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353 - 보림사 사천왕상 복장 <대전화상주심경>과 남은 현봉 대종사님의 <선에서 본 반야심경>

향토학인 2024. 5. 23. 20:10

인지의 즐거움353
 

보림사 사천왕상 복장 <대전화상주심경>과 남은 현봉 대종사님의 <선에서 본 반야심경>

 

김희태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이셨던 남은 현봉 대종사님의 <선에서 본 반야심경> 서문을 읽는다. 최근 출판된 개정판 11쇄이다. 문득 눈길이 가는 대목이 있다. 전에도 읽었던 것 같은데 유난히 새롭다. 길지만 옮겨 본다.
 
“몇 년 전 봄에 장흥長興의 탐진강耽津江 가에 있는 용호정龍湖亭에서 팔순이 넘은 어느 노유老儒를 만나, 처음으로 이 『대전화상주심경(大顚和尙注心經)』을 얻어 보게 되었다.
 
그 분이 말하기를 "6·25전란이 끝난 이듬해 어느 행상이 찾아 와서 몇 권의 묵은 책을 내놓으며 '전화戰禍로 폐허가 되어버린 보림사寶林寺 부서진 불상에서 나온 책인데 사랑방의 벽지壁紙나 될까 하여 팔러 다닌다'고 하기에 아까운 생각이 들어 쌀 한 되를 주고 이 책을 구해 두었던 것"이라 했다. 그러나 불가佛家의 글이라서 좀체 이해가 되지 않아 그냥 책 궤짝 속에 보관하고 있었는데, 이것을 한번 읽어보라고 하면서 나에게 건네어 주었다. 오랜 연륜 탓인지 서슬이 닳아지고 몇 자는 좀이 슬긴 했으나 거의 완전하였으며 내용을 읽어보니 참으로 얻기 어려운 보배를 만난 듯하였다.
 
그 책의 발문跋文을 보니 영락永樂 신묘년辛卯年[1411년 조선 태종 11년] 고창현 高敞縣[오늘날의 전북 고창군] 문수사文殊寺에서 공선空禪이라는 스님과 몇몇 동참인同參人들이 발원發願하여, 『화엄경』의 「보현행원품」과 야보 도천野父 선사의 『금강경 주해』와 대전大顚 선사의 『반야심경』 주해를 중간한다고 하였다.
 
그 해壬戌 겨울에 당시 송광사 조계총림曹溪叢林 방장方丈이시던 구산九山 큰스님께 이를 뵈어 드렸더니 "참으로 희유稀有한 주해서注解書다." 하시면서 "이를 영인影印하여 널리 법공양法供養 하라.” 하도록 하시기에 큰스님께 중간서重刊序를 청하여 이듬해癸亥 정초正初에 이를 영인하여 제방諸方에 유포하였다.“(옮긴이의 말, 병인(1986) 가을/현봉 옮김, <선에서 본 반야심경>-대전화상주심경-[개정판 11쇄], 불광출판사, 2024.05.22., 009~010쪽)
 

;禪에서 본 般若心境 : 大顚和尙注心經 개정판 11쇄

 
 
장흥, 탐진강, 용호정, 보림사. 익숙한 지명이기에 눈에 띠었던 것이다. 그리고 보림사, 6·25전화, 부서진 불상, 대전화상주심경 등은 문화재와도 관련이 있다. 세세히 살피니 <선에서 본 반야심경>의 저본이 된 대전화상주심경과의 인연을 기록한 것이다. 다른 자료와 전후 사정을 살펴서 약간의 설명을 덧대어 정리해 본다.
 
처음 ‘몇 년전’이라 함은 1981년이다. 2008년 개정판 1쇄 서문에 나온다. 용호정은 장흥군 부산면 용반리 탐진강 절경지에 있는 정자이다. 최영택-최규문 부자의 효심이 깃든 곳으로 원림과 어울어져 1985년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1981년에 ‘80이 넘은 노유’라 했으니 1900년대 초반쯤 태생으로 일제강점기와 해방기, 한국전쟁 전후 등 우리의 현대사를 몸으로 부대끼면 살아 온 분일 듯하다.
 
‘보림사 불상’이라 했는데, 사천왕상을 이른 듯하다. 세간에서는 사찰의 존상이면 으레 불상이라 했을법 하기 때문이다. 구산선문종찰 보림사는 한국전쟁기에 폐허가 되고 전각은 사천왕문, 일주문(외호문), 그리고 목조 사천왕상만 겨우 원형을 유지한다. 그런데 그 사천왕상에서 1972년께 복장 전적이 쏟아져 나온다. 트럭으로 실려 나갔다는 전언도 있다. 이때 나온 전적들이 흘러 흘러 ‘행상’을 거쳐 ‘80노유’의 손에 들어 왔고, 당시 ‘쌀 한되’와 맞바꾸었고, 불가 글이라 어려워 ‘궤짝’에 묵혀 두었는데, 읽어 보라는 것이었다. 불에 탈 뻔도 했고, 벽지로 발라져 버렸을 수도 있었으나, 용케도 전해져 현봉큰스님과 인연이 된 것이다.
 
‘참으로 얻기 어려운 희유(稀有) 보배’를 만난 현봉큰스님께서는, 당시 조계총림 방장이시던 구산 큰스님께 임술 1982년 겨울에 뵈어 드리니 ‘영인하여 법공양하라’ 하시어 계해년 1983년 정초에 영인본을 낸다.
 
1983년(불기 2527년)에 낸 대전화상주심경 송광사 영인본의 저본은 고창 문수사 본(1411년, 永樂 辛卯)이다. 중간 서문은 조계총림 방장 구산(曹溪叢林 方丈 九山), 연기문(緣起文)은 시자 현봉(侍者 玄鋒). 이 책의 번역 주석본을 1986년에 현봉 큰스님이 낸다. 처음에는 <대전화상주심경>이라 하였다. 이어 출판사를 바꿔 가면서 몇차례 간행된다.
 
1988년 <(禪에서 본)般若心經> 서명으로 불일출판사에서 나온다. 2002년에는 <禪에서 본 般若心經 : 大顚和尙注心經>으로 송광에서 낸다. 2008년에는 개정판(1쇄)을 불광출판사에서 출판하였다. 이번 책은 개정판 11쇄판이다. 11쇄라 하니 꾸준히 읽혔다는 것을 반증한다 하겠다.
 
이번 책을 받아보고 되볼아 본게 있다. 11쇄가 나왔다는 지속성과 함께, 출판날자가 5월 22일인 점도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주문한 게 5월 5일인데 5월 8일자로 ‘추가발송 주문’이라는 메시지가 뜨고 9일 수령하였다. 보통 다음 날이면 오는데, 5일이 걸린 것이다. 판권을 보니 5월 22일 개정판 11쇄라 하였다. 5월 5일 주문해 9일에 받았는데, 판권은 22일이다. 아마도 11쇄를 다시 인쇄했던 것 같다.
 
앞표지의 날개에는 ‘현봉(玄鋒)스님 … 2019년 송광사 방장으로 추대되어 승보종찰의 큰 어른 역할을 해온 스님은 2024년 5월 1일 원적에 드셨다’는 역자 행적을 추기하였다. 원적에 드신 이후 11쇄를 내기로 한 것이리라. ‘스테디셀러’라는 점에서 그런 면도 있지만, 한편으로 큰스님에 대한 ‘세간의 예우’로 여겨도 될까.
 
2008년 개정판 1쇄의 서문에 ‘근년에 장흥 보림사의 사천왕상을 보수하면서 나온 복장품(服藏品) 가운데 같은 책이 발견되어 중요문화재로 등록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지정문화재에 연결되는 지점이다.
 
1986년판 서문에서 ‘80노유’가 말했다는 보림사의 ‘부서진 불상’, 곧 사천왕상에서 1994년 다시 한번 복장 불서가 출토된다. 전라남도와 장흥군의 지원으로 순천대박물관에서 실시한 보림사(당시 주지 현광스님) 학술발굴조사(책임연구원 최인선교수) 과정에서 203책(103종)이 확인된 것이다.
 
몇차례 조사를 거쳐 <금강경삼가해(언해)(金剛經三家解(諺解)>(권1), <상교정본자비도장참법(詳校正本慈悲道場懺法)>(권9~10), <월인석보(月印釋譜)>(권25)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되었고 월인석보는 권25가 처음 출현하였다. 보물 지정 조사는 임창순위원님과 박상국위원님이 하게 되었는데, 필자도 함께 이틀 밤을 조사한 기억이 난다. ‘장흥’에 동문수학한 벗이 있었는데 근황을 알 수 있을까’ 저녁을 마치고 차한잔 하면서 임창순(1914~1999) 위원께서 넌지시 묻는다. 성함을 여쭈어 알고 보니 장흥읍 평화에 사시는 서예가(성암 고재열님)이고, 마침 친구의 부친이셨다. 전화로 연결하여 서로 오랜만이라 하시면서 통화를 했다. 첫마다기 인상적이었다. 아직 살아 있냐는...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이후 전남도에서도 지정조사를 실시하였다. 당시 송일기교수님이 주관하셨고, 전종주위원님, 노기춘위원님, 김희태가 참여하였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12건의 전라남도 유형문화재가 새로 지정되었다.
 
전라남도문화재위원회는 1998년 4월 21일이다. 보림사 사천왕상 복장 불서는 개별 지정 8건, 일괄지정 1건 등 심의 안건은 9건으로 회의를 하였다. 일괄 지정 대상은 언해‧판화불서(12종 14책), 진언의례(眞言.儀禮)불서(42종 81 책), 선종불서(37종 50책), 귀중불서(27종 45책)였는데, 전체 일괄로가 아니라 종별로 일괄로 하자고 심의되어 모두 12건으로 지정하기로 하였다. 사천왕상 복장 전적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1998년 8월 20일자이다. 대전화상주심경(大顚和尙注心經)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98호로 지정되었다.
 
대전화상주심경(大顚和尙注心經)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해(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解)로 알려져 있다. 중생의 헛된 생각을 바로 잡아 불생불멸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본심 본성을 보이기 위한 경전이다.
 
◎보림사 사천왕상 복장 대전화상주심경(寶林寺四天王像腹藏 大顚和尙注心經)
 
◽지정종별 :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98호
◽지정일자 : 1998.08.20.
◽소 재 지 : 장흥군 유치면 봉덕리 45 보림사
◽수량․연대 : 1책․1411년(태종 11, 永樂 辛卯)
◽간 행 처 : 전라도 고창 문수사
◽규 격 : 28x15.5cm, 線裝. 半郭: 20.5x13.3cm, 有界, 半葉: 半葉: 10行 18小字/5行 7大字
 
◽지정사유
대전화상주심경은 일명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해로 알려져 있으며, 대각의 지혜를 가지고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망심망념을 제거하고 바로 잡아서 생사 대해의 피안(被岸)을 나누어 불생불멸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본심 본성을 보이기 위한 경이다.
 
이 책은 대전화상 요통(大顚禪師 了通)이 반야심경에 주를 편입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411년에 전라도 고창 문수사(文殊寺)에서 개판된 것이 유일하다. 보림사 사천왕상에서 발견된 복장본은 이와 동일한 판본으로 국내에 동국대도서관을 비롯하여 5개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刊記 : 永樂辛卯(1411)朱夏藏高敞縣文殊寺)(1998년 전라남도 문화재위원회 자료)
 
◎송광사 영인본 大顚和尙注心經 서지사항
 
서명/저자사항 大顚和尙注心經/ [ ]; 大顚和尙 注.
발행사항 [順天]: [松廣寺], 佛紀2527年(1983).
형태사항 不分卷1冊(38張): 四周雙邊 半郭 19.7 x 13.1 cm, 有界, 5行7字(小字10行18字), 上下內向黑魚尾; 29.4 x 18.6 cm.
表題: 大顚和尙注心經
卷首題: 大顚和尙注心經
重刊序: 佛紀二五二七年癸亥(1983)正月上元 曹溪叢林 方丈 九山撰
緣起文: 佛紀二五二七年癸亥(1983)正月 侍者 玄鋒
楮紙
원본주기 原本刊記: 永樂辛卯(1411) 朱夏藏高敞縣文殊寺:
 
*2024년 5월 17일자로 법령체계가 전환되어 ‘문화재’(문화재보호법) 용어가 ‘국가유산’(국가유산기본법)이 되었다. 문화재청도 국가유산청이 되었다. 위의 글 내용은 1981년 이후의 일이라 ‘문화재’ 용어를 쓰던 시기의 표기가 있다. 전환된 체계를 따른다면, 국가지정문화재는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된다. 용호정 정자는 문화유산이지만, 지정은 수림 자연경관을 포함한 용호정원림으로 지정되었기에 자연유산으로 분류되어 전라남도 기념물에서 전라남도 자연유산이 된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는 전라남도 유형문화유산으로 표기하게 된다.
전라남도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국가유산 전환 측면에서 보면 단어 자체로서는 전라남도국가유산위원회로 표기할수 있지만 고유명사 기구로서는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그것은 전환되 법령체계에서 저  국가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정의되어 각각 전라남도문화유산위원회, 전라남도자연유산위원회, 전라남도무형유산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재명칭 부여기준에 따르면,  행정지명을 넣게 되어 있어 ‘장흥 보림사 사천왕상 복장 대전화상주심경’으로 명칭을 변경할 것이다.
 
*대전화상주심경의 우리나라 수용과 사상사적 의의에 대해서는 다음 글이 참고가 된다.
조명제, 고려후기 『대전화상주심경』의 수용과 사상사적 의의, 불교연구57, 한국불교연구원, 2022, 181~213쪽.
 

禪에서 본 般若心境 : 大顚和尙注心經 개정판 11쇄 날개
禪에서 본 般若心經 : 大顚和尙注心經 개정판 11쇄 판권(2024년 5월 22일 발행)

 

禪에서 본 般若心經 : 大顚和尙注心經 2008년판 표지

승보종찰 송광사 역사문화환경 자문위원회 제2차 회의(위원장 방장스님, 위원 11인[사중 4, 전문가 7], 간사 1인, 2024.04.04. 14:00~17:20) 

승보종찰 송광사 역사문화환경 자문위원회 제2차 회의(성보박물관, 2024.04.04.)

행장

목우정에 올라(조계산인 남은 현봉)

임종게(조계산인 남은현봉)

 

보림사 사천왕상 복장 대전화상주심경(전라남도 유형문화재[유형문화유산])

대전화상주심경 간기(永樂辛卯(1411)朱夏藏高敞縣文殊寺)

대전화상주심경 전라남도문화재위원회 회의자료(1998)

목우자 수심결 . 국문(현봉 큰스님)과 영문(로버트 버스웰, Robert Buswell) 번역문이 한문 원문과 함께 있다. 현봉 대종사님은 '이 책이 많은 분에게 진정한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지침이되기를 바랍니다."는 말씀을 끝으로 세연을 다하고 원적에 드셨다. 목우자 수심결의 발행일은 2024년 5월 5일이다. 보조국사 종재일인 이날 세간에 내 놓았는데, 큰스님은 연화대에 오르셨다. 

수김결을 널리 펴내면서(현봉 합장)
목우자 수심결 판권(발행 불기2568(2024) 5. 5, 보조국사종재일)

 

다송자 금명 보정(현봉 지음)
-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현봉 스님은 사라질 뻔한 송광사의 옛 자료들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다송자(茶松子) 금명보정(錦溟寶鼎, 1861~1930) 선사의 업적을 알게 되었다. 이 책 《다송자 금명보정》에서는 조계종의 종통을 지키며 송광사에 관한 모든 기록을 남기고, 한편으로는 수행자로서 여여하게 일생을 마친 금명보정 선사의 일대기를 밝힌다.

솔바람 차향기-다송자 금명 의 생애와 사상(현봉 편저)

보림사 사적기(신라국무주가지산보림사사적)(조계총림 방장 남은현봉 번역)(역주 보림사 중창기, 2020(증보재판), 311~323쪽 ) - 현봉 대종사님은 문화재 관련하여 시문, 비문, 상량문, 조성기 등 수많은 기록유산에 대해 번역과 함께 자문을 해 주셨다. 송광사 성보박물관장 고경큰스님과 신은영연구원님이 연결 역할을 해 주셨다. 전남 불교유산의 문화재 지정에 큰 밑바탕이 되었다. 다시는 접하기 어려운 큰 가르침에 재삼 감사드리며 지극힌 마음으로 삼배를 올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