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267
30년 전에 제안한 지방사 조사 연구의 과제, 1992
김희태
“湖南 民草의 생활史 재조명” 제하의 1992년 7월 23일자. 전남일보
가끔 예전 자료를 들추다가 눈에 띠는게 있다. 그 가운데 한 종류가 ‘신문스크랩’이다. 정성이다 싶을 정도로 모았던 것 같다. 언젠가 한꺼번에 어디론가 보냈고, 일부는 집 안 어느 곳 저 깊이 들어 있을 것이다. 1992년의 저 자료는 조사 야장 속에 들어 있는 신문 모음 한 장. 돌이켜 보니 역사민속학회가 출범한 뒤 “1992년 하계 한국역사민속학회 학술심포지움(1992.7.24., 목포대)”과 답사를 했는데, 그때 발표 내용이 미리 소개된 것 같다.
다시 컴퓨터를 뒤져 보니 발표문이 저장되어 있었다. 발표 주제는 “전남지역의 역사민속학 연구현황”. 내용은 보완하여 학회 학술지 『역사민속학』제3집(역사민속학회, 1993.7)에도 실었다. 그 글의 맺음말을 “30년 전에 제안한 지방사 조사 연구의 과제 과제”로 제하여 옮긴다.
전남지역의 역사민속학 연구 동향이란 제하에 이 지역의 연구기관단체 활동 현황과 유형별 자료간행현황을 살펴보았다. 많은 자료를 소개하는 것이 능사만은 아니지만, 다소 장황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호남이 주제이지만 전남으로 한정한 점이나, 역사민속학 연구 동향이면서 이 지역에서 행해지는 조사 연구 활동을 두루 다룬 점은 서두에서 밝힌 바 있다.
연구 동향은 주로 학술논문이나 저서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여 비판까지 행해져야 하지만, 본고에서는 이 지역을 주제로 다룬 학위논문이나 학술논문들은 섭렵하지 못하였다. 필자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으려니와 향토에서의 다양한 활동과 자료 간행현황을 소개하는 것도 지역의 이해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에서이다. 이같은 정리를 통해서 전남지역의 이해나 앞으로의 조사 연구에 조그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없는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몇 가지 제안을 하는 것으로 맺음말을 삼고자 한다.
첫째는, 계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이지만 지방사 자료의 수집 보존 정리가 시급하다는 점이다. 전남지역에서 다양한 활동들이 소개되었지만 지방시대를 맞아 사료의 수집 정리의 필요성은 다시 강조하지 않아도 화급한 일이다.
둘째는 다양한 연구단체들의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통합이나 분과의 설치 등도 한 방편이 되겠지만 목적이나 구성원 등에서 차이가 있는 이질적인 조직이 쉽게 합쳐지기는 힘든 일이므로 각 분야의 대표자나 집행진이 참여하는 협의체의 구성도 점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자연적 특성에 따라 분류된 지역사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앞에서 살핀 바대로 조사연구는 대부분 현재의 행정구역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 관청에서 지원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자칫 몰이해로 전락될 우려가 있다. 특히 역사민속 조사에서는 더욱 필요하다.
넷째는 총서의 발간이나 연차적인 조사연구의 경우 전문가나 주민 등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여 정치한 장기계획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는 계획이 있으나 재정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되지만, 행정관청에서는 회계년도나 기관장들의 재직기간과 관련되어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장기적인 투자계획이나 문화계획 등을 세워 연차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문화사업은 개발사업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다섯째는, 수차례 제기되어온 터이지만, 대학에서 그 지방의 문화를 조사연구를 하는 학과(지방사학과 등)를 설치하여 전문인력의 배출이 시급하다는 일이다. 우선 학과의 증설이 어렵다면 관련 학과에 지방사 강좌를 다양하게 개설해야 할 것이다. 각급 학교에서의 지방사 교육의 증진과 내실화도 절싱히 요망된다. 또한 중앙의 문화 관련 기관 단체의 사업이나 예산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해야 할 것이며, 지방에도 중앙 단체의 지부나 지회 성격이 아닌 자율성있는 단체들이 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문화재발굴조사용역단체나 지방문화예술진흥원, 지방문화재보존협회 등을 들 수 있겠다. 역사민속학회의 지역 활동을 위한 관심과 노력도 이같은 맥락에서 보다 더 진전되어야 하리라고 본다.
여섯째는 지엽적인 문제가 될른지 모르겠으나 향토에서의 연구자, 기관, 전문가(학계)사이의 상호신뢰가 온축되어야 겠다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주체는 우리 인간이며 그 주체들 사이의 신뢰는 문화나 역사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는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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