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052 - 민간차원의 문화재 보호활동과 문화재기금설치, 1991

향토학인 2016. 6. 4. 05:58

인지의 즐거움052

   (19910622)

 

민간차원의 문화재 보호활동과 문화재기금 설치

 

김희태

 

   1991년에 ‘지방화시대에 효율적 문화재관리를 위한 제언’을 호남향사회 제30회 월례발표회(1991.6.22)에서 한바 있다. 그 가운데 민간단체의 문화재보호활동 확산과 문화재보호기금 설치를 한 장으로 제안하였다. 그해 늦가을 문화재공무원 일본 연수를 다녀와 연수보고서를 정리하면서 일본의 제도 등과 비교하여 6월 발표문을 보완하여 ‘일본의 문화재관리와 유적 보존’이라 주제로 작성해 문화재청에 제출하였다. 전라남도에서 연간 간행하는 문화재 학술지 <전남문화재> 제4집에도 실었다.

 

   2016년에 들어서 살펴보면 민간차원의 문화재보호활동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화재지킴이 운동, 문화재 예방사업, 문화유산해설 교육과 운영이 활성화되었다. 문화재지킴이단체 전국연합회가 결성(2016.1.25 문화재청 법인 설립 허가, 2.29 개소식, 가입단체 34)된 바 있다. 문화재보호기금은 법률(문화재보호기금법, 2009.6.9.제정)로써 뒷받침되어 다양한 지원활동을 해 오고 있다. 이제 당시의 글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전망해 본다.

   민간차원의 문화재 보호활동 확산

 

   문화재보호법 제77조에는 문화부장관은 문화재의 보호․보존․보급․선양을 위하여 문화재 보호단체의 지원․육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실제로 중앙에는 한국문화재보호협회가 결성되어 문화재관리국이나 박물관 등과 협조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주된 활동 내용을 1989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문화재관리연보』, 문화재관리국, 186쪽~192쪽)

 

  ○ 문화재 애호운동

    ․ 제1회 古宮文化財 청소년 여름학교(참석 1,803명)

    ․ 제4회 문화재애호 사진공모전(응모 267명 506점, 관람 10,352명)

    ․ 문화재애호백일장 및 사생대회(백일장 123개교 1,423명, 사생 113개교)

    ․ 문화유적답사(총 451명)

  ○ 전통문화강좌

    ․ 전통문화 아카데미(춘․추계 2회 88명)

    ․ 전통문화연구 특별강좌(2기 80명)

    ․ 신부학교개설(2회 80명)

  ○ 제3회 전통문화 학술세미나

    ․ 주제 : 전통예술의 현대적 계승과 활성화 방안

  ○ 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및 놀이마당 운영

    ․ 전수회관 운영 : 전수교육 - 558회 2,780명, 일반강습 - 1,497회 22,131명, 예술단 및 외부공연 - 123회 3,410명

    ․ 서울 놀이마당 : 주말공연 - 87회 236종목 6,134명 출연 255,700명 관람, 경축기념공연 및 세시민속놀이 - 4건, 기타 주요공연 - 대학 마당놀이 경연대회 등

  ○ 전통회화복제

    ․ 5종(김홍도․이재관․이인문․이인상․김정희 작품)의 한국화 수작 5,000부(각 1,000부) 복제 고미술 애호가 및 일반인에 판매 보급

  ○ 한국의집 운영

    ․ 민속공연 : 관람객 57,288명(외국인 52,732명 포함)

    ․ 전통혼례 : 511쌍

    ․ 한국의 집 이용자 : 72,805명(외국인 54,804명 포함)

 

   이처럼 중앙의 한국문화재보호협회는 서울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재 보호․보존 및 보급․선양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집 이용자(민속공연관람 등) 대부분이 외국인(총 72,805명 가운데 외국인이 54,804명으로 75%에 이름)이라는데서 우리나라의 문화의 우수성을 소개할 수 있는 활동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거의 모든 공연․강좌․학술세미나가 서울에 소재한 전시장이나 공연장․유적지에서만 이루어진다는데 있다. 물론 각 지방의 애호가․전문가․학생들이 이같은 문화재보호협회의 공연․전시․강좌에 많이 참여하기도 할 터이고, 각 지방에 소재한 유적지의 답사도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있지만 그 활동의 공간이 서울에만 한정된다는 인식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중앙 편향의 문화재보호 및 선양활동은 1974년 무렵 한국문화재보호협회 시도지부 및 시군지회가 결성되었다가 4년여만인 1978년 폐지된 뒤로는 더욱 심화된 느낌이다.

 

   이제부터라도 지역주민 모두에게 문화향수 기회가 부여되고 효율적인 문화재의 보호 및 선양활동을 위해서는 각 지방에도 문화재보호단체가 결성되고 시․군 단위까지 지회 성격의 법인단체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단체가 중앙의 문화재관리청-시․도의 문화재과-시․군의 문화예술과-지역주민(관리인)과 연계되어 활발히 보호․선양활동을 전개한다면 더없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문화재보호기금 조성과 단체 육성

 

   여기에서 문제는 자생적 민간단체의 육성을 유도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립기반이 달성되어 가는 시기를 보아서 그 이전까지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지만 이때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율성(법인단체)이 최대한 보장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재보호(존)단체 결성에 대해서는 사단법인 향토문화진흥원 김정호 원장이 몇 년 전부터 강조해 온 것으로 본고를 작성하는데 그 당시의 발기취지문이나 정관(안)을 주로 참고하였다.)

 

   운영에 따른 예산은 설립 당시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하되 다음과 같이 단체나 법인․개인을 대상으로 일정액의 문화재보호기금을 조성하여 이를 활용하면 좋을듯 싶다.

 

   ․ 국가․지방자치단체 보조금

   ․ 중앙문화예술진흥기금

   ․ 지방문화예술진흥기금

   ․ 문화재관람료(예치액 일정비율)

   ․ 문화재 수리업자․매매업자 등 출연기금(등록시)

   ․ 문화재 소유자 출연금(징수유예 및 미과세액 일정비율)

   ․ 각종 문화재보수사업비 일정비율(세금 등)

   ․ 기업․단체 기부금

   ․ 보호단체 임원 찬조금

   ․ 보호단체 회원 회비

   ․ 보호단체 수익사업 이익금

   ․ 문화재 애호가 및 지역주민 성금

 

   이러한 보호단체에는 각 지방의 문화재 관련 전문가 및 현지관리 인력을 총망라하여 구성․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 구성원을 예시해 보자.

 

  ○ 전문인력

    ․ 시․도 문화재위원 및 전문위원

    ․ 각급 박물관장 및 학예연구직 공무원

    ․ 각종 연구단체․대학 연구소 대표(임원) 및 연구원

    ․ 문화재 시설 면허 기술자

    ․ 각급 대학 문화재․박물관․향토문화․ 지방사연구 관련 교수진

  ○ 행정인력

    ․ 시․도 문화재업무 담당 공무원

    ․ 시․군 문화재업무 담당 공무원

    ․ 공원관리사업소․사적지관리사무소 종사자

  ○ 현지관리인력

    ․ 중요 문화재보유 사찰 스님(주지)․문화재소유자

    ․ 문화재 보존 관리 책임자 및 감시인․명예관리인

    ․ 문화재 매매업자

    ․ 각종 문화재보존회․진흥회․현창회 임직원

    ․ 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 및 후보자․전수자

    ․ 각종 민속․예술 진흥단체

    ․ 문화재애호가․지역주민

  ○ 관련단체인력

    ․ 예총 지회․지부 임직원

    ․ 향토문화연구단체 회원

    ․ 각급 학교 향토교육 담당 교사

    ․ 문화원장, 사무국장, 임직원

    ․ 박물관회 임원 및 회원

    ․ 국사편찬위원회 지방사료조사위원․사료조사연구회

  ○ 후원인력

    ․ 문화재보수업자

    ․ 관내 보호기금 출연기업․단체 임직원

    ․ 관외 후원희망 기업․단체(연구단체, 친목단체, 향우회 등) 임직원

 

   이같은 보호단체가 문화재의 보호 및 선양활동을 위한 사업을 예시하자면 다음과 같다.

 

   ․ 문화재보호(애호)운동의 전개 및 주민교육

   ․ 문화재 학술조사 및 연구․기록화 작업

   ․ 관리 곤란한 문화재의 수탁관리

   ․ 문화재 전문요원의 양성 및 교육

   ․ 향토 전통 문화 행사의 기획․지도

   ․ 문화재 보호구역내의 편의시설 이용

   ․ 전승공예품의 제작지도와 보급

   ․ 무형문화재 기․예능보유자의 활동지원 및 전수생 교육

   ․ 문화재 선양자료의 제작 및 보급

   ․ 지방자치단체 위임 사무의 수행

   ․ 한국문화재보호협회와 교류 협력

   ․ 문화재보호 자원봉사단 운영

 

   물론 이처럼 방대한 민간단체를 결성하여 자립기반을 갖추고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문화재 보호․선양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문화재 관리조직이나 보호단체의 활동을 점진적으로 지방으로 그 기능이 확산되도록 해야 하고, 각 지역에서는 그 같은 활동이나 조직개편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자생 자립과 주인의식은 시대적 과제

 

  사실 문화재는 특정한 ‘그 누구’가 주인이 아니다. 소유자, 관리자, 보유자, 기술인, 행정인 등 소유나 관리를  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재보호나 지킴이 운동은 자생, 자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관 주도로만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 정책 변화로 인해 ‘지원’이 끊긴다면 지킴이 운동도 뒷걸음 칠 수도 있으니 경계하자는 것이다. 문화재 현장에서는 우스갯 소리가 회자된다. “김주사! 비온 뒤라 지붕에 풀 났네! 언제와?” 지붕에 풀이 나면 누가 먼저 처리 해야 될까? 지킴이? 예방인력? 아니다. 소유자가 먼저 나서야 한다. 아무리 문화재가 공공성이 있다 해도 소유자나 관리자부터 최소한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러 있다. ‘지킴이 운동’에서 ‘경계’해야 할 일이다.

 

   또 다른 생각. 문화재보호기금법에서는 기금의 조성을 ① 정부로부터의 출연금, ② 정부 외의 자가 출연 또는 기부하는 현금, 물품, 그 밖의 재산, ③ 복권기금으로부터의 전입금, ④ 제2항에 따른 납부금, ⑤ 기금의 운용수익금, ⑥ 다른 기금의 전입금, 문화재청장이 인정하는 수입금, ⑦ 지정문화재 관람료 징수(국가, 지자체) 금액 100분의 10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복권기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1년에 제안했던 더 많은 분야에서 기금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기금의 용도를 문화재보호기금법에서는 ① 문화재 보존을 위한 예방적 관리, ② 훼손·유실 등으로 인한 문화재의 긴급 보수 또는 복원 등으로 ‘문화재’를 대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청에서는 국가지정문화재와 비지정문화재만을 대상으로 정책 대상으로 삼아 왔다. 시도지정문화재나 시도문화재자료는 초기단계에서는 제외하였다. 이는 문화재보호기금법의 입법취지를 벗어난 것이다. 일종의 ‘위법행위’라 할 수 있다. 기금법상의 대상은 문화재보호법 제2조 제1항의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동 제2항의 ‘지정문화재’ 가운데 ‘국가지정문화재’를 주 대상으로 시행해 왔던 것이다. 거기에 ‘지방문화재’는 뒤로 한 채 ‘비지정문화재’까지를 포함했다. 지자체의 계속되는 건의에 따라 정책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래전 제안한 내용을 다시 돌아보니 거칠기 짝이 없다. 그래도 일정 부분은 정책에 반영되어 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제안 내용이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검토와 노력이 뒤따른 결과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동시대를 살면서 ‘문화재’를 대상으로 공동의 인식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일이 아닌가!

 

  * 출전 : 1절, 2절은 김희태, 日本의 文化財管理와 遺蹟 保存, <전남문화재> 제4집, 전라남도, 1991. 239쪽~285쪽 중 일부

 

대학생 문화재 지킴이활동, 도내 대학교와 협약을 통해 학점 인정까지 하였다. 나주 미천서원. 2011. 

 

문화재 예방센터 담당 직원 교육과정 강좌. 20090226. 문화재 소규모 돌봄이 사업은 2008년 전라남도청에서 처음 시직했다. 다음해 2009년 문화재청에서 국가 정책에 반영해 전국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