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나의이야기 - 오냐 오냐 언능 온나, 큰외숙모님 영전에

향토학인 2018. 7. 20. 00:42

나의이야기


오냐 오냐 언능 온나, 큰외숙모님 영전에

 

김희태


기망태 풀어 나꾸마

널찍한 마당 저 멀리 크나큰 집

토재에 앉아 하시는 말씀

 

동생네와 일년 두어 차례

명절 때 뵈오려 들르면

대여섯 얘들 반기면서

 

게가 망태에서 나오듯

우르르 나대는 꼬마들 보시며

"오냐 오냐 언능 온나"

 

큰외아짐 큰외숙모님

다정 다감 하시면서도

어쩔 때는 결기가 서리기도

 

얘들도 커서 떠나 살고

우리 오남매도 흩어지니

이제나 저제나 뵈오려 했더니

 

바람처럼 구름처럼

불현듯 떠나셨네 머나먼 길

아흔 두살 이승 살이

 

초등 중등 어릴 적 방학이면

오남매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끝에서 걷고 걸어 과수원집

 

수박 참외 먹고 또 먹어도

그저 좋아 눈치없던 어린얘들

오냐 오냐 많이 많이 묵어라

 

수박 참외 포도 감

언제 다시 먹어 보나

오냐 오냐 그 말씀 듣고지고

 

편히 가셔서 잘 계세요

우리 엄마 애기씨도 만나시고

칠십년 꿈엔들 외숙님도 보소서

 

큰외숙모 이옥순님 발인날에

오남매와 기망태 열세명 손자녀가

명복을 비나이다 영생을 비나이다

 

2018.07.19 06:40 조카 희태 삼가올림



외가집. 초중등 어릴적 방학이면 무던히도 드나들던 과수원집. 수박, 참외, 감나무.. 수박을 두둑에서 살짝 굴려 벌어지면 먹은 적도 있다. 어느 때는 겁나 무서운 큰 외아짐. 다 보셨을 게다. 먹고 싶어 어린 조카들이 꾀 부리는 것을. 그래도, "오냐 오냐 많이 묵어라" 잔정이 넘치셨던 분. 아흔 두살 이승살이를 홀연히 마치셨다. 그렇지만 금방이라도 "오냐 오냐 언능 온나" 하실 것 같다. 명복을 빌고 또 빈다. 강진군 강진읍 춘전리 534(지전로 323)(2018.8.6 우리 오남매가 휑한 집을 돌아 보며 외아짐을 그리며 찍다)

그나 저나 이제는 누구한테 물어 보나. 전부터 궁금했던 가족사. 인민위원 외조부님, 사회주의 활동 큰외숙님(얼굴도 못뵌), 6·25 한국전쟁기 육군 장교 우리 아버님. 그 관계망을.... 지금이라도 춘전리(외가)와 내안리(친가, 장흥 부산면)를 가봐야겠다. 어른들을 만나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