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이야기 - 엄마의 재봉틀, 유품에서 유물로

향토학인 2016. 3. 26. 18:52

 

엄마의 재봉틀

 

그렇게 늘

삼우당 안방에서

오랜시간 있었지요

 

빨강색 호마이카

서랍이 달린

엄마의 재봉틀

 

삼우당에서 수십년

그러던 어느 날

필요할지 모르니

 

광주서 쓰라는 말씀따라

봉선동으로 올라와

안방에서 다시 십 수년

 

비록 작동은 안했지만

있다는 것 만으로도

온정을 느끼곤 했지요

 

방은 물론 집이 온통

책뿐이라 짐이 된다는

눈치가 보이기는 했지만

 

어찌 하자해도 소이부답

차마 어찌할 수 없었지요

우리의 분신이기도 해서요

 

어릴적 서랍이 잘 열려

안에 물품이며 도구가

쏟아지면 쉬쉬하며

 

챙겨 넣다가 또 열리고

어렵사리 종이 끼워 고정하던

그런 일상사가 묻어있고

 

할머님 어머님으로 이어진

우리 가족의 생활사 자체

그거를 잊지 못함이었지요

 

이제 그 주인 두분 다

손을 놓으신지 오래되어

유품이자 유물이 되어

 

또 어찌할까 생각끝에

박물관으로 시집을 보냈지요

전남도립농업박물관, 3월 17일

 

실러 온 학예사 후배 왈

정말 잘 보관된 최상품

인사치레만은 아닌듯..

 

보내려 서랍이랑 보니

열댓 색실타래, 바늘 한 묶음

기름통... 체취가 그대로

 

엄마의 이름으로 기증하다.

 

* 삼우당 三友堂

장흥군 장흥읍 동교통(건산3구 704-4)에서

할머님(장흥 위영字례字님, 1910~1996)을 모시고

아버님(영광 김숙字환字님, 1930~1998.10.10)과

어머님(해남 윤순字옥字님, 1935~2015.10.23)께서

1960년대 초부터 운영하셨던

삼우당 표구사 상호이자

아버님의 아호.

이남 삼녀 오남매의 생활 터전.

* 2016.03.23일자로 전라남도농업박물관 기증문화재 등록

* 2016.07.22~09.23 전라남도 농업박물관 특별전

 - 지역민의 아름다운 선물, 옛 추억에 잠기다'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