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372
관점을 바꾸어 바라 본 장흥 9경(景)
김희태
장흥은 지역의 자원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활용을 꾀하고 있다. 그같은 대상의 하나가 “9경, 9미, 9품”일 것이다. 이 가운데 “9경”이 경승이나 유적지, 명승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문림의향(文林*義鄕)이라는 장흥의 브랜드가치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가끔 있다. “9경”의 낱낱 자원들이 명칭에서부터 문림의향의 역사성과 문화다양성을 담아 낼 수 있었으면 더 좋겠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자원들에 대해서도 의미화를 통하여 활용의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 방안의 하나로 “명승”의 눈으로 장흥을 읽어 보자는 제안을 하였다. 국가지정 자연유산 “명승”으로 보는 관점을 전라남도 지정 국가유산이나 향토문화유산에 적용을 해 보자는 것이다.
일출이나 낙조의 명소가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일출의 경우, <양양 낙산사 의상대와 홍련암>(강원 양양)을 들 수 있다. 낙조의 경우, <안면도 꽃지 할미 할아비 바위>(충남 태안), <신안 가거도 섬등반도>(전남 신안), <군산 선유도 망주봉 일원>(전북 군산)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9경”의 소등섬은 “명승” 같은 개념을 적용하여 전라남도 자연유산이나 장흥군 향토문화유산으로 관리할 방안을 찾아 보자는 것이다. 문화재청(국가유산청)에서 2016년에 ‘장흥 소등섬’을 ‘전국 명승 자원조사(일출·낙조)’ 대상으로 조사를 한 바도 있다.
“선학동마을”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만들어진 인문적 가치가 있는 인공물인 “마을”에 해당하는 역사문화명승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구비문학, 구전(口傳) 등과 같은 저명한 민간전승의 배경이 되는 자연경관에도 해당 된다고 볼 수 있다.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는 저명한 군락지에 해당 할수 도 있고, 생활이나 생업과 관련된 인공경관의 측면에서도 검토 할 수 있겠다.
“제암산”은 자연 그 자체로서 가치가 인정되는 자연물로서 자연명승에 해당할 것이다. 해마다 장관을 이루고 철쭉제로 장흥을 알리는 제암산 철쭉은 저명한 군락지로서 자연명승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정남진전망대”는 구조물 자체는 얼마되지 않은 구조물이다. 그런데 그 구조물의 바탕이 되는 정남진은 장흥의 지리를 포괄하는 명소 개념이 들어 있다. 현대문화유산 개념으로 이해 할 수 있다. 최근 미래유산이 화두로 떠 오르고 있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미래유산은 문화유산 관련법이나 지자체 조례에 따라 지정 문화유산(국가지정, 시·도지정, 문화유산자료) 지정이나 등록문화유산(국가, 시·도)으로 등록되지 않은 문화유산을 말한다. 향토문화유산(지자체)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미래유산 보존 제도는 2015년 서울에서 도입[<서울특별시 미래유산 보존ㆍ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한 이래 전국 11개 지자체(광역 5[서울, 부산, 광주, 대전, 전남. 광주], 기초 6[파주, 동해, 원주, 전주, 청주, 광주 동구, 2021년 기준])에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장흥군도 관점을 바꾸어 검토할 단계가 아닌가 싶다.
- 주민[지역민]의 감성과 기억이 담겨있는 근·현대시기 건설, 제작, 형성된 문화유산과 자연자원으로서 미래세대에 전승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유산.
- 앞으로 올 미래세대를 위해 도시재생과 개발에 따라 사라져가는 근·현대 유산을 미리 골라 체계적으로 관리·활용하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문화유산 보존·활용 개념.
“탐진강”은 장흥을 대표하는 상징어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물축제’의 현장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원래는 예양강(汭陽江) 또는 수령천(遂寧川)이라 불렀다는 옛 기록이 있다. 수령(遂寧)은 고려시대의 장흥 읍호(邑號)이다. 그만큼 역사성을 담고 있는 지명이다. 예양(汭陽)은 지리적인 입지 경관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동쪽에서 해가 뜰 때 반짝이는 물가의 경관을 그대로 지명으로 표기한 것이다. 인심과 정리가 그대로 녹아 들어 있다.
장흥 9경은 천관산을 처음에 올리고 보림사로 마감한다. 어쩌면 이 2경이 장흥 대표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겠다. 자연명승으로서의 천관산, 사찰경관 역사문화명승으로서의 보림사. 그래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문림의향(文林*義鄕)이라는 장흥의 상징어가 낱낱의 “9경” 명칭에서는 잘 읽혀지지 않아서이다. “9경”의 “경(景)”을 자연물로서만 인식하고자 한 사정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문화의 관점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시각으로 다시 읽어 보면서 명칭에서부터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문림(文林)과 관련해서 관심을 가져볼만한 것은 유네스코 창의 도시 네트워크의 문학분야이다. 각국 도시 간 연대와 협력을 통해 경제・사회・문화적 발전을 장려하는 국제 네트워크다. 2004년 ‘창의산업 육성을 통한 문화다양성의 가치 실현’을 위해 출범했다. 세계 각국 도시를 심사해 문학, 디자인, 영화, 미디어아트, 음식, 공예, 음악 등 7개 분야의 창의 도시로 지정하고 있다. 문학 분야서 우리나라는 부천(2017)과 원주(2019)가 들었고, 외국은 에딘버러(영국), 멜번(호주), 아이오와시티(미국), 더블린(아일랜드), 레이갸비크(아이슬란드), 노리치(영국) 등이다.
*출전 : 김희태, 「문림의향 장흥의 경승과 유적지」, 『장흥암각문학술조사 심포지움』- 장흥군 암각문 문화재 지정을 위한 심포지움 및 탁본전시회-, 장흥문화원·해동암각문연구회, 장흥군민회관, 2021.12.03., 19~40쪽 ; 『장흥문화』 44호, 2022)
*2021년 발표문 가운데 문화재 관련 일부 용어만 2024년 5월 이후 변경된 용어(국가유산, 문화유산, 자연유산 등)로 표기하였다.
장흥 9경 9미 9품(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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