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19 - 惠雲 박선홍선생이 사랑한 無等山, 2008

향토학인 2017. 8. 10. 21:59

인지의 즐거움119

 

惠雲 박선홍선생이 사랑한 無等山, 2008

 

김희태

 

혜운 박선홍 선생의 <무등산>은 1976년 5월 1일 광주에서 초판이 발간되었다. 349쪽. 2,300원의 정가가 쓰여 있지만, 증정본으로 대분분 발송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고 시설이 좋아 인쇄와 출판을 어느 곳에 맡겨도 고급인쇄가 가능하지만, 30년도 넘는 그 시절에는 인쇄출판업은 영세하였다. 다만, 날마다 정보를 제공하는 신문사 만큼은 그래도 좋은 시설에 인력이 있었다. 하여 당시 전남매일출판국에서 원색사진까지 곁들여 당시로서는 고급으로 인쇄하였다. 어려운 여건이었지만, 무등산에 대해서 하나라도 더 알리려는 혜운선생의 눈물어린 노력이었고 일종의 투자였던 셈이다.

 

표지에 무등산의 서운(瑞雲)이 감싸는 하경(夏景), 의재 허백련 화백의 제자(題字)를 담고, 내지는 희재 문장호선생의 무등산도, 이어 원색사진으로 전남대 용봉대에서 바라 본 무등원경, 무등산 설경, 증심사 대웅전, 입석대, 무등산 출토 분청사기를 실었다.


무등산 안내도에 이어 허연시인의 서시 무등의 노래, 배동신 화백의 그림, 박인천 당시 광주상공회의소 명예회장과 고재기 당시 전남대 국문과 교수이자 도서관장의 서문에 이어 본문이 있다.

 

본문은 모두 5개장, 종장과 부록으로 실은 유서석록까지 한다면 7개장으로 구성된 셈이다.

 

하나의 정보라도 더 전달하기 위하여 앞의 면지에는 충효리의 비문 탁본을, 뒤의 면지는 송강 정철의 시비 탁본문을 실었다.

 

편집은 양재윤, 사진은 오종태와 임용재.

 

초판본 표지에는 또 하나의 중요한 정보가 있다.

 

1976. 5. 17 / 문화공보부 문화재관리국 / 문화재 위원회 심의필 / 문화재위 가 A-1호

 

당시 중요한 문화재가 있는 지역의 조사연구서나 해설서는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했는데, <무등산> 초판은 발간되면서 문화재위원회로부터 일종의 공인을 받은 셈이다.

 

근래들어 자세한 고증 없이 글을 쓰고 겉 핥기식 배운 지식으로 문화유산해설입네 하는 사회세태를 보면서, 30년도 넘는 훨씬 전, 인터넷 세대들에게는 호랑이 담배필 무렵으로 그려지는 그 시절에 국가 전문심의기구로부터 심의필증을 받은 책. 더 이상 한줄 글을 쓴다는게 부끄러울 뿐....

 

당시 혜운선생의 나이 51세, 광주상공회의소 근무.

 

17살 때에 무등산 천왕봉에서 찍은 사진(7판 87쪽)이 있으니 무등산을 탐력한지 24년만에 온전히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다산 정약용선생 역시 17살 청년 시절에 무등산에 올랐다. <서석산기>와 <물염정기>(7판 106쪽)를 남긴다. 화순현감으로 부임한 부친을 뵈러 와서이다. 무등의 품에서 호연지기를 길렀다 할까.

 

그런데 이번 준비 모임[2008.12.19. 18:00]에서의 광주의 옛 역사 현장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귀중한 증언을 들 수 있었다.

 

혜운선생은 수창초등학교, 당시 北町소학교를 다녔는데, ‘원족’이라 부르는 소풍을 학년별로 정해 놓고 갔다고 한다.

 

1학년 광주천, 2학년 수원지, 3학년 증심사, 4학년 약사암, 5학년 원효사, 6학년 무등산 정상을 갔었다는 것이다. 시절이 어려운 시절이지만 지역을 알 수 있는 계기를 어릴 때 제공했던것 같다.


이처럼 무등산을 어릴 적부터 접했던 것이고, 정상을 오른 것이 초등 6학년, 등산으로 오른 것이 17살. 80인생살이에 70년이 무등산과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지방 최초의 산악단체인 전남산악회의 조직에 참여하여 무등산 사랑운동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이 1955년이니, 실로 반세기의 <무등산> 사랑 여정이다.

 

판수

출판사

발행일

쪽수

정가

비고

초판

全南每日出版局

1976.05.01

349쪽

2,300원

 

2판

全南每日出版局

1977.10.10

355쪽

2,900원

 

3판

도서출판 규장각

1990.11.05

421쪽

4,800원

 

4판

금호문화

1997.02.20

436쪽

9,000원

 

5판

금호문화

1998.10.20

436쪽

10,000원

일어번역판본

6판

다지리

2003.10.30

507쪽

13,000원

 

7판

다지리

2008.09.25

533쪽

23,000원

 

일어 번역판

국문·일문 대역

2005.

上 246쪽 下 248쪽

비매품

[유인물]

管原久和 譯

 

판별로 살펴 보면 두가지 변화가 눈에 띤다. 하나는 정가인데, 물가변동은 당연히 반영되는 것이리라. 또 다른 하나는 분량의 증가이다. 초판 340쪽에서 시작해 3판에서 400쪽이 넘었고 7판은 533쪽의 분량이다.

 

판을 거듭할 수록 “무등산에 파묻혀 고구(考究)하고 탐력(探歷)하며 살아온 셈”이라며 주변의 지인들이나 후학들은 혜운선생의 무등산 사랑을 우러르며 본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혜운선생은 “판을 거듭할수록 무등의 영험한 신성에 혹여 흠집이 되지 않을까 조마거렸는데 많은 이들의 선의가 더해져 새로운 내용이 보강됐다”고 말한곤 한다. 본인의 고구보다는 주변 인들의 선의를 더 내세우시는 것이다. 겸손이려니 할 수도 있지만, 후덕한 무등산을 닮은 성품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실 것이다. 우리가 다 함께 사랑해야 한다는 당위를 담고 있는.....


7판은 판형을 바꿨다. 현대 감각을 살렸고 사진도 원색으로 300여장을 실었다. “비쥬얼”의 시대추이에 맞췄다고 할까. 그리고 한문으로 표기했던 지리지나 읍지 등 옛 기록들은 한글로 풀었다.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전국 유일의 와송정(7판 261쪽)도 찾아 냈다. 호남은행 설립자 무송 현준호의 재각 원 이름이 학선재(鶴仙齋)라는 것도 상량문(7판 190쪽)과 함께 소개 했다. 그 사이 서석대와 입석대의 주상절리(7판 76쪽)는 국가지정문화재(천연기념물 465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7판 사진은 오종태, 손재석, 심재하, 송희범, 신장용, 정명철, 이종인

7판 편집은 위증, 한영숙, 강현구, 김희태, 최일출 / 다지리

 

이제 惠雲 박선홍선생이 사랑한 無等山, 그 무등산의 이력서인 <무등산> 반세기를 돌아 보면서 혜운선생을 모시고 우리 후학들은 할 일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무등산>에 대한 기록의 수집과 정리이다. 혜운선생의 반세가 여정과 같이 우리 모두가 평생의 여정으로 추스러 가야 할 것이다. 혜운 선생이 초판에서 소개한 고경명선생의 <유서석록> 처럼 선인들의 시문과 기문 등 더 많은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집대성하여야 한다. 하여 <무등산 사전>으로 진전되었으면 싶다. 전국 어느 서점에 가더라도 <무등산 사전>이 있다면......

 

하나는, 무등산의 “업그레이드” 이다. 도립공원이면서, 부분 부분 보물이나 지방문화재가 있다, 다행히 입석대와 서석대의 주상절리가 국가지정문화재가 되었다. 국내 최대급에 속하는 지질학 특징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나아가 국립공원 지정, 자연경관과 문화경관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명승(국가지정문화재)으로도 지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하는데 힘과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7판 77쪽]

 

하나는, <무등산>이 기틀이 되어 지역 문화 역사자원을 고구 탐력하는 향토학의 또 다른 출발이 되어야 한다. 특히 ‘광주학(光州學)’으로 가는 시발점, 그 ‘스타트’를 오늘 모인 우리들이 발동을 걸어 보자.

 

혜운선생은 올해 회혼이 되시는 해이다. 8순을 맞으신 평생 반려, 사모님과 함께 학수천년하시기를 기원드리면서, <무등산>이 또 다른 모습으로 잉태되기를 기대해 본다.

 

* 2008.12.23. <惠雲 박선홍선생이 사랑한 無等山>(무등산 7판 출판기념회, 국립광주박물관)에서 ‘경과 : <무등산> 반세기’로 올린 글(글 김희태, 보고 주인택)


* 2012. 6. <무등산> 저작권을 <광주일백년>과 함께 광주문화재단에 기증하셨다. 경험과 견문은 공유되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하신 것이다. 기증 <무등산>은 개정증보되어 출판(2013.10.7)되었다. 8판인 셈이다.



* 2017.08.10. 혜운선생님의 영면 부음을 듣고 예전 글을 올리며  명복을 빕니다. 아울러 그때 다짐했던 세가지, '무등산 기록의 수집정리', '무등산 업그레이드', '광주학의 스타트', 다시 한번 되새기며 다짐해 봅니다






惠雲 박선홍선생이 사랑한 無等山 - 특강 : 광주학과 무등산(7판 출판기념회, 2008.12.23, 사진 이영규) 

혜운선생님 내외분과 향토사 후학들

(뒷줄 왼쪽부터 윤여정, 김희태, 강현구, 조현종, 정선종, 황호균, 이종일원장, 신장용, 조정숙, 앞줄 김경수 ; 사진 이영범)


무등산 초판~7판 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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