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254 - 전라도의 내면적 기질과 멋- 해산 강현구선생의 “남도 민속의 이해

향토학인 2021. 11. 20. 13:13

인지의 즐거움254

 

전라도의 내면적 기질과 멋- 해산 강현구선생의 “남도 민속의 이해”

 

김희태

 

보고잡소

동지동학

조촐하니

잔맞대오

 

해산선생

고희회상

그얼마나

기뻐할까

 

噫稀古稀

焚香再拜

축문고유

초벌끄적

 

슬프도다

드물도다

일흔고희

분향재배

 

喜稀古稀

花香昇天

재벌성안

기원찬문

 

기쁘도다

드물지만

그대고희

꽃향승천

 

해산 강현구선생 기일(11.19)이다. 벌써 몇 주기인가. 흘러 흘러 세월가고, 그래도 보고 잡다. 10년즘 되는 해에 문집이라도 내야지 하고 있었는데, 언뜻 기별이 온다. 박병주님 회장님. 그냥 모타 불자는 것. 작년에도 그랬었다. 박병주님, 김동현님, 윤여정님, 기세규님, 김해진님, 조철희님, 박시양님, 김희태. 운암동 한켠. 박병주님 말씀, 올해가 “고희(古稀)”여. 아! 그래서 예부터[古] 드물다[稀] 했구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

 

집으로 오는 길에 무언가 몇 줄 남겨야지. 그래서 생각한게 “噫稀古稀 焚香再拜” “슬프도다. 드물도다, 일흔고희 분향재배”. 그런데 돌이켜 보니 그 인연을 돌아 보면서 얼마나 기뻐하실까. 그곳에서도 예의 이승처럼 휘잡고 계실거고, 뭇사람들은 모타갔고 기쁨을 주고 계실 거다. 다시 고친다. “喜稀古稀 花香昇天”, “기쁘도다 드물지만 그대고희 꽃향승천”. 기쁨으로 맞자. 그게 가르침이었다. 희(噫)를 희(喜)로 바꾸니 이 아니 좋을 손가. 분향(焚香) 보다는 꽃향으로 올리자. 분명 저 하늘에 닿으리라. 해산선생의 생평만큼이나 담백한 차꽃의 향연.

 

자료를 뒤적여 기뻐하시는 모습의 사진을 찾았다. 마침 하나 눈에 띤다. 2010년 9월 11일 밤이다. 그때도 동지 동학이 모타부렀다. 해산선생 여식 대사의 전야제 자리이다. 캡쳐를 해보니 옆에 계신듯하다. 절로 기뻐진다. 그래도 보고 잡다.

 

한 장 더 보인다. 그곳에도 장승이 있을까. 이정표도 있을 것이고, 사찰이나 마을도 있을 터이니 분명 그곳 장승을 섭렵하고 계실거다. 2009년 9월 26일 지역문화 현장 특강이다. 주제는 <남도민속의 이해>. 그때 교재에서 머릿말과 맺음말을 싣는다.

 

남도민속의 이해

 

해산 강현구(1952~2013)/2009

 

기층 민속 -집단적인 선택과 변용, 수용

 

민속은 다수의 서민 대중에 의해서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생활 속에 남아 있는 기층 문화이다. 이러한 민속은 시류에 따라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 생업의 변화로 인해 사라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층 민속은 집단적인 선택과 변용 그리고 수용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쉽게 변하지 않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크게는 민족성이나 특정한 지역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문화적 정체성을 지닌다.

 

그러나 생업의 변화와 전승의 단절 그리고 의식주의 변화는 이러한 기층문화의 틀을 여지없이 깨뜨려 버리고 종교적 정치적 신념이 가미되었던 신앙성은 이제는 한낱 특정 계층에서나 유지되며 오락적이고 전시성을 갖는 일회적인 행사로 전락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민속 문화를 탐구하는 것이 보수적이고 회귀적이며 수구적인 목적으로 보는 소이가 여기에 있지만 기실 그 이면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들의 과거의 생활상을 통해 현재를 읽고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이 속에 다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적인 예로 마을 신앙의 핵심인 당산제를 보면, 그 속에는 주민들의 집단적인 정치․종교․사회․교육적 요소가 스며 있으며, 민속놀이 속에는 집단성과 신명 그리고 풍자와 해학이 똘똘 뭉쳐 있음을 찾아 볼 수 있다.

 

매년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어렵고 힘든 생활상을 주기마다 적절히 풀어주는 기능을 갖는 민속놀이는 생활 리듬의 회복이라는 이완작용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사를 그 때마다 집단적으로 맺고 푸는 원리를 통해 삶의 윤기를 더해주는 것이 우리 선조들이 생활 속에서 찾아낸 민속놀이라는 것이다.

 

남도민속 - 전라도의 내면적 기질과 멋

 

남도의 민속문화는 몇 가지 특징적인 사례를 통해 전체를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우리들의 내면에 뿌리 깊이 녹아 있는 민속신앙과, 대동놀이 마당인 민속놀이 전통음악 등을 통해서 전라도의 내면적 기질과 멋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남도민속에는 농경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민간 신앙의 다양한 흔적과 유교적인 규범 그리고 불교적인 요소가 마치 물처럼 스며들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단편적 시각으로 대상을 파악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 지성인으로서 우리 지역의 민속 현상은 어떠한 역사적 유래와 특징적 모습을 보이고 또한 타 지역과는 어떤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늘 비교해 보는 눈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나주 삼영동 들녁에서(2021.10.13)

 

"남도민속의 이해" 나주 운흥사 석장승 현장 특강(2010.09.11, 지역문화전문과정 강의-제2기·2009-, 한국방송통대학교 평생교육원/광주·전남 지역대학)

광주 북구 오치동 갯마을식당에서()2010.09.11, 해산선생 딸 대사 전야) - <쏘맥>은 지금도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