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가슴 저미는 풍경화, 화순 도장리 길
김희태
마을길을 돌고 돌아
골목길을 따라 내려오다
담장길 곁 빈터에서 마주친
흔한 거 같은 농촌 풍경 유화 작품
해진 작품 두어 점 나뒹굴고
작품은 사라진채 액자틀만 스무점 쯤
사연을 듣고 보니 애린 가슴 저며오고
화순 심홍섭선생, 가슴이 미어진다고
동네 출신 젊은이, 마흔 갓 넘겨 생을 마감한
그이의 잔영을 그렇게 길에서 만났지요
함께 한 김성인선생은
전시회 한번 해준다 했는디 한숨만
유독히 그림을 좋아했고 또 잘 그렸다는 그
대학도 안갔고 특별히 배운적 없지만
일가를 이뤘고 마을의 자랑이었다네요
훌쩍 도시로 떠나 세탁소를 하면서도
그리고 또 그리고, 열정 활동하던 그가
어느날 훌쩍 구름길 따라 갔다네요
마을회관에 그의 그림이 걸렸을 때
동네분들 모두가 와! 오매매! 했다는디
그가 떠난 뒤 남겨진 작품으로
전시회 한 번 해 보련다 생각중이었는데
그의 집에 있을거라 여겼던 작품들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틀만 남아 뒹굴고
큰 작품 두 점은
미처 처분을 못했던지
찢긴채 해진채 골목길 빈터에서
그나마 다행히 눈에 띤 것이지요
김성인 심홍섭 두 문화지기는
그 작품이나마
마을회관으로 옮겨 두었지요.
그는 분명 "예인"이외다.
화순 도암면 도장리 마을길 이야기.
2013.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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