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359
강진 고려청자 요장의 세계유산 추진 전략3-가치를 통해 본 관점과 전략
김희태
세계유산 등재 요건을 충족하려면 기본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구비해야 한다. “요장”처럼 문화유산의 경우, 등재기준 항목 (i)에서 (vi) 가운데 어느 하나 또는 여러 항목에 속하여야 하고, 진정성과 완전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내외 유사 유산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해 대표성이 입증되어야 하고, 보존 관리 계획이 수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에 더하여 연속
유산인 경우 그에 대한 내용을 앞의 각 항목과 연관하여 설명을 해야 한다.
이같은 여러 가지 평가 요소에 대하여 지금까지 논의된 내용을 살펴보면서 검토해 보자. 2007년에 우리나라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재 유산 정비를 위하여 현지 조사를 곁들여 평가가 실시된 바 있다. 문화재청 주관으로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한국위원회에서 실행하였다. 이때 논의된 내용이다.(문화재청‧ICOMOS한국위원회, 『한국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정비』, 2007)
· 188개소 고려청자 가마터, 12~13세기경 세계 최고수준 청자를 생산했던 유적지들 포함
· 기본적으로 청자 요지는 유사유산과의 차별성 측면에서 세계유산 등재 유무형 조건지님
· 시설물 자체보다 요지 생산 유물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해당하는 개념 충족시킴
· 앞으로 유적과 유물 분리할 것인지, 같은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필요
· 요지는 지하 매장 시설이 대부분으로 노출 시설물이 거의 없어 진정성 및 완전성 취약
· 요지 규모, 구조 확인, 학술 기본자료 확보위해 가마터 발굴조사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
· 문제점은 주변환경이 급변하고, 주민과 유적환경이 함께하는 장기적 보존대책 수립필요
2011년 2월 문화재청 주관으로 해당 자치단체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세계유산 등재 추진사항 보고회를 했다. 강진 청자요지는 ① 세계유산 가치와 지하 매장 유산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고, ② 진행 중인 개발계획을 도요지 보존입장에서 재검토해야 된다는 논의가 있었다. 2007년에 제기된 문제점의 연장선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 등재기준
우선, “188개소 고려청자 가마터는 12~13(14)세기경 세계 최고수준 청자를 생산했던 유적지들 포함”하고 있다고 하였다. 잠정목록 신청서에도 188개소가 기록되어 있다. 고려시대 최고의 공예품 청자를 생산했던 요장 유적의 집중 분포 지역이라는 데는 의미를 두고 있다. 이어서 “시설물 자체보다 요지 생산 유물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해당하는 개념을 충족시킨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요지는 지하 매장 시설이 대부분으로 노출 시설물이 거의 없어 진정성 및 완전성이 취약”하다고 하였다. 이 부분에서 청자 요지를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하는데 일종의 한계가 드러난다. 추진이 더딜 수 밖에 없었던 점이다.
흔히 “고려 청자”, ”고려 비색”, “천하 제일” 등등의 이해나 인식은 “요장”과 요장의 생산물인 “청자”와이 사이에는 일종의 거리감이 있는데 동일시하려는 관점이 있다. 세계유산 가운데 문화유산은 유적, 건조물군, 기념물[장소]로서 일종의 부동산 문화재가 해당되어 생산처인 “요장”이 대상이다. 요장의 생산품인 청자는 동산문화재라는 점에서 세계유산 등재에 있어서는 설명이나 해설의 한 부분은 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탁월한 보편적 가치 또는 등재 기준항목의 어느 하나에 드는 평가 요소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강진 요장은 1994년 잠정목록 신청할 때 등재기준은 ii(교환), iii(증거), iv(유형), v(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 vi(연계) 항목을 들었다.
(ii) 건축, 기술, 기념물, 도시 계획, 조경에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환을 반영
<강진 고려청자 요장>은 역사 유적 기념물로서 인간 가치의 중요한 교환과 문화 교류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 등의 청자 제작 기술과 생산 시설인 요지의 형태가 교류와 전파를 통해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졌다. 심미안적 가치의 교류라 하겠다. 단순한 전래나 교환이 아니라 청자상감기법 등 고려의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기술의 발달까지 이루었다는 점, 그 같은 청자를 만들 수 있었던 가마 축조의 기술로 발전시켰다는 점, 교류와 교환, 정착과 발전이 함께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가치가 탁월하다. 용운리의 가마에서는 교류의 증거라 할 수 있는 중국의 월주요(越州窯)와, 요주요(耀州窯), 여요(汝窯)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조각들이 발견된다.
(iii) 현존 또는 사라진 문화적 전통, 문명의 특출한 증거
<강진 고려청자 요장>은 현존하는 문화적 전통이며 특출한 증거에 해단한다. 고려시대 전통 공예 산업 시설로서 생산 자체는 끊기고 유적으로 남아 있지만, 현재도 그 원형이 유지되고 있다. 4백여년에 걸친 오랜기간 운영되어 온 고려 청자 생산시설로서 188개소가 밀집 분포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12세기~14세기 세계문명사에 있어서 특출한 증거이다.
(iv) 인류역사의 중요단계 예증, 특정 유형 건축, 기술의 총체, 경관의 대표 사례
<강진 고려청자 요장>은 고려시대 전통공예 산업의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가마 축조와 여러 과정의 작업 공방 설치는 구축 기술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구소 등 전문 국가 기구의 설치와 운영으로 관리 체계도 선진적임을 알 수 있고 상감청자를 창안한 독특한 청자 제작 기술은 인류 역사를 예증할 수 있는 기술이 총체라 할 수 있다.
(v)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대변하는 정주지, 토지이용, 해양이용 예증 사례
<강진 고려청자 요장>은 잠정목록을 신청할 때 토지의 이용 또는 해양의 이용과 관계되는 탁월한 사례에 속하는 것으로 검토한 것 같다. 그런데 이 항목은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대변한다는 전제도 함께 충족이 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서 요장의 마련은 기본적으로 토지의 이용이고, 원료와 연료, 생산물의 운송과 유통은 해양의 이용이라 할 수도 있지만, 청자 요장의 속성과는 거리감이 있기도 한다. 좀 더 정밀한 검토를 통하여 청자요장의 등재기준 항목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한 항목에만 해당되어도 되기 때문이다.
(vi) 사건, 전통, 사상 등 보편적 중요성이 탁월한 예술, 문학 작품과 연계된 사례
<강진 고려청자 요장>은 전통 공예 산업 시설이라 할 요장을 통해 제작된 고려청자가 탁월한 예술품으로서 자리를 잡는다. 중국의 책에서 ‘고려 비색 천하제일’이라 기록할 만큼 예술성이 평가를 받는다. 국내 국보, 보물로 지정된 청작 작품도 강진 요장 출토 유물이 많다는 점도 중요하다. 세계유산과는 달리 청자상감 기법 등은 인류무형유산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강진 고려청자 요장>을 기반으로 고려청자라는 시대를 뛰어 넘는 예술품이 생산되고 유통되었다. 그 청자를 만들었던 공간은 인류무형유산과 연결 될 수 있다.
2) 진정성과 완전성
<강진 고려청자 요장>은 400여년간 요업이 지속된 청자가마 188여 개소가 집단으로 분포한 유적이다. 이 가운데 100개소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68호로 지정되어 국가의 관리를 받고 있으며 강진군청에서 관리하고 있다.
고려시대(918~1392)에 국가에서 운영한 전문 제작 집단인 대구소(大口所)가 있었던 지역으로 기록이 『세종실록지리지』나 『신증동국여지승람』등 국가 관찬 기록에서 확인이 된다. 강진 요장에서 생산된 청자 기와는 고려의 수도 개경에 있는 궁궐 건물 양이정((養怡亭)의 지붕 마감재로 썼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국가적으로 귀중한 전통산업유산지구라 하겠다.
중국의 기록인 『선화봉사고려도경』이나 『수증금』에는 “고려 비색, 천하제일” 이라 할만큼 중국에도 알려졌다. 이같은 역사적 기록을 통하여 고려시대 당대에 강진 요장의 생산품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명품으로 알려졌고, 그 생산처인 청자 요장 또한 역사성이 입증된다 하겠다.
이 같은 역사 기록과 함께 고고학적 조사를 통해서도 진정성이 입증이 된다. 1913~1924년 사이 이왕직박물관 등에서 처음 조사를 한 이래 1925년에는 67개소의 분포도가 조사되었다. 1928년에는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 100개소의 분포도를 작성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1939년에 <조선보물고적천연기념물명승보존령>에 따라 <강진대구면도요지> 명칭으로 고적 제102호로 지정되었다. 지정 요지는 100개소였다. 1959~1964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학술조사를 하였고 1963년에 <문화재보호법에>에 따라 사적 제 68호로 다시 지정되었다.
1964~1965년, 1973~1977년, 1980~1982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다. 1977년에는 (사)고려청자재현사업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1978년에는 천연유약을 사용한 고려청자 재현사업이 국내 최초로 성공한다. 1986년에는 강진군 고려청자사업소가 개소하여 <강진 고려청자 요장> 생산의 고려 청자 전틍을 재현하여 홍보하고 보급하고 있다. 고려청자박물관으로 계승하여 연구개발과 청자 유통을 이어 오고 있다.
학술 조사 활동도 이어져 1991~1992년 지표조사를 통하여 188개 요지를 확인하였다. 2010~2011년 고려청자 요지 종합정비계획 학술연구용역 및 문화재 지표조사를 실시하여 사적 지정 요지 100개소를 정밀 조사하였다.
2012년 사당리 43호, 용운리 63호 요지 발굴조사를 실하였다. 2020년에도 3차와 4차 발굴조사를 실시하였는데 3차 발굴조사에서 대구소(大口所)의 치소(治所)로 보이는 건물지가 확인되었다. 4차 발굴조사에서는 수만 점의 청자 조각(편)이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려청자 선별장과 초벌구이 전용 타원형의 벽돌가마(만두요)인 고려청자 가마를 발굴했다. 이 벽돌 가마는 벽돌과 기와를 이용하여 구축한 원형의 형태로 발굴되었다. 특히, 가마의 불을 때는 곳인 연소실과 주변에서는 초벌 조각이 다량 출토되고 있어 초벌구이를 전문적으로 생산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강진 고려청자 요장>은 역사 기록과 고고학적 조사와 발굴을 통하여 진정성이 입증되고 있다.
앞으로 지표조사와 발굴 조사된 요지를 중심으로 세계유산협약운용지침에 제시된 ‘진정성’을 판단하는 관점인 형태와 디자인, 재질과 내용, 용도와 기능, 전통·기법·관리 체계, 위치와 입지 환경, 언어 및 기타 형태의 무형 유산, 정신과 감성, 기타 내외부적 요소에 대하여 해당 항목에 대한 분석을 해야 할 것이다.
발굴 조사된 가마나 지표 조사한 가마를 통하여 형태와 디자인을 보면 권역별, 시기별로 요지마다 청자의 형태와 시대의 특성을 보여 주는 퇴적물을 보존하고 있다. 재질은 최근 발굴조사에서 벽돌과 기와를 이용한 가마도 보이고 있다. 용도와 기능은 초벌구이 전문 가마도 있고 재벌 완성 가마도 있다. 강진 요장과 관련된 기술과정이나 당시 관리 체계에 대해서는 다량으로 출토된 청자 조각이나 대구소의 치소로 보이는 건물지 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위치와 입지환경 측면에서는 모든 가마가 원 위치에 그대로 남아 있다.
다만, 요장 주변 농경 주민들을 위한 국가의 사회시설 개발의 일환으로 농사용 저수지 수몰 구역에 포함된 요지 1개소는 국가연구기관의 발굴조사를 거쳐 국립광주박물관으로 이전하여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무형유산이나 정신과 감성 등은 태토 채취와 가마 축조 등 청자 요장을 조성하는 기술, 도공들의 감성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청자 요장에서 제토[수비]와 성형, 정형, 조각, 장식, 초벌구이, 시유, 재벌구이 등 청자를 제작하는 일련의 기술 또한 무형유산으로서 의의가 있다. 내외부적 요소로는 도공들의 생활사와 관련된 인근 불교 사찰 정수사, 유통과 관련되는 포구와 선박 운송 등도 강진 청자 요장 권역에 함께 있다.
완전성에 대한 일반적인 설명을 들자면, 해당 문화유산 속성의 전체성이나 본연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됨으로 완전성의 요건에 대한 진단에는 당해 유산이 1)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표현에 필요한 요소 일체를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 2) 본연의 중요성을 부여하는 특징과 과정을 완벽하게 구현할 만큼의 규모인지 여부, 3) 개발 등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에 얼마나 문제가 따르고 있는 지에 대한 평가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유산의 일부 요소는 그 중요성이나 가치가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전체의 일부분으로서 의미가 있다면 유산에 포함될 수 있다. 또한 완전성의 개념은 유산의 관리계획의 수립이나 운영에 있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강진 고려청자 요장>의 완전성은 청자를 구워내는 “요지”의 구성요소가 진정성을 충족하고 있느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청자를 만드는 생산 시설인 요장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환경까지를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료의 채취와 이동, 연료의 집적과 운송, 수원의 확보와 물길·공급, 가마의 축조와 운영, 제토에서 번조에 이르는 청자 생산의 제반 과정과 그 공간, 생산품의 유통과 운송, 도공들의 생활과 의례·신앙 등을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진 고려청자 요장>은 대구천과 주변 산을 중심으로 수원 확보와 연료 집적 및 원료 채취, 인근 포구와 바닷길을 통한 운송과 유통 등 기본적으로 완전성을 갖추고 있다. 이에 대한 정밀한 조사 검토하여 그 특징과 가치를 밝혀 가야 할 것이다.
발굴조사-초벌구이용 전용 전축요(2019.11.06. 발굴기관 민족문화유산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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