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268 - 선현들의 詩文속에서 羅州를 읽다1 - 채보문의 「제나주관(題羅州館)」
인지의 즐거움268
선현들의 詩文속에서 羅州를 읽다1 - 채보문의 「제나주관(題羅州館)」
김희태
지역을 이해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대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인물이나 저술, 유적이나 유물, 사건이나 사고, 민속이나 풍물, 시평이나 세평, 자연이나 경관, 구전이나 기록 등.
이 자료 가운데 기록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네들의 이야기를 글로 표기했기 때문에 정서와 심상을 알 수 있어서이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시문(詩文)이 한 주류일 것이다. 시(詩)는 문학적 형상화를 하기 때문에 이면의 사정과 이상 세계까지도 헤적여 볼 수 있다. 문(文)은 당대의 사회 사정을 글로 기록하기 때문에 현장성을 통하여 역사성을 읽을 수 있다.
나주의 시문(詩文)을 살펴 볼 틈이 있었다. 나주문화원에서 출판한 『선현들의 詩文속에서 羅州를 읽다』 2책(1책 494쪽, 2책 364쪽). 시절 인연인지 해제(解題)를 정리하게 되었다. 상량문이나 기문, 비문 등이 있긴 했으나, 시(詩)가 많았다.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지만, 혹여라도 그 행간에서 역사 현장이나 경관풍물, 문화 소통과 교류에 대해서 읽어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살펴보았다.
검색어는 나주, 금성, 남평 등 행정지명과 금성관, 벽오헌(동헌), 무이루, 유색루, 연당, 망화루, 제금헌(동헌, 제금헌(내아), 정수루 등 관아 명칭, 역대 목사 인명 등을 대상으로 하였다. 금성(錦城)의 경우, 다른 지역을 지칭하는 경우도 있었고, 금성으로 검색되었으나 실제로는 면성(綿城, 무안 별호)인 경우도 있어 내용을 보아서 선별하였다. 시문 대상의 공간은 나주외 지역이어도 나주와 관련 인물인 경우에는 일부를 실었다. 소재처 등에 대해서는 검토할 부분도 있다.
시(詩)는 연인원 409인의 749제(題) 806수(首)가 조사 수집되었다. 기(記)는 42편이다. 편집 순서는 분야별로 하여 시기가 빠른 순으로 하였다. 인물별로 시문을 국역문과 원문을 함께 싣고 출전을 밝혔다. 기존 국역문이 있는 경우는 특별한 경우 외에는 그대로 싣고 관련문헌을 주석으로 표기하였다. 분량이 많고 시간의 제약으로 일부는 선별하여 역주를 하고 원본은 문화원에 따로 모아 두었다. 시 250인 502제 554수, 기 28편을 실었다.
“나주 시문”은 나주 지역 자료의 집대성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제2, 제3의 자료 수집과 정리, 역주, 해설이 이어지고, 그 속에 내재된 특징이나 가치를 세밀하게 분석, 비교, 연구하면서 “나주 정신”과 “나주 문화”을 읽어 내고 이를 이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가고자 한다. 질정과 제보를 기대한다.
<표> 나주 시문 현황
구분(검색어) | 시(詩) | 기(記) | |||||||||||||
人 | 題 | 首 | 계 | 上樑文 | 重修記 | 土神文 | 碑文 | 叙, 序 | 錄,傳 | 日錄 | 書 | 敎文 | 箚 | 狀 | |
금성관 | 21 | 26 | 27 | 6 | 3 | 3 | |||||||||
벽오헌(익헌) | 17 | 18 | 25 | 1 | 1 | ||||||||||
무이루 | 14 | 17 | 18 | ||||||||||||
유색루 | 5 | 5 | 5 | 2 | 0 | 0 | |||||||||
연당(수련당) | 5 | 8 | 11 | 1 | 1 | ||||||||||
망화루 | 6 | 10 | 10 | 3 | 1 | 1 | 1 | ||||||||
제금헌(동헌) | 7 | 11 | 12 | ||||||||||||
금학헌(내아) | 2 | 3 | 3 | ||||||||||||
정수루 | 1 | 1 | 1 | ||||||||||||
읍성·문루 | 27 | 70 | 82 | 4 | 1 | 2 | 1 | ||||||||
나주 | 162 | 249 | 251 | 10 | 3 | 4 | 2 | 1 | |||||||
목사·현감 | 142 | 331 | 361 | 15 | 1 | 5 | 1 | 1 | 3 | 1 | 1 | 1 | |||
계 | 409 | 749 | 806 | 42 | 6 | 9 | 1 | 7 | 3 | 1 | 3 | 1 | 1 | 1 |
금성관(錦城館) 시문은 21인의 26제 27수의 시와 6편의 기문이 확인되었다. 기문은 상량문 3편, 중수기 3편이다. 금성관은 나주목 객관이다. 객관 전체를 대변하는 명칭이지만, 한편으로 중앙간 정청에 편액이 걸려 있어 동쪽의 익헌인 벽오헌과 구분하여 보기도 한다.
첫 번째로 검색되는 채보문(蔡寶文)선생의 시는 『동문선(東文選)』에 실려 있다. 나주의 시문 가운데 몇 안되는 고려시대의 시이다. 채보문은 고려 중기 인물로 출생년은 확인되지 않으나 1163년(의종 17)에 문과에 급제하였다.(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시스템) 학문이 탁월했으며 『동문선』에 시 3수가 전한다.
「題羅州館[나주 공관에 쓰다]」, 「珍島碧波亭次崔按部永濡韻[진도 벽파정에서 안부 최영유의 시에 차운하여]」, 「高山縣公館梨花[고산현 공관의 배꽃]」이 『동문선』제13권(칠언율시)에 있다. 그리고 『신증동국여지승람』강진현 고적조 회선정(會仙亭)조에 채보문의 시가 있다.
채보문의 「나주 공관에 쓰다(題羅州館)」는 시의 주석에 “을유년에 유학차 이 고을에 이르니, 서기 박원개(朴元凱)가 특히 공관에 잔치를 벌이고 나를 위로하였다. 이제 내가 안렴사의 명을 받들고 다시 이곳을 찾아와서 지난 일을 추억하고 지금 일에 감회가 일어 사운(四韻)을 짓는다.[乙酉歲, 遊學到此, 書記朴元凱特於公館宴慰. 今忝按廉之命復過, 懷古感今, 因爲四韻.]”라 하였다.
을유년(1165년, 의종 19) 유학차 온 것과 뒤에 안렴사로 순찰한 사실 등 두 번의 나주 방문 사실을 적고 있다. 1165년(의종 19) 당시에는 서기 박원개(朴元凱)가 잔치를 벌였다고 하였다.
『보한집』(卷上 拾遺)에 “채보문(蔡寶文)은 한 때 명망이 두터웠는데, 그의 시를 보면 굳세고 곧은 것이 수식한 흔적이 없다. 과거에 금성(錦城)에 배우러 갔었는데, 뒤에 안렴사가 되어 〈금성에〉 와서 공사(公舍)의 벽에 시를 지었다.”고 하여 채보문의 시에 대한 당대의 평가와 함께 나주 객사의 벽에 시를 걸었음을 적고 있다.
『보한집』은 고려후기 문신 최자(1188~1260)가 이인로(1152~1220)의 『파한집』을 보충하여 1254년(고종 41)에 간행한 시화집이다.
채보문의 시는 처음에 “이 땅에 와서 논 지 십여 년 만에 올가을에 또 기러기처럼 남으로 왔네(此地來遊十餘歲 今秋又作鴈南飛)”라 하였는데, 세주에 을유년(1165)에 유학차 왔다 하였으니 다시 안렴사로 나주에 온 것은 1175년(명종 5)쯤 가을임을 알 수 있다.
다음 연에서 “저녁에 발 걷으니 강산은 그대로인데 아침에 거울을 여니 귀밑털이 변했구나(簾旌暮捲江山是 鏡匣朝開齒髮非)”라 하여 세월의 무상함을 말하고 있다.
한편 당시 나주의 물산과 관련하여 중요한 시사점을 읽을 수 있다. 발[簾旌]과 거울[鏡匣]. 저녁과 아침이라 했으니 유숙한 공간을 말하는 것이고 이는 금성관에 있는 집기이자 가구라 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나주의 소목 가구와 대나무 공예품 등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고려시대 1175년경 나주목을 방문한 중앙관리 안렴사의 유숙처 금성관의 대발[竹簾]과 경갑. 최고급품이었을 것이고 그것은 나주의 특산 명물이었을 것이다.
장엄한 금성관, 나주 명물 가구는 관리의 품격을 더 높여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허리의 누른 띠 새 영화가 중하니 뉘라서 나를 옛날의 그 포의라 하느뇨(腰黃眼赤新榮重 來去誰云一布衣)”라 하지 않았을까.
채보문의 시는 『신증동국여지승람』(1481년;신증 1530년), 『나주목읍지』(조선후기, 규장각 소장 奎17422) 등에 연이어 실리면서 나주의 대표 시문으로 자리 잡는다.
나주 공관에 쓰다[題羅州館]
을유년에 유학차 이 고을에 이르니, 서기 박원개(朴元凱)가 특히 공관에 잔치를 벌이고 나를 위로하였다. 이제 내가 안렴사의 명을 받들고 다시 이곳을 찾아와서 지난 일을 추억하고 지금 일에 감회가 일어 사운(四韻)을 짓는다.
채보문(蔡寶文)
이 땅에 와서 논 지 십여 년 만에 / 此地來遊十餘歲
올 가을에 또 기러기처럼 남으로 왔네 / 今秋又作鴈南飛
저녁에 발 걷으니 강산은 그대로인데 / 簾旌暮捲江山是
아침에 거울을 여니 귀밑털이 변했구나 / 鏡匣朝開齒髮非
고요한 뜰의 흰 모래에 달빛이 머물렀고 / 庭靜白沙留月色
깊은 정원의 푸른 대는 봄빛에 취하였네 / 園深綠竹醉春輝
허리의 누른 띠 새 영화가 중하니 / 腰黃眼赤新榮重
뉘라서 나를 옛날의 그 포의라 하느뇨 / 來去誰云一布衣
*동문선 제13권 / 칠언율시(七言律詩) [한국고전번역원, 신호열역, 1968/한국고전종합DB(https://db.itkc.or.kr)

<선현들의 詩文 속에서 羅州 를 읽다>(나주문화원 출판, 총괄 최기복 나주문화원장, 기획 윤여정 부원장 김권영 사무국장, 국역 엄찬영 나상필 문희숙, 감수 김희태, 진행 선성경 사업과장)



『나주목읍지』 제영조(조선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