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297 - 무등산 증심사의 잣나무와 복숭아 꽃, 취백홍도(翠栢紅桃)

향토학인 2023. 2. 26. 14:18

인지의 즐거움297

 

무등산 증심사의 잣나무와 복숭아 꽃, 취백홍도(翠栢紅桃)

 

김희태

 

증심사(證心寺)는 광주의 오래된 문화공간이다. 사찰로서의 증심사도 알려졌지만, 증심사는 무등산으로 오르내리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익숙한 역사지명이다. 징심사(澄心寺)로도 표기한다. 마음이 맑아지는, 마음을 맑히는 곳이라 할까.

 

그 증심사에는 오래된 잣나무가 있었다. 이 잣나무의 푸르름은 말 그대로 아름다운 경관이었던 것 같다. 취백루(翠柏樓)라는 정자가 증심사에 있었던 것을 보면.

 

고려중기의 시인 김극기(金克己)는 푸르른 잣나무와 붉은 복사꽃을 보고 시를 지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35권 광산현 불우조에 나온다.

 

잣나무는 뜰 앞에서 푸르고,

복사꽃은 언덕 위에서 붉구나.

어찌 반드시 지경 밖에서 찾으랴,

다만 둘려 있는 속에서 찾을 것이로다.

 

막힌 경내에서는 마음도 끝까지 막히나니,

[]을 잊어야 도가 비로소 통하는 것이다.

누가 이 절 이름을 지었는가.

묘한 이치를 홀로 깊이 궁리하였도다.

 

柏樹庭前翠(백수정전취) 桃花陌上紅(도화맥상홍)

何須搜券外(하수수권외) 只要覓環中(지요멱환중)

 

滯境心終塞(체경심종색) 忘言道始通(망언도시통)

何人名此寺(하인명차사) 妙蘊獨深窮(묘온독심궁)

 

증심사 뜰 앞의 잣나무의 푸르름, 저 언덕 위의 붉은 복숭아 꽃밭. 멀리서 찾을 것 없이 바로 돌아보면 이상세계이다. 절 이름 증심사 또한 마음을 담았으니 이 또한 묘한 이치가 아닌가.

 

증심사는 정유재란 때 피해를 당하고 1609(광해군1)에 석경(釋經)ㆍ수장(修裝)ㆍ도광(道光) 등 세 스님이 중창하면서 정문 누각을 세우는데 취백루(翠柏樓)라 한다. 그 이름은 취백홍도(翠栢紅桃)’가 어울어진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한 김극기의 시구에서 취한 것 같다.

 

이 잣나무가 내다 보이는 취백루는 광주 사람들의 경관처가 된다. 우잠 장태경(愚岑 張泰慶, 1809~1887)은 취백루에 올라 시를 읊는다.

 

취백루에 오르다 登翠栢樓

 

시내 따라 좁은 길, 푸른 산으로 들어가는데

구름 흩어진 사찰에 스님 한분 돌아오네.

우뚝한 난간만 홀로 서서 산 빛을 거두니

퍼지는 맑은 종소리에 석양이 지는구나.

 

누각 가에 한참 서 있으려니 생각 아득한데

흰 구름아래 흐르는 물, 산을 끼고 돌아가네.

속기 하나 없는 탁의와 금부처

내 벗 술 취할 때, 석양에 빛나네.

 

細路緣溪入翠微(세로연계입취미)

蓮臺雲散一儈歸(연대운산일쾌귀)

危欄獨立收山色(위난독입수산색)

清磬三聲送夕暉(청경삼성송석휘)

 

立久樓頭意思微(입구루두의사미)

白雲流水抱山歸(백운류수포산귀

卓衣金佛非塵俗(탁의금불비진속)

吾友醉時帶暮暉(오우취시대모휘

 

시내따라 좁은 길과 푸른 산, 저 푸른 산은 취백과의 어울림도 형상화했을 것이다. 취백루 난간 가에서 산빛을 보니 문득 석양 종소리 맑게 울린다. 저 종소리는 취백루 앞의 잣나무를 휘감고 돌면서 울렸으리라. 시인은 누각가에서 한참 서 있으면서 아득한 생각했는데, 눈 앞에서는 그 취백이 아른거렸으리라.

 

김극기의 시에서 보이는 봉숭아꽃(桃花)도 눈여겨 볼만하다. “복사꽃은 언덕 위에서 붉구나.”라 했는데, 증심사 일대 도화(桃花)” 천지였을 것 같다. 도화는 광주의 풍토에 알맞는 나무였을 것 같다. 기원전 1세기 2,100년전의 유적인 신창동유적에서도 복숭아씨가 출토되었다.

 

*이야기가 있는 광주의 나무와 호수, 대동문화재단

 
증심사 김극기시(신증동국여지승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