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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의 즐거움335 - 기념물-절터(사지)의 문화재 지정과 강진 용혈암지

향토학인 2024. 1. 30. 08:59

인지의 즐거움335

 

기념물-절터(사지)의 문화재 지정과 강진 용혈암지

 

김희태

 

강진 용혈암지(康津 龍穴庵址)2023년 전라남도 기념물이 되었다. 문화재 지정과정에서 실시한 학술대회에서 기념물-절터(사지)-용혈암지에 대해서 발표한 글을 나누어 소개한다.

 

문화재란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유형문화재·무형문화재·기념물·민속문화재로 선언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문화재보호법2(정의))

 

강진 용혈암지는 기념물가운데 절터, 가마터 등의 사적지(史蹟地)와 특별히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문화재적 가치는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강진군에서는 용혈암지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2012614일자로 강진군 향토문화유산 제47호 지정하였다. 그리고 2013~2014년 시굴조사와 발굴조사를 지원하여 ()민족문화연구원에서 조사를 실시하였다. 2013년 시굴조사를 통해 암자의 규모와 성격을 파악하였으며, 2014년에는 용혈 내부에 대한 전면적인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결과를 보면, 2013년 시굴조사에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해당하는 건물지 2동과 석렬 3, 용도 미상의 단 등이 확인되었으며 용혈 내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 다량의 청자불상편이 출토되었다.

 

2014년 발굴조사에서 층위는 11개로 구분되며, 용혈 바닥면은 현 지표에서 150정도 길이에서 확인되었다. 제단 시설도 확인되었다. 출토유물은 주로 불상들로 청자와 소조 불상 편으로 석가삼존과 나한 그리고 관련된 사자와 동자 등 권속이다. 이들 불상의 제작시기는 여래상의 통통한 얼굴과 단순하면서 친근감 있는 나한상, 청자의 조형성 등으로 보아 12~13세기로 추정된다.(강진 백련사 용혈암지 발굴조사보고서)

 

2016년에는 문화재청에서 조사한 폐사지 조사 결과에서도 문화재 지정 대상으로 선정하여 지정 권고를 한 바 있다.

 

문화재청에서는 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와 공동으로 전국의 폐사지를 조사(2010~2015)하고 문화재 지정을 추진한바 있다. 전국 폐사지 조사 대상은 4,436개소이며, 이 가운데 75개소(사적 대상 6, ·도기념물 대상 69)에 대하여 문화재 지정을 검토하기로 평가하여 시·(·)에 시달(2016.4.14)한 바 있다. 전라남도는 사적 대상 1개소(보성 개흥사지), 도기념물 대상 13개소였다. 광주광역시는 시기념물 대상 1개소(증각암지)이다.

 

사적 지정 검토대상인 보성 개흥사지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는 고려~조선시대에 걸쳐 운영, 산지형 사찰이면서 대규모 다원적 배치구조(희소성 확보), 발굴조사 결과, 청기와, 소조불, 용두소맷돌 등의 유물 출토 -‘개흥사 향로전 목조관음보살좌상’(송광사 성보박물관 소장)17~18세기 호남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색난 비구의 초기 작품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음. - 왕실사찰에 비교될 정도로 높은 사격을 지님등으로 평가하였다. 발굴조사, 학술대회(2015.10.29)를 실시하고 보성군에서 제출하여 전라남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사적) 지정신청서를 제출하였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검토 결과 다시 도지정문화재로 지정 권고되어 20201015일자로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전남지역 사지의 도기념물 지정 검토 대상 유산은 강진 용혈암지, 강진 월남리사지(8), 곡성 신덕사지, 광양 추산리 운암골사지, 담양 서봉사지, 보성 징광사지, 순천 고룡사지, 송광사 보조암지, 선암사 선조암지, 신월리사지(1), 영암 쌍계사지, 영암 용암사지, 장흥 의상암지이다.

 

이처럼 강진 용혈암지는 이미 시·도지정문화재 지정 가치가 있다는 문화재청의 평가와 도지정문화재 지정추진 권고가 있었다. 문화재청의 폐사지 조사가 2010~2015, 강진 용혈암지의 도지정문화재 지정추진 권고가 2016년에 있었다. 강진군에서는 2020~2021년 신청서 작성을 위한 문헌 학술조사를 실시하고 신청서를 전남도청에 제출했다. 20221222일 학술대회를 하였고, 전문가 조사, 전라남도 문화재위원회 검토, 지정예고(2023.05.11.)를 거쳐 2023727일자로 전라남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문헌기록 학술조사에는 다산 정약용의 용혈 관련 기록으로 용혈행(龍穴行), 조석루기(朝夕樓記), 천책의 시권에 제함(題天頙詩卷), 승려 초의 의순을 위해 써준 증언(爲草衣僧意洵贈言), 리움미술관 소장 표피장막책가도(豹皮帳幕冊架圖), 유용혈기(游龍穴記), 만덕사고려팔국사각상량문(萬德寺高麗八國師閣上樑文), 용혈암지의 관련 기록 검토 등을 하였다.

 

고려 8국사와 용혈 관련 기록으로 만덕산 백련사 원묘국사 비명병서(萬德山白蓮社圓妙國師碑銘 幷序), 만덕산 백련사주 요세 증시 원묘국사 교서(萬德山白蓮社主了世贈諡圓妙國師敎書)관고(官誥), 만덕산 백련사 정명국사 시집 서(萬德山白蓮社靜明國師詩集序), 천인이 용혈의 서() 스님에게 보낸 시 외 3, 천인이 원환 스님께 보낸 시 2, 진정국사 호산록발문(跋眞靜湖山錄), 임계일 등 고려 관인의 연사제명시첩(蓮社題名詩帖)에 수록된 한시, 천책의 연사제명시첩화답시편, 5대 이안(而安)6대 원혜(圓慧) 관련 글, 7대 무외(無畏) 정오(丁午)암거일월기(庵居日月記), 두 편의 백련사 사적비 등을 자시하게 조사하고 해설하였다.( 강진 용혈암지 문화재 지정을 위한 문헌기록 연구 학술연구보고서)

 

라남도 도지정문화재(기념물)의 지정 기준과 용혈암지의 가치에 대해서 정리해 보자. 먼저 용혈암지는 문화재보호법 제2조의 정의 가운데 제1항의 기념물에 해당한다. 다음 내용이다.

 

절터, 옛무덤, 조개무덤, 성터, 궁터, 가마터, 유물포함층 등의 사적지(史蹟地)와 특별히 기념이 될 만한 시설물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것.

 

그리고 전라남도 지정문화재 가운데 전라남도 지정 기념물은 기념물 중 향토문화 보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문화재의 정의에 해당하는 것이며, 구체적인 등재 기준은 용혈암지를 중심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전라남도 지정 문화재의 지정기준,)

 

1. 2호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문화재로서 해당 문화재가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고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 이상을 충족하는 것

. 선사시대 또는 역사시대의 사회·문화생활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가질 것

.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생활 등 각 분야에서 그 시대를 대표하거나 희소성과 상징성이 뛰어날 것

. 중대한 역사적 사건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 것

. 역사적·문화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저명한 인물의 삶과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

2. 해당 문화재의 유형별 분류기준

. 서원, 향교, 학교, 병원, 절터, 교회, 성당 등의 교육·의료·종교에 관한 유적

. 인물유적, 사건유적 등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의 기념과 관련된 유적

 

위 항목에 따라 용혈암지의 특징과 가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중요정보의 공유

고려시대의 백련사 암자로서, 조선시대에는 암자유산으로서 기록이 있다. 최근에 이르러 강진군향토지(1978), 강진군 문화유적 학술조사(1989), 강진군 문화유적분포지도(2004), 문화재청 문화재공간정보시스템 등재, 강진군 향토문화유산 지정(2012), 학술발굴조사(2013~2104), 폐사지 조사(2010~2015), 문헌학술조사(2021) 등 역사문헌자료와 조사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대표성·희소성·상징성

고려시대 불교개혁 사상운동인 백련결사의 중심사찰인 백련사의 암자로서 천인, 천책, 정오 세분 국사가 주석한 곳으로 고려 불교문화사에 있어 강학 암자유산으로서 대표성이 있다. 용혈암지는 만덕사를 창건한 원묘국사 요세(1163~1245) 때에 처음 암자로 조성되었다. 백련결사에 속한 승려들의 수행처로 활용되었고, 2세 정명국사 천인(1205~1248)이 만년에 입적한 곳이다. 이후 백련결사를 이끌었던 4대 진정국사 천책(1206~?)7대 진감국사 정오(?~?) 등 만덕사의 3국사가 거쳐 갔다. 용혈암은 고려 만덕사에 속한 유서 깊은 수행 공간이자 고려 불교의 한 성지이다. 그리고 국사 4인이 강학 암자유산으로서는 전국 적으로 매우 드문 희귀한 유산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 고려 불교개혁 사상운동의 한 중심처라 상징성이 있다. 출토유물 가운데 석가삼존과 16나한상을 청자로 제작한 매우 드문 사례로서 백련결사와 관련된 천태종 승려들 주도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희송성을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청자불상은 전성기의 청자 유색이라든지 12~13세기경의 양식적 특징을 보이는 점에서 고려시대 최고의 도자기 산지인 강진 이라는 지역적인 상징성과도 연관된다.

 

역사적 사건

용혈암지가 조영되었던 고려시대 백련사 국사 네분이 주석 강학 입적한 암자라는데서 역사적 의의가 크다. 조선후기에 강진에 유배 온 다산 정약용이 고려진정국사를 사모하여 연구를 하고 매년 봄 정기적인 유상을 통하여 용혈암 암자유산의 가치를 밝혀내고 만덕사지와 시문집에 여러 가지 글을 남겨 정리한 것도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다산 정약용에 의해 새롭게 의미가 부여되어 재탄생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역사적 인물

용혈암지는 만덕사를 창건한 원묘국사 요세(1163~1245)가 암자로 조성하였다. 이어 백련결사에 속한 승려들의 수행처이자, 2세 정명국사 천인(1205~1248)의 입적, 4대 진정국사 천책(1206~?)7대 진감국사 정오(?~?) 등 만덕사의 3국사가 주석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장소성

만덕사지용혈 정람(精藍)은 천인과 천책, 정오 세 분 국사가 정수(精修)했던 사원이라 하여 고려시대의 국사가 주석한 암자라는 점, 백련결사의 중심사찰인 백련사의 산외 암자라는 점, 청자불상 등이 출토되어 고려 최대 최고의 청자 산지인 강진지역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장소성에서 역사적, 학술적 의의가 대단히 크다.

 

*김희태, 강진 용혈암지의 문화재적 가치와 활용방안, <강진 용혈암지 보존과 활용을 위한 학술대회>, 강진, 민족문화산연구원, 2022.12.22.

 

*2024년부터는 문화재 관련 법령체계가 바뀐다.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하고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구분한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이된다. 강진 용혈암지는 '국가유산기본법'과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약칭: 문화유산법 ) '에 따르면  국가유산이며 문화유산에 해당하고, 지정문화재 종별로는 시도지정유산,  지정격으로는 전라남도 기념물이 그대로 유지된다. 이 법령은 2024년 5월 17일부터 시행된다.

발굴조사 설명회, 2013.02.25. 민족문화유산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