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52 - 남도풍류 신명문화 예향전남 천하제일, 전라남도여 영원하라!, 2005.10.18

향토학인 2020. 7. 6. 03:09

인지의 즐거움152

  2018.07.01

남도풍류 신명문화 예향전남 천하제일

-전라남도여 영원하라! 새로운 길을 나서면서-

 

김희태

 

새로운 시작.

무언가 한 줄 글이라도 인지의 즐거움에 올려야 할 것 같다. 그 어떤 것이던 나에게는 인지의 즐거움 일진데.

 

2018년 7월 1일. 새로운 길을 나선다. 1976년에 사회로 나섰으니 오랜 세월이다. 전남도청에서만도 31년째. 몇몇 생각을 하다가 그래 그거다. 그때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을 들여 찬문을 지은 바 있었다. 그 결구(結句)에 “신명 풍류”의 “천하제일”, 그 바램을 담은 적이 있다. “문화재학인”으로 평생을 추구한 것이고, 앞으로도 “향토학인”으로서 그리하리라.

 

그 찬문은 남악신도시의 전라남도지사 공관 상량문. 2005년 10월 18일 미시(未時) 상량. 기록으로 남기고자 경과를 적어둔다. 상량 며칠전, 10월 14일 광주 소재 도청 “문화예술과”는 남악으로 갈 짐을 꾸리고 15일 오전에 광주를 떠난다. 남악 새자리에서 짐을 정돈하고 있을 때 시설담당 박형수계장이 전화를 했다. 18일 상량식을 할 건데 상량기 글씨를 쓸 서예가를 추천해 달라는 것. 이에 대한 나의 제안. 종도리에 상량기 글씨만 쓸게 아니라 상량문(찬문)을 지어 의미를 되살리자 한 것. 그러자 나에게 찬문을 해 달라 해 이삿짐을 풀다 말고 골몰. 이틀만에 완성한다. 차분히 글씨를 쓸만한 상황이 아닌터라, 한지 전지에 궁서체로 프린트 인쇄. 3부 제작. 당시 김양수행정국장이 전적으로 믿고 밀어주었다.

 

상량식 당일. 장흥문화원장 화산 윤수옥 선생이 일필휘지로 상량기를 쓰고, 상량문 낭독은 문화재전문위원 김희태. 상량식 행사 집례를 겸한다. 의미와 절차를 설명하고 상량문을 해설하고. 대목장의 해설과 분향 재배. 이어 당국자들. 이윽고 종도리가 올라간다.

 

전라남도의 지리 역사를 개괄하고 문화의 흐름을 살피면서 도청 이전, 도지사 공관의 의미와 기원을 담아 보았다. 전통적인 상량문 양식을 따르되 한글로 풀었다. 들보를 던지는 형식으로 기원을 담는 동서남북, 상하 여섯 방향의 송문을 어떻게 담을까 고심했다. 서사와 결구, 22개 시군별로 생각해 24구를 각 4구씩 나누어 보았다. 한 구당 4언 4구씩 16자. 끝에 시군 명칭이 들어가도록 했다. 내용에는 2005년 당시 기준으로 논의 활용되고 있는 그 지역의 상징이나 특징을 담고. 일종의 “문화지명”이다. 다만 한 곳, 함평만은 “함평천지”가 익히 알려진지라 그대로 따르고. 시군별로 정리 한 뒤 동서남북상하로 나눈다. 방향이 어중간한 곳도 있으나 상징적으로 한 것.

 

서남도서 해양물결 문화전남 충만일세

내륙물길 서남뱃길 대양들목 유달목포

한려미항 향일돌산 호국충절 진남여수

송광선암 낙안읍성 청백관리 팔마순천

고대관모 목사고을 영산곡창 왕국나주

백운정기 섬진기개 철의중심 항만광양

시가문학 계산풍류 죽록청절 환경담양

섬진압록 심청공양 자연가족 골짝곡성

영산지리 천상화엄 매천절의 관광구례

팔영유자 청정해역 일관사포 우주고흥

소리녹차 죽천우산 의예다향 삼보보성

세계유산 고인돌군 천불천탑 휴양화순

생약표고 천하보림 천관보살 정남장흥

천년비색 다산실학 답사일번 청자강진

세계제일 공룡화석 두륜대흥 땅끝해남

장엄월출 왕인도선 도갑구림 신령영암

승달법천 양파낙지 기업도시 황토무안

나비곤충 푸른미래 친환경골 함평천지

옥당고을 불갑칠산 불교도래 굴비영광

백양단풍 성현하서 홍길동촌 문림장성

천연구계 해신보고 보길고산 청해완도

왕궁용장 대몽항쟁 민속예술 보배진도

보석도서 홍도흑산 후광선생 청정신안

남도풍류 신명문화 예향전남 천하제일

 

이제라도 여기에 올리는 것은 기록의 보존 차원도 있다. 도청 이전에 따른 도청 건립 백서가 나왔지만 도지사 공관은 정리항목이 없다. 공공시설임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상량문도 어느 곳에서도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았다. 내 컴퓨터에 파일로 있을 뿐.

 

상량문 찬문 이후 몇 가지 일화. 2005년 10월 17일 광주에서 인쇄를 하여 남악 도청으로 가는 길에 당시 윤승중 연설 담당비서관이 연락을 했다. 남의 글은 좀처럼 칭찬을 않던 당시 도백이 좋은 글이라 하면서 지은이 이름을 넣으라 했다는 것. 도지사 공관을 완공 한 뒤 “어진누리”라 편액을 건다. 이 또한 관여가 된다. 편액글씨는 원로 서예가 운암 조용민선생, 서각은 김규석선생을 추천. 입택을 할 때에도 의미를 되새겨 절차와 격식을 따르면 좋겠다는 “입택고유식”을 제안한다. 후일담으로 들으니 제안한 절차대로 입택 고유를 했다고 한다. 입택고유식 성안자는 연락을 받지 못했지만.

 

도지사 공관 상량과 입택 고유식은 전통시대의 상량, 입택 자료를 기초로 현대사회에 맞게 제안, 성안, 추진했던 것. 일종의 스토리텔링이요 문화컨텐츠 사업이다. 이후 전국의 공공기관 등 규모가 큰 건물 상량문을 작성 할 때 참고자료 요청이 이어지기도 했다. 바램 두가지. 하나는 그 공관 건물에서 다담을 해 보는 것. 공관이 있는 한 언젠가는 초청을 해줄까 싶기도 하고. 다른 하나는 전통 기반의 입택, 상량과 공관 사례를 학술 차원에서 글로 남기는 것.

 

◎ 전라남도지사공관상량문(2005.10.18)

 

삼가 생각하건대 민선자치의 초석 위에 전남 발전을 꾀하면서 전라남도청의 신청사를 개청하게 됨에 따라 공관을 새로 짓게 되니 크나큰 복을 한없이 받고 높은 들보를 올리는 것이 길조에 맞는 일이다.

 

남악 새 터전 해좌에 자리를 잡고 들보와 서까래를 새로 만들었으니 모양새와 그 속에 깃든 정신은 검소하면서도 누추하지 않고 규모는 걸맞으나 사치스럽지 않은 예전 전통 한옥 그대로이다.

 

살피건대 산지리는 지리 백암 월출 두륜 천관 팔영 조계 백운산의 산줄기 따라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의 지기가 오룡에 이어지는 곳이요, 물지리는 영산 섬진 탐진의 강줄기 굽이치면서 곡창 평야 적시고 서남해 이천리 길 따라 펼쳐진 다도해와 한려수도를 잇는 해양영토시대의 전진기지 들목이 다름 아닐세라.

 

돌이켜보건대 전라남도는 공룡화석지 등 자연사유산의 보고요, 구석기 시대부터 터전을 잡아 청동기시대의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역으로 역사성과 유구성을 자랑하고, 고대 청해진 장보고대사는 해상을 중심으로 동방무역의 패권을 호령했고, 고려시대는 결사 정신으로 개혁을 선도했을 뿐만 아니라 도자 미학의 결정체인 비취빛 고려청자를 창조했으며, 조선시대엔 시가문학, 문인화, 남도풍류, 의병과 동학의 정신으로 시대를 선도했도다.

 

우리 전남은 고려시대에 해양도라 하다가 강남도와 합하여 전라도라 한 이래, 조선시대에는 8도 가운데 하나로 남녘의 하늘 땅을 지키고 가꿨으며, 1895년에는 23부 가운데 나주부, 전주부, 남원부, 제주부가 되었도다.

 

1896년 8월 4일에 13도제가 되면서 전라남도라 하여 광주에 관찰청을 두었다가, 제34대 민선도지사 재임 때인 2005년 10월 4일 남악으로 청사를 옮겨 11월 11일 개청하기에 이르렀으니 명실공히 오랜 전통이 이 아니런가!

 

돌아보건대 도청 이전은 109년만의 대사러라.

 

도청이 옮겨지면 도백의 거처도 당연히 따라 옮겨지는 법, 도정의 중심인 신도청을 바라보는 곳에 거처할 바를 정하여 비바람을 기다려 들보를 올리노라.

 

장중하면서도 검소하고, 간략한 듯 소담스런 옛 전통을 이었으니 용이 서리고 봉황새가 날개를 편 듯, 좋은 나무 잘 다듬어진 건물을 우러러 칭송한다.

 

삼가 축복의 노래를 불러 큰 들보 올리는 일을 돕는다.

 

들보를 동쪽으로 들어 올린다.

서남도서 해양물결 문화전남 충만일세

백운정기 섬진기개 철의중심 항만광양

섬진압록 심청공양 자연가족 골짝곡성

영산지리 천상화엄 매천절의 관광구례

 

들보를 서쪽으로 들어 올린다.

옥당고을 불갑칠산 불교도래 굴비영광

나비곤충 푸른미래 친환경골 함평천지

승달법천 양파낙지 기업도시 황토무안

내륙물길 서남뱃길 대양들목 유달목포

 

들보를 남쪽으로 들어 올린다.

천연구계 해신보고 보길고산 청해완도

왕궁용장 대몽항쟁 민속예술 보배진도

보석도서 홍도흑산 후광선생 청정신안

세계제일 공룡화석 두륜대흥 땅끝해남

 

들보를 북쪽으로 들어 올린다.

백양단풍 성현하서 홍길동촌 문림장성

시가문학 계산풍류 죽록청절 환경담양

소리녹차 죽천우산 의예다향 삼보보성

세계유산 고인돌군 천불천탑 휴양화순

 

들보를 위로 들어 올린다.

고대관모 목사고을 영산곡창 왕국나주

생약표고 천하보림 천관보살 정남장흥

장엄월출 왕인도선 도갑구림 신령영암

천년비색 다산실학 답사일번 청자강진

 

들보를 아래로 들어 내린다.

한려미항 향일돌산 호국충절 진남여수

송광선암 낙안읍성 청백관리 팔마순천

팔영유자 청정해역 일관사포 우주고흥

남도풍류 신명문화 예향전남 천하제일

 

원하옵건대 상량한 뒤에 온갖 제도가 모두 갖춰져 천만가지 상서로움이 이어지고 예향 전남의 남도 풍류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울려 퍼지고 남악신도시는 세계의 중핵도시로 발전해 가고 그 중심의 신도청은 도정 혁신의 웅부로서 풍요로운 전남의 기지가 되고 공관도 영원 강고하기를 바라노라.

 

二千五年 乙酉 四月六日 未時에 開基定礎하고 十月十八日 未時에 上樑하다.

 

글 김희태(2005.10.18)

 

*2018년 7월 1일 새로운 길을 나서면서 올린 글인데 인연이 안 맞는 듯하여 내렸다가 기록자료로 여기기로 하여 다시 올린다.

상량문 낭독 고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