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76 - 장흥 만수동 해동사길

향토학인 2016. 3. 26. 03:17

인지의 즐거움176


장흥 만수동 해동사길


김희태


 

2014년 9월 26일

전남 장흥군 장동면

만년리 만수마을

 

2014년 8월 15일

광복절 특집으로 방영된

'안중근 105년, 끝나지 않은 전쟁'

MBC, 김환균 PD연출

한국PD연합회의

이달의 PD상 선정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두 사안.

1955년 국내 처음으로

안중근의사를 모신

海東祠 창건

매년 3월 12일(음) 향사.

지금도 거의 유일한

안중근 의사 사우

바로 그 해동사가 있는 마을

만수동의 동각 앞

 

장흥 친구 김상찬

광주 친구 황호균

장흥 한바쿠 돌면서....

 

저 나무 밑의 둑방길은

마을 앞에 만든 저수지의 둑

어쩌면 해동사 보다는

조금 앞 서리라

 

조금 더 뒤적여 본다

1530년 간행된 관찬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장흥조

만수원 晩水院

장흥 치소 동쪽 24리

국가 운영 숙박 시설

 

북동쪽으로 길을 따라 가면

섬진강 수계인 보성강

남서쪽으로 물길따라 가면

탐진강,

예전에는 예양강 또는 수령천

 

뒤에 신작로 국도 2호선이

마을 앞으로 달리고

이제 저만치 목포-순천간

남해안고속도로가 뚫리고...

 

사진 상 저멀리

아랫단은 국도 2호선 도로

윗단은 고속국도

그 뒤로 보이는 산은

사자산 줄기

 

한가지 더

관서별곡을 지은 명 문장가

기봉 백광홍(1522~1556)

조선 팔문장 옥봉 백광훈의 형

짧은 생을 살지만

그의 작품은 두고 두고 회자된다

 

만수원을 지났던 모양이다

450여년전의 풍광이다

 

만수원에서

 

사자산 기슭에

호계의 바로 곁에

만수원 높직한 다락에서

낮잠에 늘어지며 꿈꾸네

서쪽 변방 그리운 이

소식이 끊겼으니

남쪽이 내 고향임을

도리어 잊었는가

 

題滿樹院(在長興)

獅山之下虎溪傍

滿樹高樓午夢長

西塞有思消息斷

却忘南國是吾鄕

 

만수원의 입지가 먼저 나온다

사자산 기슭이자 호계의 곁

산과 강. 기본적인 환경이다

장흥의 동쪽 진산 사자산 자락

호계, 만수동 앞으로 흘러

예양강으로 감아 돈다

 

'빙계' 또는 '범계'로 불리운다.

큰 물이 몰아 칠 때면

마을을 덥쳐

호랑이 같이 무섭다해 범계

만수동 앞 호계 건너 마을은

지금은 부산면 호계리

그 이전에는 용계면에 함께 속한

만수리와 호계리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장동면 만수리와

부산면 호계리로 나뉘고 만다

 

두번째 연,

만수원의 다락에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면서 꿈을 꾼다

만수(滿樹),

굵직한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

한켠의 높직한 다락.

 

몇몇 인사들과 환담하다가

목침을 가져다가 몸을 기대니

이내 빠져든 오수(午睡)

심연속으로 들면서 꿈까지...

 

셋째 연,

서쪽 변방으로 간 이

그 그리운, 보고픈 사람은

소식마저 끊겼다

누굴까?

 

넷째 연,

돌아올 기약조차 없으니

내 고향이 남쪽임을

도리어 잊었단 말인가

 

기봉선생과 비슷한 시대를 살며

전라도관찰사를 지낸

백담 구봉령(1526~1586)선생

만수원에서 쉬면서

칠언절구 한수를 짓는다

 

1583년 5월 쉰여덟 살 때

전라도 관찰사로 보임되니

아마 순행길에 들른듯 싶다

'憩長興萬壽院' 제목의 시

 

그 마지막 연,

'白雲紅樹小溪流'

흰 구름, 붉다란 나무숲,

그 앞을 흐르는 조그만 시내

한적한 가을 풍경이다.

 

오랜만에 들른 마을길과

짧게 뒤적여 본 몇가지 기록

晩水, 滿樹, 萬壽

이름도 여럿이고

찾는 이도 다양하다

 

어릴적 친구따라 가본 곳

중학 동기 이오배친구 동네

1984년경 역사공부 하면서

지표조사 때 들렀고

이제 또 다녀 오면서

살펴 본 사연들

 

이제라도 기봉선생 꿈에 그리던

서쪽 변방의 그이가

남도 땅에 나타나지 않을까

아니면 60여년전 세운

해동사에 모셔진

안중근의사의 혼백이 아닐까?

 

하여 내년 해동사 향사일

음력 3월 12일(양 4월 30일)에

상찬, 호균, 희태, 오배 친구들

거기에 환균PD까지

함께 참례해 향을 사라야겠다

 

그건 모이자는 약속이기 보다

그냥 정해진 거다

그러면 해설사, 남불회, 흥우회

아니 그냥 너나 없이

모도 다 동참 하지 않을까

위 - 장흥 해동사 위패봉안 기념촬영(19551027, 장흥 안종복님 제공) 

아래 - 장흥 해동사 건립 장흥대교(국도2호선) 행렬, 큰딸 안현생, 조카 안춘생

 

2014년 9월 26일(금)

만수촌 길따라 들른 뒤

9월 30일 무안 남악행 광주발

시외버스에서 갈무리하다.

 

20150429 장흥 해동사 전라남도 문화재 지정예고 

20160326 그 뜻을 기리며 올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