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081 - 전남의 돌담3 재료와 종별, 기능에 따른 다양한 분류

향토학인 2017. 2. 17. 16:00

인지의 즐거움081


재료와 종별, 기능에 따른 다양한 분류
전남지방의 돌담3


김희태


우리나라 담의 두드러진 특색은 우선 담을 쌓고 생활하는 건축주의 신분에 따라 재료와 축조방법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즉,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는 울타리나 돌담과 같은 자연적인 모습의 담을 축조한다. 중상류 주택이나 관아, 궁궐에서는 사고석담장·벽돌담·화초담과 같은 인공이 많이 드는 담을 축조한다.(주남철, 담, <한국민족문화재백과사전>6,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69쪽~171쪽)


담의 높이도 민가주택에 비하여 상류주택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한편, 전남 강진의 병영마을 돌담처럼 민가마을이면서도 입지 여건에 따라 담장 높이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이곳은 조선시대 전라병영과 관련된 지역으로서, 말을 타고 지나는 관원들의 눈높이로 인해 담장도 높게 쌓은 것으로 알려져 오기도 한다.



조선전기 관아의 담장[희경루방회도(喜慶樓榜會圖) 부분, 1577년, 동국대학교 박물관 소장, 보물]

 전라도 광주목 관아건물인 희경루에서 1546년 증광시 문․무과 합격 동기생들의 모임을 기념한 잔치를 1577년에 그린 것이다. 연희장면은 정면부감투시와 원근법으로 부각시켰으며, 담장은 사선각도로 비스듬히 배열하였다. 하부는 다듬은 돌로 기단을 삼았고 담장 위에는 기와로 지붕을 하였고 상대적으로 높게 설치한 담장에서 관아건물의 위엄을 보이고 있다. 사진 광주민속박물관


또 담 윗면에 만드는 지붕도 민가 담장의 경우 몸채가 초가지붕이면 초가지붕으로, 상류 주택이나 관아의 경우 기와지붕이면 담의 지붕도 기와지붕을 이룬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담장의 지붕 재료도 다양해 진다.


또한, 민가주택의 담은 집터의 경계에 안과 밖을 구별하는 기능으로 쌓는 성격이 강하다. 반면에 상류 주택이나 관아․궁궐에서는 권위를 나타내는 의미가 곁들여 있으며, 외부에 대한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난다.

담이 경사지에 건축될 때는 담의 윗면과 지붕이 경사면을 따라 나란히 축조되는 것이 아니라, 단(段)을 만들며 축조되는 것이 특색으로 율동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주고 있다.


다음으로는, 담이 건축공간의 성격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이다. 담은 행랑채와 더불어 집터의 둘레를 막아 안과 밖의 공간 성격을 구분 짓고, 다시 안에서도 담을 건축하여 집으로서 형성되는 크고 작은 공간들이 각기 자기 나름대로의 성격을 이루도록 한다. 주택에서 사랑채와 안채 사이에 만든 담은 사랑마당과 안마당이라는 두개의 공간을 형성한다. 그 중 하나는 남성적인 공간이 되고 다른 하나는 여성적인 공간이 되게 한다. 또, 행랑채와 본채 사이에 쌓은 담은, 하나는 행랑마당으로서 하(下)의 공간이 되고 다른 것은 상(上)의 공간이 되게 한다.


또, 궁궐에서는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담들을 둘러쌓음으로써 이들 담들로 나누어지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공간들은 제각기 독특한 성격을 가지게 된다. 그것은 건축공간에 적극적 공간과 소극적 공간의 교차반복을 이룬다.


주택의 안채에 있어 안방·대청들은 그 하나 하나가 의도적인 적극적 공간들이다. 그들이 모여 보다 큰 안채라고 하는 적극적 공간이 되고, 그 둘레에 무한하게 펼쳐진 소극적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곳에 담을 쌓음으로써 담 안의 공간은 보다 큰 적극적인 공간이 된다. 또 그 밖으로 소극적 공간이 둘러 쌓이며, 다시 담에 의하여 그것이 적극적 공간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담은 그 장식구성에 있어 주제의 반복과 변화를 이룬다. 즉, 담에 장식한 무늬들은 창호의 창살짜임새나 주택 내의 가구의 장식무늬로도 쓰이기 때문에 주제의 반복에서 오는 통일성을 손쉽게 이룬다.


또한, 담은 정원공간의 구성에 있어서 중요한 시각적 요소가 되며, 이는 수직요소로서 공간에 미치게 된다. 즉, 굴뚝이나 정원의 괴석대와 돌확 등의 수직요소들이나 석상과 석지 등의 수평요소들을 한 공간 안의 것으로 서로 관련시켜주는 중요한 구실을 하는 것이다.


그 담에 교창(交窓)이나 살창을 달아 공간과 공간을 서로 연속되게 하여주고, 두 공간이 상호관입(相互貫入)되게 하여주는 것도 중요한 특색이 된다. 즉, 건축공간을 인공적인 공간에서 자연적인 공간으로 확대, 융합되게 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도 찾아볼 수 있는 전통시대의 담을 축조방법·재료·장식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관점에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주남철, 담, <한국민족문화재백과사전>6,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69쪽~171쪽 ; 김왕직, <알기 쉬운 한국건축용어사전>, 동녘, 2007, 352쪽~361쪽)


1) 생울(生垣) : 집터의 주위에 나무를 심어 그 나무 자체가 하나의 울타리 구실을 하는 것이다. 주로 이용했던 나무로는 가시나무·탱자나무·개나리 등을 쓴다. 생울은 방어 개념 보다는 경계를 나누는 의미가 강하다.


남도 부농가의 문간채로 들어서는 길목의 담

- 탱자나무 생울과 대나무 바자울을 함께 볼 수 있다. 고택 뒤로는 대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고 밭에는 감나무도 보인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장화리 498 장전마을 전주이씨 고택 문간채. 2007.12.01.


2) 울 : 나무를 베어다가 발처럼 엮어 담장을 삼는 것으로 생울과 함께 민간에서 널리 애용한 담장 가운데 하나이다. 한자어로는 이락(籬落)·파리(笆籬)·번리(藩籬)·바자울(笆子籬)이라고 한다. 갈대나 옥수수, 대나무, 싸리, 잔가지 등으로 일정한 문양이 생기도록 엮어 만든다. ‘바자울’ 이라고 하며 싸리나무를 많이 쓰기 때문에 ‘싸리울’이라고도 부른다.


3) 판장(板墻) : 나무기둥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우고 기둥과 기둥 사이의 위·중간·아래 세 곳에 가로로 인방(引枋)을 보낸 다음 인방에 널빤지를 붙여 만든 담으로, 서울이나 지방의 민가주택에 쓰인다.


4) 돌담[石墻] : 농촌이나 어촌주택에 많이 쓰이는데, 크고 작은 막돌들을 허튼층쌓기로 쌓고 그 윗면에 초가지붕을 하거나, 그대로 놓아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돌담이라도 서울의 중상류주택·관아․궁궐과 사찰·문묘 등의 건축에서는 사고석[四塊石]이라 부르는 네모 반듯한 돌들을 바른층쌓기로 쌓은 담이다. 그것을 ‘사고석담’이라 하고 윗면에는 기와지붕을 한다. 또, 궁궐에서는 지붕 밑에 둥근 보[樑]를 보내어 양동을 설치한다.


5) 토담[土墻] : 진흙·지푸라기·석회를 섞어서 쌓은 담으로 중간 중간에 잔돌들을 넣는다. 이와 같은 담은 농촌주택에 널리 쓰이는데, 윗면에는 초가지붕이나 기와지붕을 한다. 널빤지로 틀을 만들고 그 사이에 진흙·돌·지푸라기·석회 등을 섞어서 굳힌 다음 판장을 떼어내어 담을 만든다. 이를 ‘판담’이라 부르며 널빤지로 만든 ‘판장’과는 다른 것이다.


6) 벽돌담[甓墻] : 벽돌을 쌓아 만든 담으로 중상류주택과 관아․궁궐에서 널리 쓰였다. 벽돌로는 검은 회색 벽돌과 붉은 벽돌이 있다. 주택에서는 검은 회색 벽돌을 쓰고 관아․궁궐에서는 붉은 벽돌을 쓴다. 윗면에는 암키와와 숫키와로 지붕을 만들고, 처마에는 막새기와를 쓰거나 수키와에는 아귀토를 물리기도 한다.


7) 영롱담[玲瓏墻] : 벽돌로 쌓은 담이지만 중간에 벽돌을 빼내어 구멍이 나게 한 담을 말하며, 보통 十자형이나 반달모양으로 구멍을 낸다.


8) 화초담[花草墻] : 담벽에 꽃이나 그밖에 여러가지 장식무늬를 만든 담으로 ‘화문담[花文墻]’이라고도 한다. 무늬는 주로 길상문자(吉祥文字)로 수복(壽福)·강녕(康寧)·부귀(富貴)·다남(多男)·만수(萬壽)·쌍희[囍]등을 새겨 넣고, 또 상서로운 동물로 사슴·학 등을 새겨 넣는다.


 또한, 식물무늬로는 소나무·대나무·난초·국화 등을, 자연물로는 해·달·산·바위·폭포 등을 그려 넣는다. 그리고 기하학적인 무늬로 구갑(龜甲)무늬·완자무늬·번개무늬〔電文〕·바자무늬 등을 새겨 넣었으며, 또 십장생무늬[十長生文]전체를 넣기도 한다. 십장생무늬는 해·산·물·돌·구름·소나무·학·불로초·거북·사슴 등을 주제로 한 것이다.


9) 성첩(성가퀴), 여장(女墻), 곡담[曲墻]


담은 집에서 뿐 아니라 성이나 능·묘에도 쌓았다. 성에 쌓는 담으로는 적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게 몸을 보호하고 공격하기 위한 것으로 성첩(성가퀴)과 여장(女墻) 등이 있다. 능·묘에 쌓는 담으로는 곡담[曲墻]이라 하여 능·묘의 양옆과 뒤쪽을 낮게 둘러쌓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