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48 - 화순 석암유장 십팔영(石巖幽庄 十八詠)명 석비

향토학인 2018. 4. 5. 08:16

인지의 즐거움148


석암유장 십팔영(石巖幽庄 十八詠)명 석비


김희태


전라남도 화순군 춘양면 부곡리 산144-2 소재, 자연 암벽에 있는 석비문.


지석강(드들강)가 소로에 곁에 있던 석비를 길을 넓히면서 현 위치에 옮겨 시멘트로 암벽에 붙인 형태이다. 언뜻 보면 암벽에 암각한 것처럼 보인다. 1920년 1월 하순에 구교신(具敎信)이 쓴 기록이다. 가운데 대자로 ‘石巖幽庄十八詠’이라 내려 쓰고 양 쪽에 2행씩 내용을 기록하였다. 끝에 연기가 있는데 ‘崇禎記元後五庚申’으로 표기하였다. 우선 옮겨 본다. ‘/’ 표기는 행이 바뀐 곳이다.


석암유장 십팔영
아 돌아가신 아버지 석암부군은 휘가 경모이다. 금곡리 유장에 은거면서 덕성을 함양하였다. 정자를 지어 석암정이라 하였다. 십팔영이 있다.[□□遺稿]에 실려 있다] 부춘강에서 충신강까지 개개로 읊은 것이다. 돌에 새기려 했는데 이루지 못하였다. 교신이 삼가함 없이 그 뜻을 이어 드디어 뚜렷하게 새겼으니 세세토록 전하려고 꾀해서이다. 옛사람이 평천장이라 한 것과 같다. 1920년 1월 하순 불초자 교신은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쓴다.


石巖幽庄十八詠
爾惟我 先考石巖府君 諱慶謨 隱居養德於(金)/谷里之幽庄 築亭曰石巖 有十八詠 [□□遺稿]/ 自富春江 至忠臣江 箇箇有詠 欲刻之石 而未果 敎信無/謹 繼其志 遂處昭刻 爲世傳計 如古人平泉庄云爾/
崇禎記元後 五庚申 正月 下休 不肖子 敎信泣血書


내용은 구교신이 돌아가신 아버지 구경모(具慶謨, 1835~1911)의 석암유장(石巖幽庄) 은거와 석암정(石巖亭) 축정, 십팔영 등에 대한 것이다. 첫줄 앞 부분 ‘先考’ 앞에 한 글자를 띤 것은 존경의 의미이다. 유장(幽庄)은 고요하고 그윽한 집이라는 뜻. 금곡리에 소재한다. 지금 보이는 첫줄 끝 글자는 윗부분의 ‘人’만 보인다. 그런데 이 석비가 있는 곳이 금곡(金谷)마을이다. ‘人’은 ‘金’의 윗부분임을 알 수 있다.


‘십팔영’ 다음에 소자로 [□□遺稿]라는 기록이  있다. 누군가의 유고에 들어 있는 십팔영이란 의미로 보인다. 그렇다면 석암유장 십팔영은 구경모가 지은 시가 아니라, 구경모를 위하여 누군가가 지었고, 그 지은이의 유고에 실린 시가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실제 구경모의 문집인 <석암유고>(국립중앙도서관, 古3648-06-15-113)에는 ‘십팔영’은 보이지 않는다. 석암서실 팔경(石巖書室八景)과 석암기(石巖記)는 실려 있다.


십팔영은 부춘강에서 충신강에 이르기까지 개개의 시가 있는데 돌에 새기려 했으니 이루지 못했는데 구교신이 그 뜻을 이어 뚜렷하게 새겼으니 세세토록 전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옛 사람이 평천장 운운 한 것과 같다고 하였다.


부춘강과 충신강은 지석강(드들강)을 말한다. 강은 한 줄기로 흐를지라도 어느 지역에서는 그 곳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이 있기 마련이다. 부춘강은 춘양면 부곡리 부춘마을과 부춘정에서 연유한 이름이다. 더 내려가면 능주면 잠정리 강가에 삼충각 정려가 있어 이 일대를 충신강이라 부른다. 삼충각은 국난을 당해 의병을 일으켰던 세분의 충신을 말한다. 1555년(명종 10) 을묘왜변 때 해남(당시 영암)에서 순절한 조현(曺顯, ?∼1555), 임진왜란 때 진주성에서 왜적과 싸우다 순절한 최경회(崔慶會, 1532∼1593)와 문홍헌(文弘獻, 1539∼1593). 좀더 내려 가면 영벽정이 있어 영벽강이라 부른다.


평천장은 중국 당(唐) 나라 이덕유(李德裕)의 별장이다. 낙성(洛城) 30리에 있는데 기화요초와 진귀한 소나무, 괴석(怪石) 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를 빌어 석암유장, 석암정의 경관을 읊은 것과 연계시킨 것이다.


‘遂處昭刻’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장소를 정해 뚜렷하게 새겼다는 의미. 그렇다면 십팔영이 새겨진 곳은 어디일까. 우선은 이 석비의 뒷면 들 수 있다, 지금은 암벽에 붙여 버려 뒷면은 볼 수 없지만 이곳에 새겼을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곳은 개개로 십팔영을 읊었다 했으니 그 경관지점 어딘가에 새겼을 수도 있다. 물가의 바위면이나 부춘강에서 충신강까지 강을 외호하듯 둘러진 산에 드러난 암벽면.


석암정 십팔영, 뜻을 갖고 나들이 하며 둘러 보다보면 언젠가는 찾아지리.


爾惟 我 先考 石巖府君 諱 慶謨 隱居養德 於(金)      
谷里之幽庄 築亭曰石巖 有十八詠[□□遺稿]
自富春江 至忠臣江 箇箇有詠 欲刻之石 而未果 敎信無
謹繼其志 遂處昭刻 爲世傳計 如古人平泉庄云爾
崇禎記元後 五庚申 正月 下休 不肖子 敎信 泣血書


석암유장 십팔영(石巖幽庄 十八詠)명 석비 근경

화순 춘양면 부곡리 금곡마을 석암유장 십팔영 명 석비 전경

(오른쪽 석비, 왼쪽 지석강(부춘강, 충신강))

석암서실 팔경(앞 부분)(구경모, 석암유고, 국립중앙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