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299 - 장흥 고싸움줄당기기의 자료와 기록화의 의미

향토학인 2023. 4. 3. 17:38

인지의 즐거움299

 

장흥 고싸움줄당기기의 자료와 기록화의 의미

 

김희태

 

장흥고싸움줄당기기가 장흥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324일 장흥군향토문화유산심의위원회에서 지정키로 심의 가결된 것이다. 장흥군 향토문화유산은 2009년 이후 17건이 지정되었는데, 이번에 3건(장흥 고싸움 줄당기기, 경주이씨 이세충 효문, 농가집성)이 지정되어 20건이 되었다.

 

장흥 고싸움줄당기기는 2022년 문화재청 미래무형유산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기록화 사업을 추진중에 있고, 지난 33일에는 학술대회를 하여 역사적 학술적 가치와 전승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장흥군에서는 향토문화유산으로 종목 지정을 하였고, 올해 열리는 군민의날(보림문화제, 2023.004.28)에서도 실연을 하기로 하였다. 2019년 이후 4년만에 열리게 된 것이다.

 

33일 열린 학술대회 주제는 미래무형유산과 장흥 고싸움 줄당기기의 전승 방향이었고, 장흥군과 장흥문화원, 문화재청·전라남도가 주최, 주관, 후원을 하였다. 발표자와 토론자는 다음과 같다.

 

- 장흥 고싸움 줄당기기의 특징과 가치(이경엽, 목포대학교)

- 장흥 고싸움 줄당기기의 연행과 전승(이옥희, 남도학연구소)

- 장흥 고싸움 줄당기기 자료와 기록화의 의미(김희태, 전남 문화재위원회)

- 미래무형유산으로서 장흥 고싸움 줄당기기의 방향 모색(허용호, 경주대학교)

- 토론과 제안 : 좌장 이경엽교수/양기수 장흥향토사회, 문병길 문화관광해설사, 박원모 유네스코 아태무형유산센터, 고대영 당진시청 학예연구사)

 

3주제로 발표한 필자 글의 맺음말에 몇줄 보태 다음에 소개한다.

 

장흥 고싸움줄당기기 관련 자료에 대해서 정리해 보면서 기록화 사업의 사례와 의미 및 방향에 대해 살펴보았다. 학술 발제로서는 미흡한 부분이 많겠지만, 장흥 고싸움줄당기기가 미래무형유산으로 정착되는 길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장흥 고싸움줄당기기의 자료는 우선 문헌 관련 자료를 들 수 있다. 무형유산이나 민속문화, 생활사 자료들은 문헌 기록으로 전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선비들이 지은 한시(漢詩) 2수를 확인하였다. 줄을 만들거나 당기는 직접 참여자는 아니지만, 관람자도 참여자의 한 축이라 주목할 자료이다.

 

하나는 1918년으로 연대가 확인되는 시로 이인근(1883~1949)소천유고에 있는 무오년 정월에 백형의 삭전운에 차운하다[戊午正月次白兄索戰韻]이다. “징 북소리 시끌벅적 호령소리 분명하니, 동서의 형세 두 편으로 나뉘어 일어나네. 용과 호랑이 천근의 힘으로 다투어 싸우고, 땅과 하늘 만인의 소리로 기울고 무너지네.(鉦鼓喧喧號令明 東西形勢兩分生 龍爭虎鬪千斤力 地塌天崩萬仞聲)” 풍악과 호령, 용호상박의 줄당기기 현장을 읊고 있다.

 

다른 한 수의 시는 김옥섭(1878~1930)신헌유고에 실려 있는 정월 보름에 줄당기기를 보다[上元日 觀索戱]이다. “머리를 맞대고 쌍용이 들 가운데서 싸우고, 성 가득 우레 북 울려 하늘을 흔들려하네. 웅건한 기세로 다투니 끝내 진정되기 어려워, 마침내 움직이지 않고 견디고 있으니 가련하구나.(交首雙龍鬪野田 滿城雷鼓欲掀天 爭雄氣勢終難穩 畢竟戢鱗堪可憐)”라는 내용이다.

 

장흥의 고싸움줄당기기는 장흥도호부가 있는 서부와 벽사도찰방역이 있는 동부로 나누어져 겨루게 되었다고 전한다. 인근 강진의 전라병영에서는 1892~1894년 사이 전라병영성안에서 줄당기기를 관람하는 주민들에 관한 기록이 있다. 전라병사가 영을 내려 주민들의 관람을 독촉하기도 한다. 고을 축제로서의 줄당기기라 할 것이다. 전라병영의 사례가 있기 때문에 장흥의 고싸움 줄당기기에 대한 조선시대의 자료도 찾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 관련 자료는 1917전남사진지에 실려 있는 사진이 장흥 고싸움줄당기기 사진으로는 가장 이른 시기이면서 전국적으로도 가장 앞선다. 일본인들이 편찬한 자료라 綱引으로 표기하고 있고 장흥읍을 동서로 가르는 예양강(현 탐진강)의 하중도에서 줄을 늘여 놓은 장면이다. 이곳 일대는 시장이 들어선 지역이다. 장옥(場屋)50여동이 보이는데, 비교해 보면 줄의 길이는 200~250 미터쯤이고 참여 인원은 300여명으로 보인다. 사진 설명에는 음력 21일 옛 관습에 따라 매년 거행하는 농민들의 줄다리기 광경이라 하였다. 1918년 한시에는 상원(上元)이라 하였다.

 

1970년에 보림문화제를 개최하면서 재현되고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데, 이 당시 원도리 일원에서 시연하는 장면과 대회에 참여한 사진이 당시 지도하였던 지춘상교수의 자료에서 확인되었다. 이후 보림문화제 때 지속이 되는데 이같은 사진 자료도 모아야 할 것이다.

 

고싸움줄당기기의 공간자료는 실제로 줄을 만들었던 동네와 이동 구간, 실연 공간, 보관 공간 등이다. 원래 제작 장소는 동부의 원도리와 행원리, 관덕리 일원, 서부의 남밖 삼리(남외, 충열, 교촌) 일원이었다. 뒤에 동부의 행원 쪽에서 제작하였다. 공동체 공간의 마을 유래, 사회구성, 제작 장소, 변화과정, 역사 배경 등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실연 공간으로는 예양강의 시장터에 대한 자료도 살펴야 한다. 공간자료로는 지도류 자료가 있다.

 

공간과 관련하여 신앙이나 의례, 공동체 조직과 운영 등 민속생활사 향촌문화사 관련해서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행원리는 오래전부터 향약이나 동약 등 공동체 조직이 운영되었고, 별신제나 산제, 촌제도 지내온 축문, 진설도, 홀기 등 자료들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 별신제중수안1860년 중수안임으로 그 이전부터 행해져 온 공동체 운영과 신앙 습속이 전한다 하겠다. 그리고 당산논, 별신젯고랑 등 관련 지명도 전하고 있다. 원도리의 당산나무 곁에서 강강술래를 하는 1938년 사진도 의미있는 자료이다.

 

영상자료는 실제 시연하는 장면을 기록으로 남긴 경우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는 것이다. 관련 기관은 물론 학자나 동호인, 향토연구자들이 찍은 영상자료도 있을 것이다. 구전자료는 장흥군향토지(1975), 고줄고을 장흥(1982) 등도 구전자료를 정리한 것이며, 장흥고싸움줄당기기(2013) 조사 과정에서 구술 면담한 자료를 모으고, 추가 정리도 필요하다.

 

줄당기기 관련된 사람은 줄을 만들거나 실제 줄당기기를 연행하는 인력을 말한다. 관점을 바꾸어 보면 놀이이자 축제, 신앙이자 의례라면 관계되는 모든 사람들이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연구자들도 포함된다.

 

기록화 사업은 국립문화재연구소(현 국립무형유산원)에서 1995년에 중요무형문화재 기록영화 제작사업을 했는데 첫 대상이 장흥 제와장(한형준)이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 구술 자서전은 2017년에 1(4호 갓일)이 간행된 이래 2022년까지 50권이 발간되었다.

 

기지시줄다리기는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기지시리 마을에서 전승되던 줄다리기로서 1973년 충남도 민속문화재, 1982년 국가무형문화재, 2015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었다. 1960~70년대 전승의 위기가 있었지만 초대 보유자인 이우영과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전승이 이어질 수 있었다. 지자체의 적극 지원으로 2011년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이 개관하였다.

 

전남도청은 1994~1996년사이 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으로 예능편 16종목, 기능편 17종목(17)을 비디오시디 제작 사업을 했다. 2010년부터 2차 단계의 무형문화재 영상기록화사업으로 2022년까지 32종목을 완료하였다. 학회나 단체, 개인이 조사와 연구를 통하여 기록화 사업을 한다. 이같은 조사를 통하여 문화재 지정이 되었고, 지정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록화 사업을 하고 있다.

 

장흥 고싸움줄당기기는 도작문화권의 보편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는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도 있으며 향토성, 예술성, 축제성이 드러난다. 150년 이상 여러 세대에 걸쳐 전승되어 전형(典型)을 유지하고 있으며 민족정체성 함양과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에 무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 이를 잘 이어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라 할 것이다.

 

*학술대회 뒤 김전환님(장흥읍 거주)이 연락을 해와서 1992년 고싸움줄당기기 영상자료(비디오 테이프 2)를 입수(2023.03.06)하였다. 장흥읍사무소에 근무할 때 행사 담당자로서 직접 촬영한 자료인데, 장흥읍 행원리에서 고줄을 제작하는 과정, 제22회 군민의날 보림문화제(1992.05.01) 전날 예양강(탐진강) 하중도 강터에서 시연하는 과정, 보림문화제 당일 시가 행진과 공설운동장 시연 과정 등 120분 분량의 영상자료였다. 30년전의 자료로서 매우 중요한 기록영상이다.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여 학술발표자와 토론자, 연구자들에게 제공하였다. 장흥군과 장흥문화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기록화 사업의 중요 자료가 될 것이다. 김전환님의 문화에 대한 애정과 기록정신에 감사드린다. 이처럼 사진이나 영상자료가 더 많이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고싸움줄당기기 고줄제작 : 2023.04.07. 금요일~04.09 일요일 / 장흥군 장흡읍 행원리 마을회관 앞.

장흥 고싸움줄당기기(2017년 보림문화제(장흥군민의날), 사진 마동욱작가)

장흥 고싸움줄당기기(2019.05.02, 김희태)

1917년 장흥 고싸움줄당기기 사진(<전남사진지>)

1918년 장흥 고싸움줄당기기 한시(漢詩)(이인근, 1883~1949, 소천유고)

1992년 4월 고줄 제작(김전환님 제공 영상자료 캡쳐)

1970년 원도리 시연(사진 지춘상교수)

1970년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국무총리상 수상, 사진 지춘상교수)

장흥 고싸움줄당기기 행군(2017년 보림문화제(장흥군민의날), 사진 마동욱작가)

202333일 학술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