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018
(200603)
일본 왕인묘 백제문 상량문
삼가 생각하건대
세월의 유수함이라니
학성(學聖) 왕인박사가 대한민국 영암에서 출생하여 일본국에 학문을 전수한 지 일천 육백여 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영암군의 왕인묘(廟)와 일본국 오사카부 히라카타시의 왕인묘(墓)여
백제문 건너고 학이문 지나 월출산 솟아 올라 푸른 하늘 받들 듯 왕인묘(廟) 올연한데
히라카타 도심분지 편평한 동산 한 켠 간소한 안내팻말 초라할 손 왕인묘역(墓域) 길손의 마음조차 쓸쓸했거늘
이제 마침 백제문 들보를 올리게 되니 이 어찌 오랜 연원을 밝히고 양국의 친선을 이어주는 대역사가 아니겠는가!
돌이켜 보건대
왕인박사는 월출산 주지봉의 정기를 받고 태어나 학문에 정진하여 경사(經史)를 통달, 대현이 되시더니 큰 뜻을 품고 논어 열 권 천자문 한 권을 가지고 일본국에 건너가 태자 우찌노와까이라츠꼬(兎道稚郞子)의 스승이 되었고 오진왕(應神王)의 요청에 따라 군신들에게 경사(經史)를 가르쳐 일본학문의 시조 및 아스카 문화의 시조로 숭앙을 받았으며 그의 자손들은 가와치(河內)에 살면서 기록을 맡은 사(史)가 되어 일본국 고대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도다.
위대한 덕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건립하고 석비를 세워 추모하였고, 묘에서는 년년세세 향화가 끊이지 않았도다. 왕인박사 묘역이 일천구백삼십팔년 일본국 오사카부의 사적으로 지정된 이래 일천구백팔십사년 십일월 삼일 제일회 왕인박사축제가 열리고 무궁화 동산이 조성된데 이어 일천구백팔십오년에 왕인박사묘를 지키는 회가 발족되더니 일천구백팔십팔년에 사적 지정 오십주년을 맞이하여 대대적인 묘역환경정화사업과 함께 묘역 가까운 곳 유향(酉向)에 왕인공원도 조성하였도다.
그래도 한 가지 못 다한 것이 있다면 왕인묘(墓)의 연원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 다행히 창립 삼십 성상이 되도록 한일문화교류에 힘을 써 온 한일친선문화협회의 수년간에 걸친 노력으로 이제 신도(神道)의 건좌곤향(乾坐坤向)에 문을 세우게 되어 그 이름을 출자(出自)의 연원으로 삼아 백제문(百濟門)이라 하였노라.
이천사년 유월에 설계를 논의하여 양국 친선협회 관계자들의 현장 방문과 기술협의를 거쳐 이천육년 일월에 삼칸의 평삼문으로 오사카부 문화재위원회의 설계허가와 건축인가를 얻어 이천육년 병술 삼월 오일 오시에 터를 파고 기둥을 세워 구월 오일 오시에 들보를 올리노라.
장중하면서도 검소하고 간략한 듯 소담스런 한국 건축의 옛 전통을 이었으니 용이 서리고 봉황새가 날개를 편 듯 좋은 나무 잘 다듬어진 묘문을 우러러 칭송한다.
삼가 축복의 노래를 불러 큰 들보 올리는 일을 돕는다.
들보를 동쪽으로 들어 올린다.
천혜자연 해양왕국 국제교류 시원지지
남도풍류 신명문화 선비정신 예향전남
장엄월출 신령영암 구림성기 학성왕인
문산책굴 학문완성 돌정고개 구비돌아
들보를 서쪽으로 들어 올린다
이의이월 천자문과 학이시습 논어들고
오진왕의 초청받아 태자신료 경사강독
고지키와 니혼쇼키 사서기록 뚜렷하고
유학전수 문화개화 학문의신 되었도다
들보를 남쪽으로 들어 올린다
한국에는 왕인廟요 일본에는 왕인墓라
년년세세 향화봉향 맑고고운 기풍이라
구림성기 깊고아늑 히라카타 널찍원만
발자국도 보이시고 숨소리도 들리나다
들보를 북쪽으로 들어 올린다
월출주지 정기솟아 왕인묘역 감싸준곳
누구라도 찾아와서 분향하고 헌화하소
한일일한 친선교류 일심더욱 활발하여
만세무궁 우의돈독 한마음에 한뜻되라
들보를 위로 들어 올린다
한일친선 문화협회 창립한지 이십구년
사료수집 문화교류 역사이해 일취월장
뜻을합쳐 묘역에다 백제문을 세웠으니
한일양국 두손잡고 박사님뜻 이을새라
들보를 아래로 들어 내린다
백제학이 내려앉아 왕인묘廟 만년향화
신백제문 영원강고 왕인묘墓 영겁봉향
영원할사 님의이름 왕인박사 학성왕인
만인예찬 공덕영원 왕인박사 학성왕인
원컨대 상량한 뒤에
천만가지 상서로움이 이어지고 한일양국이 서로의 전통과 역사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처음 문화교류를 하였던 왕인박사를 기리는 백제문을 세웠으니 문화적, 역사적 이해의 깊이를 한층 높여 우의를 더욱 돈독히 하고 양국간 관계를 발전적으로 승화시켜 나갈 수 있기를 바라노라.
더하여 왕인 백제문도 영원강고하기를 바라노라
이천육년 병술 삼월 오일 오시에 터를 파서 기둥을 세우고
같은 해 구월 오일 오시에 들보를 올린다.
글 김희태(2006.03.05)
백제문 소재지 : 일본 大阪府 指定 史蹟 傳王人墓 내 百濟門
* 사단법인 왕인박사현창협회, <성기동> 제2호. 2009.10 114~116쪽에 실림.
* 본 상량문은 <일본 왕인묘 백제문 상량문>(2006년 병술 3월 5일 開基 定礎, 9월 5일 立柱 上樑)이다. 김희태가 글을 지어 삼진건축사사무소 이봉수소장에게 제공한 내용이다. 상량문의 기본적인 양식을 따르되 시대 추이에 맞게 한글을 중심으로 지었는데, 실제 봉안된 상량문은 한자를 병기하였다고 한다. 백제문 건립사업추진은 백제문 건립위원회(회장 한일친선문화협회 회장 윤재명, 회장 일한친선문화협회 회장 左藤章)가 주관하였고, 설계감리는 (주) 삼진건축사사무소 이봉수와 ケイズ建築設計事務所 楠本菊寶, 시공은 (주)양지종합건설 양승문, 酉野建設(株) 酉野俊司가 각각 맡았다.
* 2006.10.14. 15:00시 준공식을 하였는데 大阪府指定史蹟王人墓 百濟門建造物竣工式의 주최는 百濟門建立委員會, 社團法人 韓日文化親善協會, 日韓文化親善協會, 주관은 王人塚環境守護會가 맡았다.
* 사진은 뒤에 삼진건축사사무소 이봉수 소장과 양지종합건설 양승문 대표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다.
* 이 일의 시작도 우연과 인연이 반복된다. 우리나라측 주체인 한일친선협회 윤재명회장께서 도청 사무실로 전화를 했던 것이 첫 우연이다. 2005년의 일일 것이다. 전화의 내용은 '일본에 한국 전통건축으로 건물을 짓고자 하는데 관련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는 것. 그때 경험 많은 이봉수소장을 소개하게 되어 추진이 되었다. 그런데 그 보다 앞선 인연이 있었다. 윤재명회장은 강진출신 해남윤씨인데 나의 외가와 고모댁이 강진읍 부춘리였고 해남윤씨였던 것. 윤회장님은 외조부님(윤길관님, 1906년생), 고숙님(윤강현님, 1925~2013)과의 인연은 물론 나의 아버님(삼우당 김숙환님, 1930~1918)과 숙부님과도 인연이 깊었던 것. 우연히 전화를 받았는데, 그런 인연을 말씀드리니 더없이 반가워 하셨다. 국내에서 설계하고 목재를 마련하여 일본에서 시공만 했다. ‘왕인박사’의 역사 기록과 출생지 논쟁은 뒤로 두고라도 일본 왕인 묘소의 백제문 건립 자체는 매우 뜻 깊은 일이다. 거기에 상량문 글을 지어 함께 참여하게 된 것은 영광이지만, 한편으로는 아쉽다. 상량문 작성 전후 또는 기공식이나 준공식 현장에 가지 못했던 점. 현장을 가지 않고 글을 쓴 것도 두고 두고 아쉽다. 이봉수소장, 양승문 대표의 부탁으로 상량문 글을 지었지만, 오래된 세교 인연과 처음 소개를 한 인연도 섞여 있어 현장에는 안 가 보았지만 발을 내 딛고 만 것이다.
* 2008.11.05 열린 왕인박사현창협회 주최 학술대회의 <고대 영산강유역과 일본의 문물교류>토론문의 자료로서 제공하여 발표문에 실렸고, <성기동>제2호(2009), <한일문화친선협회보> 등에 실렸다.
설계(삼진건축사사무소, 대표 이봉수)에 따라 국내에서 목재를 마련 한 뒤 일본으로 가져가 시공(양지종합건설, 대표 양승문, 사진)하였다. 2006.9.4. 시공 장면.
상량문은 보통 상량식을 할 때 도리나 장여에 홈을 파서 넣고 봉하는데 백제문 건립 당시에는 한국-일본을 오가는 등 시기적으로 맞자 않아 준공 뒤 대들보 상면에 넣었다. 기술 책임자이자 설계를 한 삼진건축사사무소 이봉수소장이 준공식 바로 전에 상량문을 올리고 있다. 2006.10.14일 오전.
백제문 준공식 참석인사 기념 사진. 2006.10.14(윤재명회장, 이봉수소장, 노래영 전라남도 예술담당, 전남도립국악악단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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