러움이 늘 우리 곁에서 함께 할 것이다.
*대동문화재단, 『이야기가 있는 광주나무와 호수』의 “들어가며”와 “나가면서”를(김희태 글)을 옮기다.
차례
들어가며 / 나무와 호수의 심상과 정경을 따라가며
역사 기록 속의 광주 나무 / 김희태 문화재전문위원
마을과 나무 / 이돈삼 여행작가·전라남도 대변인실
관청의 상징 나무 / 이동호 채널코리아뉴스 대표
광주의 역사와 함께한 경양방죽 /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이사
광주의 젖줄 광주의 생명수 / 조광철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학예실장
우리가 지켜야 할 오래된 미래 유산 / 백승현 대동문화재단 출판·미디어본부장
나가면서 / 푸른 잎과 싱그러움, 우리곁에서 함께 하기를
칠석동 은행나무를 찾은 학생들(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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