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65 - 도슨트와의 대화, 해설사 강의하면 먼 얘기 하세요?

향토학인 2019. 1. 11. 01:21

인지의 즐거움165


도슨트와의 대화, 해설사 강의하면 먼 얘기 하세요?


김희태

[이야기1]

 

“머하는 분이세요?”

“그냥 관람하러 왔어요"

“아닌 것 같은디요”

“가끔 해설사 강의도 합니다.”

“그래요. 어쩐지.

  해설사 강의하면 먼 얘기 하시는가요”

“아! 그것이. 그랑께..”

 

2018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현장, 진도 운림산방에 들렀다. 2018년 9월 18일. 오랫동안 문화유산 현장에서 ‘지일’인지 ‘놈일’인지 모르고 이리 저리 다녔었는데, 이번에는 순수한 관람자의 입장에서이다. 같은 일을 하던 친구, 민속학자도 함께였다.

‘도슨트' 표찰을 달고 설명하려는 분과 나눈 대화이다. 사진을 꽤 많이, 이것 저것 찍어대니 범상치 않게 본 것 같다. 그리고 해설을 하곤 하지만, 뭔가 궁금한게 있는 것도 같았다.

 

“우선 여기 한번 봐 보세요.

손대지 마세요. 가까이 가지 마세요.

전시관에 흔히 붙는 주의 하라는 글.

문제는 없는 걸까요.”

“작품의 보호를 위해서죠. 당연한 것이 잖아요”

 

너무나 당연한 것을 묻는다고 오히려 의아해 한다. 뭣을 좀 아는 것 같았는데, 이런 걸로 시비를 하다니, 그런 눈 빛.

 

“근디 저 설명판 여기서 보이세요. 읽을 수 있으세요.”

“여기서는 안 보이죠.

  눈이 아주 좋은 사람도 잘 못 알아 볼 거예요.

 가까이 가서 보면 되죠.”

“가까이 가지 말라면서요. 작품 보호를 위해서요.”

“아! 그러네... 글씨를 키워야겠네요.”

 

전시작품 옆에 작가와 주제, 연대, 크기, 설명 등이 따라붙는 ‘설명판’을 보고 하는 말이다. 전시 작품에서 1~1.5미터. 가까이 가지 말라는 한계선 쯤이다.

 

너무나 흔히 보는, 그냥 일상적일듯한 전시의 방식이다. 그런데 작품과 관람자는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 ‘글씨를 조금만 키우면 될 것을’. 이런 인식을 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전시관 안에서 이동하면서 몇마디 주고 받다 보니 느낀 것. 그런데도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다. 국립대 박물관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한 동행 친구도 거든다. 관심을 가지니 문제가 있다고 느꼈지만, 다음에도 또 예전의 일상적인 방식으로 되곤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야기2]

 

“해설사 교육 강의하면 무슨 말을 하냐고 물었지요?”

“그래요. 뭐부터 무슨 말로 해야 하는지. 어려움이 많아요.

  들으려고 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글쎄요. 그래서 여쭙는 거예요.”

“교육을 받긴 하셨지만, 누구에게도 물어 보기도 그렇지요?”

“그랑께요.”

 

궁금증이 많았던지 툭툭 지나는 것처럼 말하는 것마다 연신 동의를 한다. ‘허 참. 으찌 저라고 내속을 알아부까’하는 눈빛. 나로서는 ‘무슨 분야 강의를 하는가’가 아니라 다짜고자 ’무슨 말을 하세요.’라는 첫 질문에 간파한 것이다. ‘해설사’, ‘도슨트’, ‘큐레이터’.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되는 것은 내가 공부한 것을 남이 알 수 있도록 해설하는 것일 게다.

 

그러면 어느 정도 알아야 하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대답없는 질문이다. 대상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해설하고 듣는 시간도 한정할 수 없다. 해설사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한다. 2000년~2001년 사이쯤일게다.

 

‘당신들 여기 왔으니 내 말을 무조건 듣고 가야 한다.

 30분이던 60분이던...’

‘어느 곳에 가서 누구 해설사는 만나면 피해라.

 한없이 이야기하니 듣다가 질린다.

 다시 오기 싫어져 버린다.’

 

앞의 글은 해설사 입장이다. 의욕에 불타 올랐을까. 두 번째 글은 관람객 입장에서 떠 돌던 전설같은 이야기.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그래서 나름대로 정리 한 게 있다. 세가지. 또는 네가지.

 

먼저, 정확하게 알아라.

그것을 내 것으로 소화를 시켜라.

그리고 상대방 눈높이에 맞춰라.

 

말로하면 쉽다. 그러나 체득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열정.

좀 장황하게 사설을 늘어 놓았다. ‘묻고 답하며 배우는 문화유산 이야기’라는 주제에 눈이 번쩍 뜨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도 된다. 궁금한 것을 잘 알려 달라는 것인데 어찌 해야 하나 생각하다, 얼마전 현장 얘기로 실마리를 삼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