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050
(20080525초)
산불이 다가온다! 천불천탑을 구하라!
- 화순 운주사, 숲가꾸기로 불길 잡고 재해에는 완벽한 초동대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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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재해! 우리 인간들과 끊을 수 없는 자연과의 생존 모습 속에서의 한 현상이다. 그래서 어느 유명한 역사가는 “도전과 응전”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는가 싶다. 자연환경 속에서 인간이 생활하면서 문화가 형성되고 역사가 이루진다는 것일게다.
그 자연이 인간을 시험하는 것인지, 재해가 뒤따르는 경우도 있다. 작금의 지구촌 곳곳이 자연 재해 때문에 야단법석인 것만 보아도 과거나 현재나 자연과 인간, 자연과 문화, 인간과 문화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문제는, 자연의 질서나 우주의 섭리에 인간이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힘으로는 미칠 바가 못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전에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재해가 발생했을 때 초동 대처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제2, 제3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 4월 6일 천불 천탑 신비의 천년고찰, 전남 화순 운주사 일원에서발생한 산불에 대한 대처가 모범이 될만하다.
운주사!
천불천탑으로 잘 알려진 고려시대의 불교유적이다. 1천분의 부처님과 1천기의 탑이 있었다는 불가사의한 사찰, 풍수지리설과 관련하여 돛대와 사공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미륵의 성지로도 알려져 있다.
지금도 20여기의 석탑과 100여분의 돌부처님이 계신다. 와형 불상(일명 臥佛)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석조여래 입상과 좌상이고, 석조불감도 드문 형식이다. 토속적인 조형성도 있어 유치원생들이 찾아와 자기 키만한 못생긴 부처님이 저를 보고 웃는다고 신기해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그래서 예전부터 민중과 연결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운주사지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 되었고 석조불간, 원형다층석탑, 7층석탑은 각각 보물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와형 불상과 마애불, 석탑 등 15점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와 문화재자료로 각각 지정되었다. 그리고 대웅전을 비롯하여 10여채의 전각과 그 절집 안에는 부처님과 탱화가 모셔져 있다. 돌과 나무, 종이와 옷감을 재료로 한 문화재가 널려있는 셈이다.
이런 운주사에 위급상황이 닥쳤다. 그야말로 화급(火急)한 순간이었다.
신록의 봄기운이 온 천지를 감싸는 4월 6일 13시 59분, 운주사 일원에서 산불이 일어난 것이다.
산불의 원인 자체는 인재(人災)가 되겠지만, 불길이 일어난 산야를 할퀴게 되면 그것은 이미, 인재를 넘어 천재(天災)가 된다.
운주사 주변 300미터, 바로 인접한 지역에서 일어난 산불은 그날따라 건조한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사방으로 번져갔다.
산불로 인한 문화재 예방책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문화재 주변 산림자체의 생태환경을 점진적으로 바꿔 주는 것이다. 불길을 차단하기 위한 숲길을 조성하거나 상록수림 등 내화성 수종 이식, 경관식재 식생을 들 수 있다. 잡목제거나 가지치기, 부유 물질의 제거도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필수 조치이다.
이번 운주사 주변 산불의 경우 이 같은 준비, 즉 “숲 가꾸기 사업”으로 큰 피해를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화순군에서 지속적으로 실시한 관내 명산과 문화재 주변에 대한 ‘숲 가꾸기’ 사업은 수목 밀도 조절, 잡목 제거, 가지치기, 낙엽 솔방울 등 산림 부산물 제거가 주 내용이다.
숲을 생육단계에 따라 3∼5년 단위로 풀베기-어린나무 가꾸기-솎아베기-2, 3차 간벌 등을 통해 적정 밀도를 유지하도록 해서 빽빽한 나무로 인해 산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준다. 때때로 잡목을 제거해 햇빛이 잘 들게 함으로써 토양 미생물의 활동이 원활해지고 궁극적으로 낙엽 등 부산물이 썩어 흙이 더 많은 물을 머금을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가지를 쳐서 나무의 생육에 도움을 주도록 해 불똥이 마구잡이로 튀는 것을 막도록 한 것이다.
‘숲가꾸기“가 자연의 치유였다면 문화재보호에 대한 관심과 열망도 큰 대처를 했다. 운주사지는 학술적 역사적 성격을 밝히기 위한 조사도 여러 차례 했다. 네 차례 발굴조사와 종합학술조사를 실시하였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대웅전 등 여러 채의 불전 및 법당이 복원될 수 있었다. 단순한 건물의 복원만이 아니라 보호관리를 위한 노력을 함께 했다.
지방비로 소화전을 6개소나 설치하였고 소화기도 30개를 비치하였다.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던 터이다. 특히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민관 합동소방훈련을 실시하였고 금년 2월에는 소나무 가지치기 작업도 했던터이다.
산불 소식이 알려지자, 산불 자체로서의 비상 연락 체계 외에도 문화재 중심의 재난 구조 체계도 작동했다. 산불 소식이 군청에 접수되자 운주사 문화재와의 위치 파악을 하면서 화순군청 문화관광과, 전남도청 문화예술과, 문화재청 문화재안전과와 사적과로 연락이 취해졌다. 운주사 측에서 군청에 연락한 시점과 거의 동시였다.
“산불이 다가온다. 천불천탑을 구하라”는 대명제 앞에서 너와 내가 따로 없이 “우리”만이 있었던 던 것이다.
연락을 받은 공무원들은 각자 관련부서나 관련 인사들에게 연락을 취하면서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운주사로 달려왔다.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를 썼을 터이니 일종의 “범법”이었던 셈이지만, 전통문화유산보존-문화재보호라는 절대 명제 앞에 아량을 베풀 수 있을 터이다.
13시 59분에 산불이 발생했는데 화재 진압은 14시 25분, 불과 26분만에 신속하게 이루어 졌다. 산불도 중요하지만, 천불천탑을 구하겠다는 일념이 있었기 때문일 터이다.
산림청과 전남도청 헬기 7대가 동원되었고, 소방차 10대가 출동하였고 공무원 680명, 소방관 70명, 경찰과 의용소방대원 237명, 운주사 신도와 승려, 주민 등 1천여명이 참여하였다.
그리고 한쪽에서 불을 끄면서 운주사 쪽에서는 제2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소화전을 작동시켜 물을 곳곳에 뿌렸다. 건물주변, 석탑 주변과 인접 산림 지역에 뿌려 불티가 날이면서 발화되는 것을 예방했을 뿐만 아니라, 불길이 다가 왔을 때 차단 역할을 하게 했던 것이다.
숭례문 화재가 나자 전국에서는 처음으로 도내 전 목조문화재에 대한 화재예방 점검을 실시하라고 긴급지시한 바 있던 전남지사는 현장을 방문하고 재해는 한 번 잘했다 해서 다음에 피해가라는 법이 없으니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하고 귀감이 되는 동 사례를 전파하여 문화재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운주사만 놔두고 사찰주변 40ha가 화재로 피해를 입었는 데도 와불하나 운주사 돌맹이 하나라도 손상을 안입었으니 “지성이면 감천”이다. 천년신비의 고찰 운주사여 영원하라!
* 『문화재 사랑』(문화재청, 2008년 7월호)에 전라남도 문화예술과장 명의로 실린 글의 초고임. 책에는 <산불이 다가온다. 천불천탑을 구하라.-화순 운주사 화재 진압 사례-> 제목으로 일부 줄여서 실림. 문화재청 누리집(2006. 6.30일자, 조회수 1221) 참조.
문화재사랑 2008년 7월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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