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288 - 우애와 절의의 표상, 해남윤씨 사형제 청룡등 표석, 1584년

향토학인 2022. 9. 25. 22:20

인지의 즐거움288

 

우애와 절의의 표상, 해남윤씨 사형제 청룡등 표석, 1584

 

김희태

 

강진 도암면 지석리 동령마을에 있는 <해남윤씨 사형제 청룡등 표석>, 1584(선조 17, 갑신)에 새긴 석각문(石刻文)이다. 조선시대 기록유산으로 강진에서는 비교적 오래된 금석문에 든다. 2020619일 강진군 향토문화유산(유형) 68호로 지정되었다. 강진지역의 우애와 절의와 관련한 표상인물의 역사현장 기록이다.

 

이 표석은 동령마을 청룡등 해남윤씨 선산 윤륜(尹綸)선생의 묘소 앞에 있다. 윗면은 좁고 아래로 넓어지는 형태의 자연석에 새겼다. 1584년에 해남윤씨 사형제가 소나무를 심고 가꾸면서 타인들이 지나가는 것과 베지 말도록 하고 후손들이 좋은 뜻을 이어 가도록 잊지 말라는 내용이다. 원래는 표석이 묘 앞에 드러나 있었는데 보호를 위해 화강석으로 보호함을 제작하였고 앞면에는 투명판을 설치하여 볼수 있도록 하였다.

 

표석의 내용은 윗부분에 사형제의 성명 윤강(尹綱), 윤약(尹約), 윤륜(尹綸), 윤신(尹紳)을 우에서 좌로 차례로 새겼다. 아랫면에는 4행 내려쓰기로 새겼다. 1행은 만력 십이년 갑신 일(萬曆十二年 甲申 日)”이라는 연기이다. 이 해는 1584(선조 17)이다. 2행에서 4행까지는 소나무와 나무를 가꾸면서 잘 관리하고 타인들이 함부로 드나들거나 베어내지 못하도록 경계하고 이 좋은 일은 후손들이 계승해 나가고 잊지 말라는 내용이다. 이들 형제는 10여년 뒤 정유재란을 맞아 의병의 길로 나서 충의를 실천한다. 특히 윤륜은 선무원종공신에 훈록되고 호남절의록에 공적이 올라 있다. 그리고 화암사(花巖祠)에 배향된다.

 

尹綱 尹約 尹綸 尹紳

萬曆十二年 甲申日

爲此青龍種松種木 위차청룡종송종목

   이곳은 청룡등으로 소나무와 나무를 많이 심고

他人見此勿剪勿伐 타인견차물전물벌

   다른 사람들이 함부로 깎거나 베지 못하도록 하여

浚昆見此善継勿失 준곤견차선계물실

   후손들이 이 착한 일을 이어가는 일을 잊지 않도록 하라.

 

해남윤씨 윤강, 윤약, 윤륜, 윤신 사형제는 교수 윤순(尹循)의 손자이고 습독(習讀) 윤경우(尹景佑)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나주나씨이다.

 

윤륜은 무예가 비범하여 일찍이 무과에 급제하여 오위장군과 만호부장을 역임하였다. 임진왜란 때 용만으로 어가를 호위하고 환도 후 휴가를 얻어 고향에 있을 때 정유재란이 발발하자 주부공 윤신(尹紳), 조카 윤동철, 윤치경과 김충일, 김민백 등과 창의하여 병졸을 모으고 군기를 만들어 포진하였다 그러나 해남 연안에 상륙한 왜군이 달마산을 거쳐 북상하면서 영암·강진, 해남의 요충지인 병치와 옥천[당시 염암 소속] 성산대교들에서 적의 대군과 접전하여 수많은 왜군을 참살하며 싸우다 형제와 두 조카들이 동시에 장열하게 순절하였다. 그 공적으로 선무원종공신(宣武原從功臣) 녹훈을 받았고 화암사에 배향하고 있다.

 

윤신의 자는 자는 사진(士搢, 士縉), 호는 지석(支石)이다. 문장으로 널리 이름이 알려졌고 담략이 남보다 뛰어났다. 정유왜란(1597) 때 형인 부장 윤륜과 아들 윤동철과 함께 협력하여 병사를 모집하였다. 강진 성산에 진을 치고 적의 길목을 막아 무수히 무찔러 죽이니 바닷가 고을들이 이에 힘입어 안정을 얻었다. 뒤에 적이 크게 이르니 중과부적으로 형제와 아들 세 사람이 함께 순절하였다. 후세 사람들이 그 지역을 병치(兵峙)라 불렀다. 호남절의록에 공적이 올라 있다. 화암사에 배향하고 있다.

 

이 표석 문화재는 향토지에는 유훈비(遺訓碑)’, 해남윤씨대동보에는 표지석(標識石)’, 강진군자료에는 해남윤씨 지석리비로 표기하고 있다. 향토문화유산 조사 과정에서 도암 해남윤씨 강약윤신(綱約綸紳) 사형제 표석의 논의도 있었다. 문화재청에서 마련한 국가지정문화재 명칭 부여기준을 준용하여 소재 행정지명과 본관 성씨, 기록문 주체인 사형제, 자연지명을 포함하여 도암 해남윤씨 사형제 청룡등 표석(道巖 海南尹氏 四兄弟 靑龍嶝 標石)으로 하였다.

 

도암 지석리 동령마을 청룡등 해남윤씨 선산에 있는 윤강(尹綱), 윤약(尹約), 윤륜(尹綸), 윤신(尹紳) () 표석은 윤륜의 묘 앞에 있는데 1584년에 새긴 것이다. 사형제의 성명과 새긴 연호와 간지, 그리고 새긴 사유를 적어 놓은 유훈문의 일종이다. 임진왜란 이전 조선 중기의 연기가 확인되는 금석문이라는 점, 강진 지역 유력 성씨의 향촌 활동을 알 수 있는 점, 이후 사형제는 정유재란을 맞아 의병으로 나서 절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점, 후손들이 그 정신을 이어 오고 있으며 보호 의지가 강하다는 점 등에서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있어 강진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표석 근경(보호물 설치이전, 해남윤씨대동보 인용)

표석과 묘소 전경(2020.04.09.)

표석 세부(: 1행 연호 萬曆十二/ 2행 지명 靑龍)

윤륜의 묘비(2001, 적순공파문중 건립)에 새긴 표석 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