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50 -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이방언 대접주 친필 편지 처음 확인, 1890.08.15

향토학인 2018. 4. 22. 01:57

인지의 즐거움150


장흥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이방언 대접주 친필 편지 처음 확인
-동학 입도 전 1890년 8월 15일 면암 최익현에게 보낸 글-

김희태


장흥출신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이방언(1835~1895) 대접주의 친필 편지가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동학 입도 전의 본명이 이정석(李正錫)이며, 유학자로 활동하다가 동학으로 전환하자 동문들이 논의하여 동문록에서 삭적했다는 내용도 기록으로 확인되었다.


먼저, 이방언의 이름은 1982년 발간된 <인천이씨대동보>에 이민석(李民錫)으로 올라 있다. 그런데 1890년 8월 14일 이방언과 같은 동네인 장흥군 용산면 묵촌에 살던 동문 친구 사복재 송진봉(1840∼1898)이 면암 최익현(1833∼1906)에게 보낸 편지에서 새로운 단서가 확인되었다. 이 편지에 “묵암공은 이정석의 돌아가신 아버지((黙菴公 卽李正錫先考也))”라는 내용이 있고, 이 묵암공은 이방언의 아버지 이중길의 호이다. 이정석이 묵암 이중길(李重吉, 1797~1877)의 아들이고 이방언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이 편지에는 이방언의 부친 이중길과 노사 기정진(1798∼1879)의 교류 내용도 나온다. 


 “정석(正錫)”이란 인명은 강진출신 학자 경회 김영근(1865~1934)이 면암 최익현에게 보낸 1895년 2월 15일 편지, 김영근이 손지 홍재구(1845~1898)에게 1895년 3월 27일 보낸 편지서도 각각 확인 된다.


이들 편지에 이어 이정석이 1890년 8월 15일 면암 최익현에게 보낸 편지가 확인되었다. 이정석이 이방언임으로, 이 편지는 이방언 대접주의 친필 편지인 것이다. 이방언이 유학자로 활동하다가 동학에 입도했다고 전해 졌는데, 유학자로서의 활동내용과 학맥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자료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방언의 친필 저술이 처음 확인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학자로서의 면모도 알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친필 편지는 중암 김평묵(1819~1891)의 문하에 들었다는 내용을 말하면서 수취인인 면암 최익현에게도 하루 빨리 나아가 배우고 싶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대의 주된 사상조류인 성리학의 최고 학자이던 중암 김평묵, 면암 최익현과 학적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방언(이정석)은 1891년에 동학에 입교한 것으로 전해진다. 성리학에 전심하며 당대 학자들과 교류하던 이방언이 어떤 연유로 인해 동학으로 전환했는지에 대한 자료는 아직 찾아지지 않는다. 동학에 입교하자 함께 수학하던 동문들이 여러 차례에 걸쳐 효유하지만 끝내 듣지 않자 동문록에서 삭적(削籍)하고 파출하는 내용도 기록이 확인되었다. 때는 임진년, 1892년이다.


송진봉의 문집인 <사복재집>에 실린 송진봉의 전기[傳]와 유사(遺事) 등에 이 같은 내용이 나온다. 전은 용서 유기일(龍西 柳基一, 1845~1904), 유사는 심능순(沈能舜)이 지은 글이다. 함께 논의한 동문은 학남 김우(1833~1910), 오남 김한섭(1838~1894), 사복재 송진봉이고 장소는 월산정사이다. 지금의 용산면 모산리에 있는 월산재이다.


이번 자료 가운데 1890년 8월에 면암 최익현에게 보낸 이정석의 친필편지, 송진봉의 편지는 최익현을 배향한 모덕사에 소장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원문이미지를 제공하고 있다. 1895년에 최익현과 홍재구에게 보낸 김영근의 편지는 김영근의 후손가(김환균)에 보관되어 있다.


이방언대접주는 1890년 유학자 활동, 1891년 동학 입도, 1892년 유학 동문록 삭적, 1893~1894년 대접주로서 동학농민혁명 참전, 1895년 처형 순절의 행적을 보인다. 이 가운데 그동안 구전으로만 알려지던 유학자 활동과 동문 삭적 따위의 일대기 자료가 유물이나 기록으로 확인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동학 입도의 개인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자료의 수집과 연구가 필요하다.


* 김희태, “최근 조사된 장흥지역 동학과 천도교의 문화유산”, <성암 김재계선생의 항일독립운동과 장흥 동학>-2018년 성암 김재계와 장흥 동학 학술제-, 천도교중앙총부· 천도교 장흥교구(교구장 김연홍) 주최·주관, 2018.04.22 11:00 천도교 장흥교당


새로 확인된 이방언대접주 친필 편지
1890년(경인) 8월 15일 장흥 월림리 이정석(이방언)이 면암 최익현에게 보낸 편지. 중암 김평묵 문하에 들었고 수신인인 최익현에게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는 내용 등 유학자로서의 면모를 읽을 수 있는 글이고 처음 확인된 저술이다.(국립중앙도서관 원문이미지, 원 소장처 모덕사)

이방언의 동학 입교 전 이름이 이정석임을 알 수 있는 편지

1890년(경인) 8월 14일 송진봉(1840∼1898)이 최익현(1833∼1906)에게 보낸 편지 일부. 첫줄에 “묵암공은 이정석의 돌아가신 아버지(黙菴公 卽李正錫先考也)”라는 기록이 있다. 묵암공은 이방언의 부친 이중길의 호이다. 이방언의 이름이 이정석임을 알 수 있다.(국립중앙도서관 원문이미지, 원 소장처 모덕사, 24.5×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