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280
‘천연기념물 연산 오계(烏鷄)’ 멸종위기, 누구라도 나서야 한다 - 2018.08.02
김희태
“연산 오계, 아버지에게 물려 받아 기자직까지 던진 한심한 친구 좀 구해 줍시다. 머리 빌려 주면 도움될 듯”(강상헌)
“연산 오계 몇가지 버스 속에세 메모해 봤습니다. 모니터링, 학술단체 성명(민속학회 등), 문화재 지킴이 연합회(대동문화) 연계 문화재청장 면담, 언론 활동, 연계 인맥 활용 등 다섯가지입니다.”(김희태)
첫 번째는 2018년 7월 18일 수요일 밤 10:36 카톡 문자. 보낸 이는 강상헌 원장님. 조금은 밑도 끝도 없다. ‘연산 오계’ 뭐지? 천연기념물 오계(烏鷄), 오골계에서 명칭 변경. 가금류(家禽類) 유일 국가지정문화재. 몇가지 자료를 뒤져 본다. 문화재청 누리집, 인터넷 기사 등. 7월 26일 방송 뉴스 “천연기념물 ‘연산 오계’ 멸종위기”
두 번째는, 열흘 뒤 7월 28일 18:09분. 장흥에서 나주로 향하던 시외 버스 안에서 강원장께 보낸 문자이다. 나주에서 열린 남도민속학회 지명과 도로명 관련 월례발표회(7.28. 13:30) 토론 사회를 마치고 급하게 장흥으로 갔는데, 강원장님의 카톡 문자 “논산에서 ‘연산 오계’ 관리인 나주 방문 중. 김희태를 만나러.”라는 내용 때문이다. 차분히 장흥 일 보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하면서도 논산에서 만나러 온다니 다시 나주로 향한 것이다. 장흥 일은 “향토사 공로패 수상”, 말하자면 시상식(7.28. 15:30)이다. 제19회 장흥 문화예술인의 날 행사와 함께 열렸다. 수상자는 마동욱(사진), 김희태(향토사). 어찌 보면 주인공인데...
7월 28일 17시 30분 장흥발 나주행 버스속에서 스마트폰의 ‘컬러노트’에 적은 다섯가지.
<연산 오계>
모니터링
학술단체 성명 - 민속학회
문화재 지킴이 - 연합회(대동문화)
언론
인맥
나주 금성관 앞에서 만나 식당으로 이동, 두부 전문점. 나주에 이런 곳도 있었나? 강상헌 우리글진흥원장, 이윤선 남도민속학회회장, 윤여정 향토학연구소장, 김희태, 이승숙천연기념물 제265호 국가지정관리자 연산 오계재단 이사장. 남도민속학회 229차 월례학술발표회 주최자, 발표자, 토론자, 토론 좌장이 있으니 네명뿐이었지만 나주 학술행사 “뒷풀이”로는 구색은 맞는다. ‘연산 오계’는 문화재 관계되니 이 또한 ‘맞춤’ 자리이다. 예의 그렇듯 여러 주제로 흐트러질 것 같아, 앉자 마자 먼저 ‘연산 오계’로 바로 직행.
‘차를 드시면서 대충 들으셨겠지만, 몇가지 문제 있는듯 합니다. 생태환경 차원에서 구입한 학교 부지에 점유하고 있는 기관이 몇 년째 나가지 않고 있고, 풍토병 등에 노출되어 가고 있고, 부화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보통 10%선인데 8.6%까지... 연구비 예산 지원도 책정되었는데 7월이 다가도록 집행이 안되고..... 그래서 멸종위기란 말이 자연스레 보도에.. 며칠전 소식을 듣고 짬짬이 자료를 뒤적이면서 몇가지 방안을 생각을 해 보았네요.“
다섯가지를 간략히 말했다. 이를 계기로 여러가지 논의가 곁들여 졌다. '모타부러’라는 게 이런 거다. 만나면 주제가 생기고, 걱정도 하고, 대안도 논의해 보고. ‘연산 오계’ 주인 이승숙님은 간간히 알 수 없는 표정이다. ‘모타부러‘라는 말부터가 익숙치 않은 게다. 충청-전라의 지연(地緣) 때문이리라. 조금 더 정리해 본다.
체계적, 전문적 모니터링과 자료 DB 구축
첫째 모니터링이다. 문화재청이나 연산오계재단 누리집, 인터넷 기사, 학술논문 색인(riss) 등 통해 봐도 그리 많은 자료가 아니다. 자료의 조사도, 축적도 되지 않았던 듯 싶다. 아직 못하고 있는 듯 싶다. 1980년 천연기념물 지정이 되었는데, 지정 당시 조사 자료나 역사적, 학술적 검토 등에 대한 자료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신청하여 몇 년 뒤에 지정했고, 지정한 뒤 통보한 공문 내용에 적힌 몇 줄의 자료만 알 수 있었다. 본인의 과문 탓도 있겠지만, 기초자료나 축적된 자료가 있어야만 그것을 토대로 모니터링이 가능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음이 가장 큰 문제로 보인다. 학술조사 등에서 정책방안으로 언급하는 관리 시스템 구축, 학술적 고증, 품종 표준의 정립과 형질 고정, 유전적 특성 연구 등을 하려면 자료의 축적과 모니터링의 지속이 선결 요건이다.
이 분야에 식견도 부족하지만 급히 자료를 보면서 드는 느낌 몇 가지 적는다. 모니터링과 관계되는 사항이다. 어느 보도문에서 ‘부화율 10% 내외, 갈수록 낮아져 8.6%’라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다.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조사하여 어느 시점에서 비교하니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인가. 그것이 객관적이고 공공성이 담보 된 것인가. 그렇다면 이를 누가해야 하는가. 어느 기관에서 해야 할 것인가. 문화재청에서 제정한 <연산 화악리의 오계 관리 지침>에 “관리는 (주)지산농원의 책임관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고 하여 개인이 전부 해야 하는가 고민이 필요하다. 국가적 관리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한편, 문화재청에서 2012년에는 <축양동물 실태조사 및 천연기념물 지정방안 연구>를 통하여 소 3종(제주 흑우, 흑우, 칡소), 돼지 2종(제주 재래 돼지, 재래돼지), 염소 1종(재래염소), 닭 7종(재래닭, 긴꼬리 닭, 제주 재래닭, 파주 재래닭, 횡성 약닭, 대전 황봉, 아산 재래닭), 개 5종(동경이, 제주개, 오수개, 불개, 댕견) 등 18종에 대한 검토를 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경주개 동경이(천연기념물 제540호, 2012), 제주 흑우(천연기념물 제546호, 2013), 제주 흑돼지(천연기념물 제550호, 2015)는 지정되었다. 이처럼 기초조사를 실시하여 동종 조사-검토-연구-지정을 해야 할 것이다.
학술단체, 문화재지킴이 연계
둘째 학술단체와 연계이다. 남도민속학회 월례학술발표회와 연관된 자리였던 터라, 남도민속학회에서 성명서 작성, 월례발표 주제 선정 등을 하는 방안이다. 성명서는 일종의 “운동” 방식이지만 공론화를 위해서는 필요하다. 이미 “연산 오계”는 차분한 절차를 따르기에는 시간이 좀 지났고, 이미 여러가지가 얽혀 버린 느낌도 있어서이다. 마침 인윤선회장인 전국 민속학술단체 연합회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어 축양동물-가금류-생활민속사-민속학회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보다 앞서 “진단”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현장 탐방(2018.08.02)도 즉석에서 결정하였다.
학술의 주제라면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오계를 포함하여 가금류(축양동물)로 범위를 잡아 본다.
가금류의 기록과 전승, 가금류의 민속과 속담, 가금류의 생태와 번식, 가금류 보존 정책과 전망, 가금류 동물 고고학, 가금류 동물 복지, 가금류 보존 전승 해외 사례, 가금류의 보존 전승 현장 사례와 문제점 등등
셋째 문화재지킴이단체와 연계이다. 참석자들과 지킴이 단체인 대동문화재단이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기도 했다. 김희태는 대동문화재단 창립회원으로서 지금도 운영이사로서 여러 가지 자문,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강상헌원장은 격월간 <대동문화> 발행인을 지낸 바 있다. 이윤선회장은 최근 격월간 <대동문화> 외부 편집 자문위원으로서 개선방안 편집회의에 참여한 바 있다.
더구나 대동문화재단 조상열 회장이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회장을 하고 있으니 연계해 보자는 것이다. 문화재지킴이 본연의 활동, 연합회의 현안 의제로서 문제 제기, 문화재청장과의 면담과 설명 등의 방안을 논의 하였다.
두 번째와 연계한다면, 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장,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장, 연산 오계 관리 등이 함께하면 금상첨화일 터. 이에 더하여 문화재청장의 현장 방문과 의견 청취, 천연기념물 축양동물 분야의 관심 확대로 이어진다는 전망도 해 본다.
또 하나는 문화재청장과의 면담의 내면에는 국가의 관심과 지원만이 아니라 조사 연구(생태, 유전자 등 포함), DB구축, 전문 모니터링 등을 국가가 직접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이미 보조금(일부)이 2018년 예산으로 책정되어 있어, “보조금 지원이 늦어져 문제 제기했다”는 정도로 보고 되고, “보조금을 빨리 지원하여 조사 연구를 바로 수행하도록 독촉 권유하겠다”는 내용으로 정책 대안(조치방안) 보고서가 올라 간다면, 여러 차례 지적된 “멸종 위기”를 타개할 근본 방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금류 유일의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의 입법 정신을 살려, 문화재청이 직접 나설 수 있는 방안이 과연 없을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지역의 일이고, 사유의 개념이고, 관리 지침에 관리책임자(지산농원 주인)의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고 해서, “그 절차에 규정된대로 하자”, “조금 빨리 진행되도록 챙겨 보겠다”는 정도에만 머문다면 너무나도 안이한 대처가 되고 말 것이다.
국가가 직접 추진하는 방안은 최근의 구례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수리사업이 참고가 된다. 국비보조 문화재사업으로 추진하던 차에 문제가 있어 제대로 못하고 다시 국가 사업으로 직접 추진하게 되었다. 이 탑이 국보이기는 하지만 국가가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문화재는 아니지만, 국가(국립문화재연구소)가 직접 수리를 담당하게 된 것이다.
“연산 오계” 생태조사연구 계획도 총 5억여원에 2018년 5천만원이 책정되었다 한다.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보 “화엄사 사사자삼층석탑” 수리와 “연산 화악리 오계 멸종 위기”, 우리 후손들이 그 경중(輕重)을 가릴 권한은 없다. 국가가 나서야 하는 당위이다. 분명, 민속학단체회장, 문화재지킴이 연합회장이 문화재청장을 만나 건의할 수 있는 일이다. 정책으로 입안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장과 전망”이 “연산 오계”에 머물러서만은 안된다.
문화재지킴이는 충청남도의 경우 178건의 지킴이가 문화재청에 등록되어 있다. 연산 화악리 오계의 경우 4명의 문화재지킴이가 등록되어 있다.(문화재청 문화재지킴이[https://jikimi.cha.go.kr]/우리지역문화재지킴이 현황)
문화재 지킴이 활동 안내서(문화재청, 2016)에 따르면 천연기념물 동물 분야는 다음과 같은 활동이 예시되어 있다.
○ 일반사항
1) 탈것을 반드시 지정된 주차장에 주차했는가?
2)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방뇨하여 환경을 오염시켰는가?
3) 천연기념물 보호구역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으로 오염시키는가?
4) 생태환경을 어지럽히거나 훼손한 등의 원인이 있는가?
5) 외래종이 생장·서식하고 있는가?
6)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내에서 허가 없이 동물, 식물, 광물의 반입·반출행위가 있는가?
7)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내에서 탐방지침을 주지시켰는가?
8) 천연기념물 보호구역내에서 불을 피우는가?
9) 천연기념물 탐방 시 안전수칙을 충분히 숙지하거나, 준수하고 있는가?
10) 기타 환경생태 탐방프로그램의 부작용이 존재하는가?
○ 동물분야
1) 올무 등 사냥을 위한 덫이 설치되어 있는가?
2) 사냥을 위한 독극물이 주입된 미끼가 방치되어 있는가?
3) 어민, 낚시꾼들이 버린 불법 어구가 방치되어 있는가?
4) 생태적인 고려 없이 동물의 무단 방생이 행해지는가?
5) 번식기, 산란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는가?
6) 집단서식지에 허가 없이 드나드는 행위가 존재하는가?
7) 방문객들이 동물에게 함부로 먹이를 주는가?
8) 소음 및 각종 행위 등으로 모니터링 대상 동물들을 놀라게 하였는가?
언론과 연계 인맥 활용, 관리자도 나서야
넷째 언론을 통한 홍보와 문제제기, 대안 제시이다. 보통의 경우, 어느 일이던 사건화가 되면 문제 제기가 따르고 약식의 처방에 머물고 만다. 지속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예전의 자료를 찾아서, 그 당시의 참여자(보도 집필한 언론인이나 인터뷰한 전문가 등)를 찾아서 그때의 감흥을 환기시키면서 후속 전문 심층 보도를 요청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면서 당면 현안을 함께 곁들여서.
다섯째 연계 인맥 활용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도 인맥 활용의 한 방안일 것이다. 어쩌면 “청탁”으로 오해될 수도 있지만, “민족문화 계승”, “국민의 문화적 향상 도모”, “인류문화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의 입법 목적을 따른다면 오히려 “청탁”은 권장 덕목이다. 그날 현장에서는 다양한 인명과 직위가 거론되었다. 이같은 인맥에 따른 “청탁”이 없더라도 “문제 제기”, “대안 모색”, “해결 방안”, “정책 개선” 등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당일 토론에서는 다섯가지 내용을 주로 이야기 하였다. 생태환경 보존이나 유전자 조사 등 연산 오계의 생태에 대해서도 논의했지만, 요즘 제기된 현안 중심으로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날 한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미루어 둔 것이 있다. 주민들과의 관계이다. 이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매년 축제도 하고 많은 사람이 방문도 할 것이다. “연산 오계”가 주인공이지만, 축제나 방문을 하는 사람도, 함께 사는 주민들도, 관리자도 또 다른 측면에서는 주인공이다. 함께 가는 길을 꾀해야 한다.
〇2018년 8월 2일(목) 충남 논산시 연산면 화악리 “천연기념물 연산 화악리 오계((連山 花岳里의 烏鷄) )” 현장을 방문하여 여러 가지 공부를 하면서 토론도 하였다. 7월 18일 소식을 듣고 2주 남짓 모은 자료들을 편집하여 20부(55쪽)를 제본하였다. 자료는 모아야 하고, 모은 자료는 제본해 두어야만 관리와 활용이 된다는 관행에서였다. 자료집의 제목은 <천연기념물(축양동물) 연산 화악리의 오계(烏鷄)-문화재 현장과 전망1001->. 1001의 번호는 문화재 현장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뜻을 담았다. 앞 글은 2018년 7월 28일(토) 밤 나주에서 막걸리잔과 두부김치 곁들여 토론한 내용을 김희태가 정리하였다. 강상헌·윤여정·이윤선·김희태 명의로 자료집에 실은 것을 조금 다듬었다. 8월 2일 기행답사 자료집에 실린 제목은 '연산 오계(烏鷄)’ 멸종위기, 누구라도 나서야 한다'. 참석한 사람은 윤여정(향토학연구소장)·이윤선(남도속학회장)·김희태·박춘규(남도불교문화연구회장)·이영범(사진작가)이었다. 광주 오는 길에 개태사를 들렀다.
참고자료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동물 종 보호관리 방안 마련 연구용역>, 2006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동물)의 역사적·문화적 가치 정립과 분류학적 특징 분석>, 2008.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 <천연기념물(동물분야) 정보DB 구축을 위한 연구>, 2007
문화재청, <2007년도 천연기념물(동물, 도래지) 모니터링 보고서>, 2007
천연기념물 연산 오계 멸종될라…논산시 왜 이러나? (연합뉴스 2018.07.15)
연산 오계 혈통보전부지 방치 논산시, 연구비도 집행 안해 (연합뉴스 2018.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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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골계가 아닙니다 ‘연산오계’입니다(한겨레, 2015.06.24)
천연기념물 연산 화악리의 오계(烏鷄)(사진 이영범작가)
현장 토론(2018.08.02)
<천연기념물(축양동물) 연산 화악리의 오계(烏鷄)-문화재 현장과 전망1001-> 자료집 표지(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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