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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의 즐거움131 - 운주사 석불석탑군, 추상적인 조형성과 독창적인 군집성

향토학인 2017. 10. 3. 17:02

인지의 즐거움131

  

운주사 석불석탑군, 추상적인 조형성과 독창적인 군집성

   

김희태

   

고려시대 종교와 과학기술의 총체적 집대성

  

운주사(雲住寺).

‘천불천탑’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졌다. 산등성이 사이 골짜기에 수많은 석탑과 석불이 모두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의 많은 성보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 온다. 오랜기간의 조사와 연구, 자문을 거쳐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2017년 3월. 등재 명칭은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Stone Buddhas & Pagodas at Hwasun Unjusa Temple). 우선 그 탁월한 가치를 들어보고 하나씩 살펴 보자.

  

고려시대에 조성된 매우 다양한 형태의 석불상과 석탑 그리고 별자리나 칠성신앙과 관련되는 칠성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공간적 조성과 형태의 다양성, 조형성은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이다. 또한, 운주사는 다른 불교사찰과 달리 불교적 요소와 외에도 밀교, 도교적 요소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사찰 경내에 불상과 불탑의 석재를 채굴했던 채석장과 석재 운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도 매우 특이하다.

 

  운주사는 영산강 지류인 대초천의 상류지역에 위치하며 해발 100m의 야트막한 산악지대의 남북방향으로 뻗은 골짜기에 위치하며 좌우 산등성이 사이 골짜기에 탑과 불상을 배치하였다. 이곳은 화순, 나주, 장흥의 세 지역이 교차되는 지점으로 옛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었다.

  

현재 운주사에는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석탑은 22기, 석불상은 101체가 산과 계곡사이 여기저기에 배치되어 있다.

  

운주사는 그동안 창건연대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어 왔다. 전남대학교 박물관에서 수행한 발굴조사(1984~1989년)에 따라 고려 초인 10세기 말에서 11세기 초에 창건되어 12세기에 최고 전성기를 가졌으며 조선 정유재란(1597년)기간 중 방화로 폐사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오랜 기간동안 폐사되었다가 20세기 초에 들어와 여러 차례 중창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운주사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1530년)에 나와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 능성현 불우(佛宇)조에 “雲柱寺 在千佛山 寺之左右山脊 石佛石塔 各一千 又有石室 二石佛相背以坐” (운주사는 천불산 속에 있는데 절의 좌우 산허리에 석불석탑이 각 1천 개씩 있으며 또 석실이 있어 두 석불이 등을 마주 대하고 앉아있다”는 내용이다. 석불석탑이 각 1천 개씩 있다는 기록으로 인해 ‘천불천탑(千佛千塔)의 사찰’로 불리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드문 추상적인 조형성과 독창적인 군집성

  

운주사의 석불은 와형불, 좌불, 입불, 석조불감 쌍배불좌상 따위의 다양한 형태이다. 이 가운데 형태를 제대로 갖춘 석조 불상은 62점이 전해지며 이 밖에 머리 혹은 몸체만 남아있는 불상도 많이 남아있다. 이들 불상들은 단독 혹은 군집형태로 산재해 있는데 단독형 불상은 모두 7점으로 중앙 평지, 산정상부, 그리고 거대한 암벽에 위치해 있다. 군집형태의 불상은 44점으로 자연암반을 감실처럼 공간을 만들어 여러 개의 불상들을 무리지어 안치하였다. 이들 석불군은 대체로 좌상을 주존불로, 입상을 좌우에 협시불로 안치한 모습을 띠고 있다.

  

운주사의 석탑은 현재 온전한 형태를 갖춘 것은 22기이지만 여러 탑재들의 연구를 통해 운주사 경내에 약30여기의 탑이 존재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시대의 석탑은 신라시대의 일률적인 석탑양식에서 벗어나 각 지방적 특색이 반영된 여러 형태를 보이고 있다. 운주사의 석탑에서 방형석탑, 원형석탑(원구형, 원판형), 모전계열석탑, 석주형석탑 등 다양성과 무정제성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탑신의 면석에 표현된 마름모(◇,◈), 교차선(×,××), 수직선(IIII), 사절선 따위의 기하학적 문양은 한국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문양이다.

  

칠성석은 서쪽 산중턱에 지름 2~4m 크기의 석재원반 7개가 북두칠성의 모양대로 위치해 있다. 이 원판들은 북두칠성의 밝기에 따라 두께가 다르게 제작되어 있다. 12~13세기경 제작되었을 것으로 보는 이 칠성석은 전 가장 오래된 별 등급 데이터로 세계적으로 귀중한 천문학 관련 유산으로 평가된다.

  

화순 운주사 석불석탑군은 10세기부터 같은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신앙행위가 이어져온 문화유산으로 모든 유물이 진품임과 동시에 출처가 분명하며, 재질과 기법 등이 원래의 가치를 잘 보존하고 있다. 화순 운주사지는 현재 국가지정 문화재 사적 제312호이고, 석탑과 석불상은 국가지정 보물(3건)과 전라남도 유형문화재(10건), 전라남도 문화재자료(2건)로 지정되어 있다.

  

운주사는 10세기말에서 16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전기에 걸쳐 종교적인 왕성한 신앙 공간이었으며 불교와 밀교, 도교, 천문학, 석불ㆍ석탑 건축술 등의 종교와 과학기술의 총체적 집대성의 결과물로 아시아 여타 불교유산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또한 석불석탑군의 추상적인 조형성과 독창적인 군집성은 한국 사찰뿐만 아니라 불교를 수용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특성이다.

  

* 문화재청 발행 계간 <KOREAN HERITAGE>(영문) 2017 가을호(한글 원고)

* 도움말, 자료 제공 : 황호균(전남대박물관), 심홍섭(화순군청)

* Kim Heetae, Unjusa Temple and Its Striking Array of Buddhist and Pagodas, <KOREAN HERITAGE> 2017 AUTUMN Vol.10 No.3 pp 26~31






조선시대 후기 고지도의 운주탑(1872년. 능주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