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30 - 휘영청 밝은 저 달 보며 세시풍속놀이를, 한가위 추석(秋夕)

향토학인 2017. 9. 30. 11:41

인지의 즐거움130


휘영청 밝은 저 달 보며 세시풍속놀이를, 한가위 추석(秋夕)

  

김희태


  한가위 팔월 보름 전날 밤, 동네 아이들이 콩밭으로 달려간다. 옷을 걸치지 않고 발가벗고 뛰어간다. 콩밭 고랑을 자기 나이 수만큼 기어 다닌다. 밭둑에다 음식을 차려놓고 토지신을 위하는 일도 있는데, 이렇게 하면 밭곡식이 풍년들어 많은 수확을 올릴 뿐 아니라 평소 몸에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진도나 신안 등 섬 지방에서 많이 했던 풍속이다. 땅의 영험을 빌어 건강을 염원했던 일종의 속신(俗信)이다.

  

  수십명의 부녀자들이 밝은 달밤에 손에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돌면서 춤을 추는 강강술래, 여성의 대표적인 민속놀이지만 힘이 넘치고 역동적이다. 가까운 동네 사람들이 중간되는 지점에서 만나 노래겨루기도 한다. 반보기 또는 중로 보기라고 한다. 또 달마중을 가기도 한다. 먼저 떠오르는 달을 보기 위하여 산에 오르기도 한다. 휘영청 밝은 달을 보고 절을 하며 자기의 소원을 빌기도 한다. 남보다 먼저 보게 되면 아들을 낳게 된다고 한다. 일년 가운데 가장 큰 보름달, 그 달의 정령과 인간의 합일을 뜻한다 하겠다.

  

  추석은 일년 가운데 가장 큰 명절이다. 농촌에 있어서는 오곡백과가 풍성하고 유난히 달이 밝은 날이며 놀기에도 알맞은 절기라는 특성 때문에 거리낌 없이 즐기는 민속놀이가 성행하는 때이다. 고대의 역사서인 <삼국유사>에서도 기록으로 확인된다. 전남에서는 ‘가웃날’ ‘가위’ ’가우’들로 불리기도 한다.

  

  추석의 대표적인 세시 의례는 차례와 성묘이다. 새로 난 쌀로 송편을 빚고 밥을 지으며 온갖 과일을 마련하여 조상께 차례를 올린다. 또한 추석을 전후하여 잘 익은 벼나 수수, 조의 목을 한 웅큼 잘라서 집안의 방문이나 기둥위에 걸어둔다. 이것을 '올개심리'라 한다.

 

  배를 부리는 집이나 차를 가진 집에서는 배나 차에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부엌의 솥 위에 조왕 중발을 모신 집에서는 추석절을 기해 중발 물 갈아주기를 하고 제상을 진설한다. 새벽녘에 차례를 지내고 나서 아침녁에는 성묘를 한다.

 

  시절음식 또한 풍성하다. 덜 익은 벼를 쪄 말려 찧은 올벼쌀도 맛볼 수 있고, 갖가지 과일맛도 상큼하다. 토란국, 풋콩, 들깻잎 찜, 콩나물, 녹두나물은 물론 익어갈 무렵의 고추맛이나 민물고기에 풋고추를 섞어서 먹는다. 감 또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그런데 지금은 잊혀져가는 세시 풍속이다. 그렇지만 해마다 전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귀성이라는 대장관을 연출한다. 추석명절에 차례와 성묘를 못 하는 것을 자손된 도리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의 의식구조이다. 내면에는 숭조와 효도, 우리의 전통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추석을 맞아 전남 도내에서는 다양한 세시풍속놀이와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목포역광장의 ‘우리네 살람살이 만월같이 비추소서’라는 민속놀이 재현행사를 비롯하여 농악풍물굿과 윷놀이, 줄다리기를 마을회관이나 학교운동장 등 195개 다중 집합 장소에서 행해진다. 고향을 찾아 조상께 성묘하고 어르신들을 뵈온 뒤 자녀들과 세시풍속놀를 함께 하면 어떨까.

  

* <예향전남소식>(열린새뜸 전남논단) 2006년 10월 02일자

* 2017년 올해(9.30~10.9)는 전남도내 115개소의 다중 집합장소에서 세시풍속놀이와 문화행사가 열린다.

전남 2017 추석맞이 세시풍속놀이 문화행사 계획.pdf



장흥 오헌 고택(국가민속문화재) 추석 경관 








전남 2017 추석맞이 세시풍속놀이 문화행사 계획.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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