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16 - 영암 시종면의 “진도 명산”과 무안 삼향면의 “나주 삼향”

향토학인 2017. 5. 19. 20:52

인지의 즐거움116

영암 시종면의 '진도 명산'과 무안 삼향면의 '나주 삼향'

 

김희태

<대동여지도>는 고산자 김정호가 제작한 것이다. 세계 지도사에 빛나는 업적이다. 푸른색 부분이 영산강 하구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갈색 원이 두 개 나온다. 왼쪽(향좌)은 “나주 삼향”, 오른쪽은 “진도 명산”이다. 아니 영산강 한복판인데 “진도 명산”이라니. 영산강 하류인데 “나주 삼향”이라니.

 

이것을 월경처(越境處)라 한다. 자기 고을의 경계(境)를 뛰어 넘어(越) 다른 쪽에 있는 특정 지역(處). 특수한 역사 배경이나, 특정직의 집단, 특수한 산물 생산처 등은 월경처로 관리를 한다.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가 중심이다. 남도쪽에서는 나주가 큰 고을이며 조선시대에는 계수관(界首官)이라 하여 나주가 다른 고을보다 상급 기관이라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무안현 땅에 있는 삼향면을 더 큰 상위 고을인 나주목에서 직할을 하면서 월경처가 된 것이다.

 

직할의 사유는 남악신도시 영산강변 전남도립도서관 곁에 있는 대죽도(大竹島) 때문이다. 이곳에서 화살대를 생산한 것이다. 군수용 화살대 생산지역이기 때문에 큰 고을에서 직할을 하였던 것이다. 조선왕조 500여년 동안 나주목 삼향면이다가, 1906년에 이르러서야 무안군으로 편입된다.

 

삼향은 전라도의 중심이었던 셈이다. 다시 2005년에 전남도청이 오고, 2009년에 전남교육청, 2011년에 전남경찰청이 왔으니 다시 전남의 중심지가 된 셈이다.

 

“진도 명산”은 더 오랜 역사를 품고 있다. 고려시대 말기 왜구의 침입을 섬지역이 황폐화 되고 내륙으로 이전을 많이 한다. 이른바 “공도(空島)정책”이라 한다. 진도는 1350년에 섬을 떠나서 영산강 복판 ‘영암 시종’에 정착한다. 그러다가 조선이 개국한 뒤 다시 돌아 간다.

 

그런데 진도로 바로 돌아가지 못하고 1409년(태종 9) 해남현, 죽산현과 합쳐 “해진(海珍)”이라 하여 해남까지 1차로 간다. 1437년(세종 19)에 해진군이 해남과 진도로 다시 분리되어 외이리(外里里, 현 고군면 고성리)로 자리잡고 군수가 파견된다. 1440년(세종 22)에는 진도읍의 현재 군청 자리로 옮긴다. 고려시기 진도군 치소가 있던 원래 자리는 옛날 진도군이 있던 곳이라 해 ‘고군면(古郡面)’이라 한다.

 

그런데 또 하나 더 있다. 진도군청 본부는 돌아갔어도 많은 진도 사람은 영암 시종 땅에서 그대로 살았다. “진도 명산면”이라 하면서. 즉 영암 땅에서 살아도 “진도 명산면”이기 때문에 세금을 내도, 군역을 치러도 진도군에 가서 한다는 것이다.

 

조선 왕조 내내 “진도군 명산면”이라는 월경처로 있다가, 1906년에 이르러서야 영암에 편입되어 영암군 명산면이 된다. 1914년에는 명산면, 북이시면(北二始面), 종남면(終南面)이 합해져 시종면(始終面)이 된다. 명산면 지역은 지금의 영암군 시종면 월악리, 내동리, 태간리, 만수리 일원이다. 이 지역을 ‘진사리(珍四里)’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암 시종 쪽 옛 명산면 지역에 가면 지금도 노랫가락이나 쇠가락이 진도와 비슷하다는 ‘감’을 느낀다고 한다. 오랜 역사를 공유하면서 사람들이 오갔기 때문이다. 지도 한 장, 두 개의 지명에 육백년의 역사가 담겨 있는 것이다.


 

 

 


 

<대동여지도>의 나주 영암 무안 영산강 부근도.

무안 땅에 '나주 삼향'과 영암 땅에 '진도 명산'이 보인다. 조선시대의 원경처(越境處)이다. 조선왕조 전 기간을 무안땅의 삼향은 나주목에, 영암땅의 명산은 진도군에 속한 면이었다. 1906년에 이르러서야 지금처럼 '나주 삼향'은 무안군에, '진도 명산'은 영암군에 속하게 된다.

 

<호구총수>(1789년) 진도조. 가운데에 명산면이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진도에 속했지만. 지금의 영암군 시종면 땅이다. 왜구 피해로 고려말기 1350년에 내륙(영암)으로 옮긴 뒤 진도군에 속하다가 1906년에 이르러서야 영암군으로 이속된다. 왼쪽의 삼촌면은 해남땅에 속한 진도군 소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