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284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전략과 방안
김희태
<한국의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가 2022년 8월 12일 국립광주박물관 대강당에서 있었다. 강진군·부안군·해남군이 공동주최하고 민족문화유산연구원이 주관, 국립광주박물관이 후원하였다. 6개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1972년 「세계 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이 체결되고 우리나라는 1989년에 가입하였고, 1994년 처음 세계유산 등재가 시작되었다. 1994년 문화재청(당시 문화재관리국)에서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문화유산과 자연유산 10개를 선정하여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렸다. <강진 도요지>가 포함되었다.
그 뒤 여러 논의를 거쳐 7개소는 정식으로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되었다. <석굴암ㆍ불국사>(1995년), <해인사 장경판전>(1995년), <종묘>(1995년), <창덕궁>(1997년), <화성>(1997년),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이다. 신청과정에서 명칭과 대상(구역)을 조정한 경우도 있다.
잠정목으로 유지되고 있는 3개소 가운데, <삼년산성>은 <중부내륙 산성군>으로 확대 변경하여 추진중이고,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은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취하하였다. <강진 도요지>만 1994년 이후 그대로 머물러 있는 셈이다.
다행히 강진군과 부안군, 해남군이 힘과 지혜를 모으자는 논의가 결실의 맺어 2020년 3월 17일 “한국의 고려청자요지 세계유산 등재 협약”을 체결하였다. 여러 가지 논의와 조사, 연구 등이 진행되는 가운데 학술대회를 열게 된 것이다.
세계유산은 지금까지 167개국 1,154개소(문화 897, 자연 218, 복합 39)가 등재되었다. 새로 등재하고자 잠정목록에 등재된 유산도 179개국 1,739개소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세계유산은 15개소, 잠정목록은 13개소이다. 잠정목록 1,739개소는 어찌보면 경쟁의 대상이기도 하다.
<도요지>가 1994년 이래 추진이 더딘 것은 그만큼 준비할게 많고 어렵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될 것 같다. 전남도청에서 세계유산 등재 업무를 추진했던터라, 일천한 경력이지만 주제발표에 참여하였다, 어려운 자리이지만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하고, 제도에 대해서 알고, 유산에 대해서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서이다. 그날 발표한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전략과 방안”의 맺음말에 몇줄을 덧대서 소개한다.
발표문에서는 세계유산 제도 관련 최근 동향, 세계유산 잠정목록 추진 사례 검토, 세계유산 목록 등재 사례 검토하고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유산 등록을 위한 전략과 방안을 정리해 보았다.
1994년의 <강진 도요지>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와 2019년의 <부안고려청자유적지구>로 세계유산 잠정목록 신청서 제출은 분명 명칭과 범위와 구역, 추진 주체나 설명의 방식, 25년의 시차 등에서는 다르다. 그러나 그 세부 내용으로 들어가면 동일한 지점이 있다. ‘요지’, ‘청자’, ‘고려’가 만나는 지점이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2020.01.28. 세계유산분과회의록) 검토 의견에도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요장(窯場)인 강진과 부안이 함께 묶어서 연구가 진행되어야 사라진 고려청자의 제작방식, 특징, 대단위 요업을 위한 자연 지리적 입지 환경, 가마구조, 청자의 변천 과정 및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요업의 쇠락 과정과 조운로 등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기술인 고려청자의 제작기술을 유기적으로 보여주는 물적 증거를 제시할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고 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초기 청자의 유적지구인 해남을 포함하여 <한국의 고려청자 요지>로 나아가고 있다. 그 길에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용을 간추리는 것으로 맺고자 한다.
세계유산 제도와 관련하여, 사전자문은 잠정목록 등재 이전에 국제 전문기구의 자문을 받는 제도이다. 1994년에 <강진 도요지>가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세계유산목록 등재 추진에 별다른 성과를 못내고 있는 것은 ‘매장된 유적지구’를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 가치를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더욱이 강진, 해남, 부안의 연속유산으로 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다. 사전 자문을 거쳐 방향을 잡았으면 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요건 가운데 보존관리계획 수립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연속유산에 대한 통합관리체계 마련을 위한 국내 행정체계상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법령의 개정, 조례 제정, 유산·완충구역 설정, 문화재보호법과의 절충성 고려, 통합관리기구 마련, 예산 수립 등이다.
잠정목록 추진 사례와 관련해서는, 신청기준 (ⅲ)과 관련하여 해당 유산이 사라진 문화적 전통의 유일·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임을 입증하는 조사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OUV를 증명하기 위한 유산구역과 완충구역 설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발굴조사 등을 통하여 연구성과를 축적하여 비교연구를 하고 유산의 성격을 규명해야 한다.
「세계유산협약」에 근거한 OUV 입증 조건은 등재기준, 진정성, 완전성, 보호 및 관리계획 등이다. 등재기준은 10개 항목인데 고려청자요지에 대해서는 (ii), (iii), (iv), (v), (vi) 항목이 검토 된 적이 있다. 특히 (iii) 항목에 대해서 잘 살펴야 할 것이다.
(ii)는 고려의 청자 발생은 내적으로는 삼국시대 이후 발달한 도기 제작 기술의 토대 위에 중국의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고려만의 독창적인 청자를 제작하눈 유적지구라는 점,
(iii)은 고려시대 전통 공예 산업 시설로서 고려청자를 가장 많이 생산한 최대 집산지이고 대단위 요업을 위한 자연 지리적 입지 환경, 가마 구조의 변화를 통한 청자제작 기술의 발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요업의 쇠락 과정, 조창과 조운로를 통한 고려의 청자유통 체계를 유기적으로 보여주는 독보적인 물적 증거라는 점,
(iv)은 고려시대 전통공예 산업의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상감청자를 창안한 독특한 청자 제작 기술을 실현한 유산이라는 점,
(vi)은 고려청자 요지를 기반으로 고려청자라는 시대를 뛰어 넘는 예술품이 생산되고 유통되어 유형·무형유산이 연계 가치가 있다는 점 등이다.
진정성은 고려시대 국가 기록이나 중국의 기록에서도 확인되며 대단위 청자요업과 관련한 입지와 물류, 운송 관련 주변 환경이 보존되어 있다. 1920년대에 조사되었고 1939년에 고적, 1963년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완전성은 요지와 주면의 하천과 산을 중심으로 수원 확보와 연료 집적 및 원료 채취, 인근 포구와 바닷길을 통한 운송과 유통, 도공 생활사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등재범위와 유산구역 설정은 지정구역과 보후구역은 유산구역으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300~500m)은 완충구역으로 설정하되 산이나 구릉 등 자연 지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잠정목록 추진과 함께 지정구역과 보호구역 정비가 필요하다. 유산 소재 토지의 공유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교연구는 국내의 경우, 사적 지정 유산(27개소, 고려시대 9개소)을 비교하여 <한국의 고려청자 요지>에 대한 선정 기준도 이해되도록 해야 한다. 외국의 사례는 중국과 일본 등지와 비교 연구를 해야 한다.
보존관리 항목은 등재 평가의 중요 요소이며, 신청 시점까지의 보존관리 현황은 물론, 등재 이후의 보존관리 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추진위원회 운영, 학술·보존관리·홍보 등 추진 전략 수립 등이 필요하다. 특히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유산지역 주변 정비를 위한 협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추진기구는 <한국의 갯벌>이나 <한국의 서원>처럼 민관이 공동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등재단계에서는 ‘추진단’으로 하고 등재 이후에는 ‘통합관리단’으로 지속성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보존관리계획과 관련하여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 유산구역 공간 내의 시설물에 대해서도 논리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부안 청자박물관, 강진 청자박물관 등 박물관은 기본적으로 방문객센터와 연관시키면 될 것이다. 어떤 과정과 논의를 거쳐 건립되었는지와 해당 위치에 대해서 자료가 있는데로 덧붙여 가면서 설명이 필요할 것이다. 요지와 관련성도 언급해야 될 것이다.
강진의 경우, 청자도예가 등 청자촌 조성과 청자축제 공간은 전승과 활용의 측면으로 설명하면 될 것이다. 도자문화관은 교육 시설로서 고려청자 요지의 전통과 기술을 전승하는 도예가 작품 활동 공간, 학술대회 등 학술적 공간, 참여자 교육 체험 등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건립 당시 자료를 통하여 과정과 자문 등에 대해서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같은 목적 달성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계획에 기술하면 될 것이다.
민화박물관의 경우는 고려청자 요지와는 잘 어울리지 않은 측면이 드러난다. 그런데 조금 돌이켜 볼 필요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시 내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청자 요지의 산물은 그릇이다. 그릇은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라 할 의식주 가운데 ‘식(食)’의 생활용품이다. 우리나라 민화는 생활사 자료이고 ‘식’문화 관련해서도 많은 자료가 있다. 민화 가운데 부엌과 주방, 시장과 정자, 관혼상제 등과 관련된 자료, 특히 식기와 잔치상의 그릇 등을 중심으로 한 민화를 골라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이같은 민화는 전반적인 생활문화, ‘그릇문화’와 관련됨으로 민화박물관을 건립한 것으로 설명하는 논리성을 찾아야 한다.
더 많은 논의와 조사, 연구가 이루어져 <한국의 고려청자요지> 세계유산목록 등재기념식이 열리는 날, 이번 학술대회 “발표 토론 자료”가 “등재 백서”에 기록되기를 소망한다. 질정과 제보를 기대한다.
*김희태,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전략과 방안」, 『한국의 고려청자 요지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 강진군·부안군·해남군, 민족문화유산연구원, 국립광주박물관 대강당, 2022.08.12. 3~30쪽
*세계유산등재기준(문화유산)
(ii) 오랜 시간 동안 또는 세계의 일정 문화지역 내에서 일어난 건축, 기술, 기념비적 예술, 도시 계획 또는 조경 디자인의 발전에 있어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류를 보여주어야 한다.
(iii)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가 되어야 한다.
(iv)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예증하는 건조물의 유형,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 경관의 탁월한 사례여야 한다.
(v) 문화(복수의 문화)를 대표하는 전통적 정주지(定住地)나 토지 이용, 해양 이용을 예증하거나, 인간과 환경의 상호작용, 특히 돌이킬 수 없는 변화의 영향으로 환경이 취약해졌을 때의 상호작용의 대표적 사례여야 한다.
(vi) 사건이나 살아있는 전통, 사상이나 신조, 뛰어난 보편성이 탁월한 예술 및 문학 작품과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되어야 한다. (위원회는 이 기준은 여타 기준과 연계해 사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함)
강진 고려청자요지 발굴조사(2019.11.06.)
부안 고려청자요지-부안군 보안면민이 1966년 세운 사적기념비(2021.08.08.)
해남 고려청자요지(발굴조사, 20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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