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251 - 나는 함평(咸平)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신영호의 <함평 문화유산 탐구>-

향토학인 2021. 11. 11. 13:52

인지의 즐거움251

나는 함평(咸平)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신영호의 <함평 문화유산 탐구>-

 

김희태

 

신영호의 <함평 문화유산 탐구>(향지사). “나는 함평(咸平)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하고 있다. 오랜만에 들추어 훑어 본다. 1997년 발간이니 훌쩍 25년 세월이다. 세속의 인연이 다한지라, 몇 줄이라도 그에 대해 무언가 남겨야 하지 않을까라는 “부채감”이 늘 있었다. 언뜻 생각나는 것이 <함평 문화유산 탐구>. 머리글을 읽다 보니 다시 덧댈 것 없이 그대로 소개하는게 더 좋을 것 같다.

 

<함평 문화유산 탐구> 책 머리에

 

신영호/1997

 

함평에서 낳고 자랐지만 고향 함평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느냐란 질문에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영상매체와 인쇄매체의 발달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고 사건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요즈음에 과연 자신이 낳고 자란 탯자리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고 또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있는 것인가?

 

하지만 여기에 대한 답변을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만한 자료들은 구비되었는지, 또 쉽게 접할 수는 있는지를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 제왕이나 영웅들의 역사만 배워왔지 민중들의 생활사인 향토사를 중히 여길 줄 몰랐다. 향토사란 바로 우리 자신의 뿌리를 알고 그 근본을 찾아 가는 것인데도 말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도 모르면서 어찌 국사를 논할 수 있고 세계사를 논할 수 있을 것인가 ? 향토사가 잘 정리되어야만 국사가 바로 기록될 수 있다는 것은 자연스런 논리 아닐까.

 

우리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다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그 가치를 재인식해야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부터 먼저 알자는 것, 이것이 이 책을 내게 된 동기이다.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함평이었기 때문에 역사를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향토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그동안 고향인 함평과는 인연이 닿지 않아 타항에서 향토사를 공부할 수 밖에 없었고 그러던 차 우연한 기회에 고향에서 둥지를 틀수 있게 되었다.

 

고향에서 여러 어르신들의 가르침을 받던 가운데 어릴적 겨울이면 기산 눈밭에서 토끼몰이를 다녔고 여름이면 영수 많은 물에서 물장구 쳤던 고향을 그저 향수로만 간직하기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역사를 공부하는 역사학도로서 함평군 전역에 분포하고 있는 선인들의 문화유산들을 자료로 조사 정리하고픈 욕심도 생겼다. 고향에 관한 자료를 정리하는 가운데 그 자료들을 책상속에만 묵혀 둘 것이 아니라 한권의 자료집으로 엮어 보는게 어떠냐는 주위의 권유가 있었다. 그리고 함평의 자료집을 엮는 일은 나를 낳아주고 길러 준 고향에 대한 조그만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뒤 함평에 관한 각종 문헌들을 뒤져 보았고 틈나는대로 답사를 다녔다. 그러나 답사도중에 만난 함평의 문화재들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심각한 병마를 앓고 있었다. 수백여기의 고인돌이 이미 파괴되었고 고분 역시 수없이 파괴되고 있었다. 행정기관의 무관심과 주민들의 무지가 빚어낸 문화재 파괴 현장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함평은 이미 고인돌과 고분이 파괴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학계에 보고 된 바 있다. 개발에 우선한 국토개발정책에 의해 보존이라는 차원은 항상 뒤로 밀쳐져야만 했던 것이다. 선인들이 남겨준 훌륭한 문화유산을 우리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파괴했고, 이런 일들이 곧 우리의 역사를 훼손시키는 것임을 몰랐던 것이다.

 

답사의 와중에서 조그만 사명감마저 들었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병들어가는 고향의 문화 현장을 지킨다는 어줍잖은 책임감까지 들기도 했다. 그러나 단지 역사학을 공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함평의 역사를 개관한다는 것은 필자의 하찮은 실력으로 애당초 무리가 있었다. 한반도의 자그마한 자투리 땅 함평이지만 태고적부터 선인들이 살아온 이 땅의 역사는 너무나 큰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기에 이 책 역시 부족하기 짝이 없다. 선배 제현들의 질책과 가르침 부탁한다.

 

이 책은 함평의 문화와 역사를 소개한 소개서로 모두 열한마당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마당은 총론격으로 함평의 자연환경과 한반도에서 차지하는 함평의 위치, 그리고 함평의 산세 등을 살폈다.

 

둘째마당은 함평의 역사를 개관했다. 선사시대는 유물과 유적을 통해 또 근세에 들어와서는 함평에서 일어난 큼직한 사건을 통해 역사의 흐름을 정리했다. 함평골의 발자취와 변천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셋째마당부터 일곱째마당까지는 함평의 문화유산에 관한 내용이다. 선사시대 작은 왕국의 도읍지였음을 알려주는 고인돌군과 고분군, 함평을 보호했을 성곽과 수군기지, 그리고 우리 정신세계의 지주 역할을 했던 불교와 유교 유적 등을 살폈고, 마지막으로는 이 고장만의 독특한 문화재들을 살펴보았다.

 

여덟째 마당은 함평을 빛낸 문인들과 그들의 작품에 관한 내용이다. 조선시대에서 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함평에서 낳고 자라 문명을 떨쳤던 문인들과 작품 세계를 소개했다. 그리고 함평의 경관을 읊은 옛 노래들을 실었다.

 

아홉째 마당은 민속과 전설이다. 우리 지역의 전통적인 농경생활을 반영하는 전래되는 풍습과 함께 선조들의 애환과 슬기가 모아진 전설을 소개했다.

 

열번째와 열한번째마당은 함평의 관광 명소와 특산품에 대한 것이다. 함평에 오면 먼저 들려 볼만한 곳과 먹을만한 음식, 그리고 지역 특산품들을 소개했다.

 

부록에는 함평을 구성하고 있는 485개 자연 마을의 소개와 함평지방에 관한 문화 관련 논저들을 실었다. 각 읍 면의 역사와 마을의 이름이 붙어진 경위 등을 실어 자신이 낳고 자란 마을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게 했다.

 

필자의 타고난 게으름과 한정된 능력으로 인해 원래 기획했던 의도대로 다 싣지 못한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수록된 내용들이 함평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애정과 본질에 접근하는 의식을 전하는데는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고 자위해 본다. 모쪼록 이 작은 책이 함평을 새롭게 이해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작은 디딤돌이라도 된다면 큰 기쁨으로 여기겠다.

 

이 책이 나오는 동안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먼저 감사를 드려야 할 분은 김경수 향토지리연구소 소장님이다. 이 작업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나에게 깊은 신뢰와 함께 물심양면으로 격려해 주신 여유가 없었다면 이 책을 마무리 짓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함평 향토사계의 선배로서 자료수집에 도움과 함께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이현석 함평문화원 부원장님과 나홍채 함평군향토문화연구회장님, .....  깊은 감사를 드린다.

 

* 2021년 3월 19일 영면. 57세. 며칠 지나서야 부음을 들었다. 황망함 그 자체였다. 5월 16일 목포 보현정사. 49일째 되는 날. 몇 동학이 모여 향(香)을 사르고 재배했다. 그날따라 비가 억수로 퍼 부었다. 세속의 인연을 씻으려는가.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려는가. 누군지 모르게 “마음”을 모아 귀한 일에 쓰자고 했다. 그 “마음”은 후배들에게 장학금으로 주면 좋겠다는 뜻으로 모아졌다. 문득 어머님이 돌아가신 뒤 그가 올린 글이 생각난다. 그가 갚겠다는 “은혜”의 뜻도 같으리라.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슬픔을 가족처럼 위로해준 동문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마냥 슬퍼하며 무상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시간을 힘이 되어주고 보듬어 주었기에 하늘나라로 편히 모실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올리며 후일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겠습니다.(2020.04.25)

 

* 2021년 11월 12일 국립목포대학 사학과 건학 40주년 기념 제29회 사학과 학생학술심포지움(14:00, 목포대교수회관)에서 동문회장(서인석)이 신영호(申英儫) 장학금을 전달한다.

함평 문화유산 탐구 표지(신영호, 향지사, 1997)

문화재 현장에서 - 문화유적 학술 지표조사(1985.07)(장흥군 안양면 수양리 지석묘군 조사/목포대박물관·국립문화재연구소 조사)(조사책임자 이해준교수, 사진 김희태)

향토사 현장에서 - 함평향토문화연구회원 신안 답사(2020.05.30)(사진 咸鄕 2020년 제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