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072
(고인돌 세계유산 등재경과)
흔한 듯 귀한 듯 고인돌, 세계의 유산이 되다. 2000
김희태
전남지역의 문화유산과 자연자원 가운데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된 유산은 <화순 고인돌유적>이다. 전남 화순군, 전북 고창군, 인천 강화군의 고인돌이 연속유산으로 2000년 12월 2일 등재되었다. 고인돌로서는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고 연속유산으로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등록되었다.
이제 돌아보니 20여년이 지났다. 등재의 과정을 되돌아 보는 것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하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유적이 세계유산으로 등재(2000.12.2.)된 직후에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2000.12.9)과 함께 열린 『2000 세계유산 모니터링 국내훈련 워크샵』에서 보고된 고인돌 등록 추진경과를 중심으로 정리해 본다. 당시 기념식은 전라남도 주최, 이코모스한국위원회 주관, 장소는 전남도청(광주) 회의실.
고인돌 2,208개소 19.058기가 분포하다.
전남도에서는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를 위하여 1983년부터 각 시군 단위 지표조사를 연차적으로 실시하였다. 이 조사를 통하여 특히 고인돌이 많이 분포된 것이 확인되었고, 20여개소를 전라남도 지방문화재로 지정하여 보호에 힘써 왔다. 한편, 전체적인 조사의 필요성이 있어 1995년부터 1996년 12월까지 고인돌과 고분 등 전남의 고대묘제를 조사하여 1997년 3월에 책자를 발간하였다.『전남의 고대묘제』(전라남도, 19970 2책.
이 조사는 목포대박물관(주관), 전남대박물관, 국립광주박물관 등 관내 조사기관이 함께 참여하였으며 고인돌은 2,208개소 19,058기가 확인되어 세계적인 밀집지역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 조사를 토대로 1997년 4월부터 학계와 문화재관리국, 그리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등의 자문과 협의를 거치게 되었다. 1997년 12월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로부터 고인돌이 세계유산으로 등록될 가능성이 있다는 회신을 받았고, 1998년 3월에는 세계유산 잠정목록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을 받기에 이르렀다.
세계유산 등재 가능성을 협의하다
1998년 3월 16일에 목포대 이영문교수, 전남대 임영진교수 등 전라남도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대형밀집지와 다수밀집지를 30여개소를 대상으로 논의를 하면서, 국제적 전문가와 현지 확인 실시키로 하였다.
1998년 3월 21일 한국고고학회장을 역임한 한양대 김병모교수를 초빙하여 이영문, 임영진 교수와 함께 현지 1차 확인을 하여 화순 고인돌군과 장흥 고인돌군 등 2개소를 선정하였다.
1998년 3월 31일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잠정목록 신청서를 제출하였는데 상기 2개소의 유적 가운데 <화순 효산리 및 대신리 고인돌>은 문화유산으로, <장흥 천관산 및 방촌 고인돌>은 복합유산으로 신청하였다.
1998년 4월 20일과 22일 사이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위한 고인돌유적답사를 실시했다. 당시 답사는 백승길 아이콤(ICOM, 국제박물관협회)한국위원장, 김병모 한양대교수, 장호수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허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홍보부장, 최순호 유네스코 한위 과장, 이영문 목포대교수, 임영진 전남대교수가 참여하고 김희태 전라남도 문화재전문위원이 안내 설명하였다.
이 조사결과 화순고인돌이 밀집도, 보존상태, 채석장 등의 특징이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되었고 4월 22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고인돌유적 답사평가회에서 전남 화순과 전북 고창을 한데 묶어서 신청하기로 결정되어 4월 25일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문화재관리국으로 잠정목록을 추천하였다.
화순과 고창 고인돌, 잠정목록신청을 결정하다
1998년 4월 29일에는 중앙문화재위원회 각 분과 추천위원 합동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추진위원회에서 화순과 고창 2개소를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추진키로 심의하였다.
1998년 6월 28일 국가 사적 지정신청을 하여, 7월 24일 중앙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7월 29일에 국가 사적으로 지정예고 되었고, 7월 31일 문화재위원인 최몽룡 서울대 교수, 한영우 서울대교수가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다.
1998년 8월 28일 문화재위원회 3분과 제8차 회의에서 사적으로 지정키로 심의하여 9월 17일자로 사적 제410호로 지정고시 되기에 이르렀다.
1998년 9월부터 1999년 4월까지 이영문 목포대교수를 조사책임자로 하여 목포대박물관에서 정밀지표조사를 실시하여 590여기가 분포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1999년 3월 31일 전남도에서 문화재관리국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하였다. 당시 신청서는 전라남도에서 초안을 작성하였고 이 초안을 전북 고창군과 인천 강화군에도 제공하여 참고토록 하였다. 3개 지역에서 제출된 신청서를 문화재청에서 종합하여 최종신청서를 작성하였다.
화순, 고창, 강화 고인돌, 세계유산 등재 신청
문화재관리국에서는 문화재위원회를 개최하여 강화를 포함하여 <화순·고창·강화 고인돌유적>을 <경주 역사유적지구>과 함께 6월 30일 유네스코에 세계유산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세계유산 등재신청은 잠정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도 동일한 유산이면 추가하여 포함할 수 있다. 잠정목록에 들지 않았던 강화 고인돌이 정식 신청할 대 포한된 것이 그 사례이다.
1999년 4월 19일부터 23일까지 전라남도와 화순군, 그리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후원으로 국제전문가 자문회의를 개최하였고, 이때 전라남도의 후원으로 이코모스(ICOMOS) 한국위원회도 창립되기에 이르렀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10년사』-1999~2009-(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 2009. 21쪽)
1999년 12월부터 2000년 3월까지는 목포대박물관에서 발굴조사를 실시하였고, 화순군에서는 국비와 지방비를 투입하여 토지매입을 하였다.
이코모스 전문가 실사, 등재 권고
2000년 2월 14일부터 2월 17일까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의뢰를 받은 이코모스(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전문가인 일본 큐슈대 니시타니 다다시[西谷正]교수가 현지 실사를 실시하였다.
* 실사기간 중 생각나는 일. 국제전문가 현지 실사 당시(2000.02.14.~02.17)의 일. 화순 춘양면 효산리 입구에 설명 현장을 마련키로 하여, 실사 전날(2.13) 최종 점검을 나갔다. 그런데 눈에 띠게 다른 현장이었다. 마을 입구 쪽의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해 버린 것. 군에서 시행한 사업인데도 부서가 달라서인지 산비탈을 깍고 마을 입구 도로를 중장비로 다듬은 흔적이 역력하다.
원형 보존이 중요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입로. 세계유산 실사를 하루 앞둔 시점. 몇 년간의 노력. 하루 남았는데 이럴 수가. 허탈함. 분노. 도저히 진정이 되질 않았다. 이 길로 실사자를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 누가 언제 그랬는지 따질 시간도 없다. 바로 내일이니. 실사자 동선을 변경할 수 밖. 도청으로 전화하여 상황 보고(국장)하고, 군으로 연락(부군수)하도록 하고. 동선을 도곡면 대신리 쪽을 입구로 변경하기로 한 것.
그날 저녁 광주에서 실사자와 도지사, 고고학 전문가를 모신 만찬 자리가 있었다. 어려운 자리이기도 했지만, 화순 현장의 일이 아른거리고 밥인지 국인지 구분이 안되고.
다음날 새벽 책을 한보따리 집어 들고 나섰다. 먼저 가서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런데, 저녁내 눈이 쏟아져 온 천지가 하얗다. 화순으로 가는 버스마저 막힌 것. 사정 사정해서 간신히 택시를 타고 현장까지 내달렸다. 마음만 그렇고, 택시는 기어갈 수밖에.
우선은 춘양면 입구현장에서 설명하기로 한 것을 춘양면사무소로 변경하자고 협의했다. 그리고 나서 둘러 보니 천지가 눈 때문에 하얀지라, 춘양쪽 마을입구의 깍아 버린 길이 눈에 덮인 것. 이것 참. 천우신조라 할까. 다시 동선을 원래대로 춘양면 입구로 변경.
춘양면사무소 설명자리에 집에서 들고 온 책 보따리를 풀었다. 전남지역의 고인돌 유적 조사 보고서류. 군 자료실 등에 있는 자료를 모아 달라 했지만, 실무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편.
2000년 4월중에 실사자는 이코모스에 조사보고서를 제출하였다. 2000년 6월 28일에는 이코모스 이사회에서 심의하여 세계유산에 등재키로 권고하였다.
24차 세계유산위원회(호주) 등재, 우리나라 여섯번째
이어 2000년 11월 19일 호주 케언즈에서 열린 제2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 가운데 문화유산으로 등록키로 최종 결정되었고 12월 2일에 공식 발표되어 우리나라 6번째 세계유산으로 등록된다.
한편, 마한역사문화연구회, 세계거석문화협회 등 민간단체에서도 국제전문가를 초빙하여 현지 답사와 강연회, 전시회, 고인돌 축제 등을 하였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방문, 한국의 고인돌 탐방, 영국 스톤헨지 등 세계 거석문화 탐방 등을 실시하면서 나름대로 큰 역할을 해 왔으며 전라남도와 화순군에서는 행정, 재정적 지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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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고인돌군은 진정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원형 보존을 철저히 원형보존과 함께 인류의 역사이해를 위한 선사문화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인위적, 자연적 파괴를 막을 수 있는 보존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한바 있다.
선사시대 고인돌로는 최초의 세계유산
고인돌은 선사시대 돌무덤의 일종으로 영어로는 돌멘(Dolmen)이라고 한다. 고인돌은 거석기념물의 하나이며 피라미드(Pyramid), 오벨리스크(Obelisk)등 이집트나 아프리카 대륙의 각종 석조물과 영국의 스톤헨지, 프랑스 카르낙의 열석(列石)등이 모두 거석문화의 산물이다.
우리나라 청동기시대의 대표적인 무덤 중의 하나인 고인돌은 세계적인 분포를 보이고 있으며 지역에 따라 시기와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이 세계적인 분포권에서 가장 밀집된 곳으로 그 중 우리나라가 그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전국적으로 약 30,000여 기에 가까운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중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창·화순·강화고인돌유적(Gochang, Hwasun and Ganghwa Dolmen Sites)은 밀집분포도, 형식의 다양성으로 고인돌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규명하는 중요한 유적이며 유럽, 중국, 일본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인돌은 선사시대 문화상을 파악할 수 있고 나아가 사회구조, 정치체계는 물론 당시인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선사시대 연구의 중요한 자료가 되는 보존가치가 높은 유적이다.
*문화재청누리집[http://www.cha.go.kr]문화유산정보/유네스코등재유산 참조
고창 고인돌 유적
전라북도 고창군 죽림리와 도산리 일대에 매산마을을 중심으로 동서로 약 1,764m 범위에 447기가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인돌 군집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다. 10톤 미만에서 300톤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으며 탁자식, 바둑판식, 지상석곽형 등 다양한 형식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화순 고인돌 유적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 효산리와 춘양면 대신리 일대의 계곡을 따라 약 10㎞에 걸쳐 596기(고인돌 287기, 추정고인돌 309기)의 고인돌이 군집을 이루어 집중분포하고 있으며 최근에 발견되어 보존상태가 좋다. 또한 고인돌의 축조과정을 보여주는 채석장이 발견되어 당시의 석재를 다루는 기술, 축조와 운반방법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유적으로 평가된다.
강화 고인돌 유적
인천광역시 강화군 부근리, 삼거리, 오상리 등의 지역에 고려산 기슭을 따라 160여기의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이곳에는 길이 6.399m, 높이 2.454m의 우리나라 최대의 탁자식 고인돌이 있으며 우리나라 고인돌의 평균고도보다 높은 해발 100m-200m까지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다.
고인돌 국제전문가 자문회의 및 문화재보존 워크숍 참가자
(전라남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공동 주최, 1999.04.21. 광주518민주묘역 방문)
오른쪽부터 1죠프리 웨인 라이트(Dr. Geoffrey Wainwright)(영국, Stonehenge 세계유산관리위원장), 2허권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문화부장, 3로저 주쏨므(Dr. Roger Joussaume)(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실장), 4최순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팀, 5장호수 문화재청 전문위원, 6강경환 문화재청 담당관, 7시란 데라니야갈라(Dr. Siran Deraniyagala)(스리랑카, 문화부 고고학국장), 10김희태 전남도청 전문위원
고창, 화순, 강화 고인돌유적 세계유산등록 증서(200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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