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230 - 창극(唱劇)의 전통과 새로운 방향 - 무안 창극학술포럼
인지의 즐거움230
창극(唱劇)의 전통과 새로운 방향 - 무안 창극학술포럼
김희태
“창극(唱劇)의 전통과 새로운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무안 창극 학술포럼에 뜻하지 않게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그날 발표 토론 문집이 단행본이 되어 도착하였다.(서장식 외 6인 저, (사)승달우리소리고법보존회편, 지우출판, 163쪽)
포럼은 2021년 1월 28일 열렸다. 무안군 주최, 승달우리소리고법보존회 주관. 2020년 12월 28일에는 예비 포럼도 가졌다. 토론자로 참여하였는데 공동 저자로 올랐다. 이 또한 뜻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날의 토론문을 올린다. 세가지 제안을 했는데 한가지는 따로 정리할 것이다.
〇기조발제 : 전라남도 무안(務安)의 국악전통과 미래
서장식 : (사)승달우리소리고법보존회 이사장
〇1주제 : 창극의 역사적 전개와 우리시대의 창극
발표 : 유영대(고려대학교 교수, 국립창극단장 역임)
토론 : 김희태(전라남도 문화재위원)
〇2주제 : 무안출신 명창 강용환의 생애와 예술 활동 기록의 검토
발표 : 백두산(서울시립대학교 교수)
토론 : 이윤선(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
〇3주제 : 창극의 콘텐츠화 방안 연구
발표 : 안남일(고려대학교 교수, (사)한국축제포럼 회장)
토론 : 유대용(중앙대학교 교수, 울산광역시 문화재위원)
〇 진행, 토론 : 좌장 나승만(목포 명예교수)
<창극의 역사적 전개와 우리시대의 창극>(빌표 유영대 고려대 교수, 국립창극단작 역임)은 창극의 정의와 형성기 강용환의 활동, 창극사의 전개양상, 전승현황을 살핀 논고로 창극에 대한 이해와 함께 우리 시대 창극의 전승의 방향을 제안해준 의미있는 논고이다. 논고에 대한 토론이라기 보다는 제언사항으로 정리해 보겠다.
맺음말에서 “아직도 많은 실험적 창극은 오직 한번만 무대를 가진 후, 종무소식이다. 이것은 참으로 비경제적인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창극 역사 100년이지만 실제로는 수백년에 걸친 우리 나름의 연희 전통이다.”라 한 부분은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적이다.
실험극을 예로 들기는 했지만, 상징적인 단어를 들자면 “한번만”, “100년”, “수백년”이다. 뒤집어 보자면 “수백년”의 전통에서 연원하는 판소리가 “100년”전에 창극으로 변용되어 시대를 풍미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전승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어쩌다 기획 공연을 하지만 “한번만”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수백년”의 전통이 “한번만”에 머물고 만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직시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에 대해서는 공감을 한다.
먼저, “한번만”에 그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미 발표자께서 지적하였지만, 장기간에 걸쳐 전문 인력들에 의해 구성되어야 하고 정례적으로 공연되어야 하고 이를 수요자들이 찾아 들어야 한다. 장기간의 전문 인력은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원이 된다고 어느날 갑자기 수요자들이 찾아드는 창극 공연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전승 담당층으로 배우, 연출가, 작창자, 작곡자, 반주를 들고 있는데, 이들 전문 인력이 활동할 수 있는 여건과 공간을 마련해야 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창극 축제의 개최나 창극 공간의 확보도 필요한 일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국악대회와 연계하여 창극 관련 분야를 한 “종목”으로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 물론 창극은 복수의 연희자들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애로가 있긴 하겠지만 지혜를 모아가면 될 것이다.
올해 18회째 열린 전국승달국악대회의 경우를 보자. 자료로 보면 2008년과 2020년의 경연부분은 좀 다른 분분이 보인다.
2008년 : 판소리, 전통무용, 판소리 고법, 현악(기악), 관악(기악), 전통연희(개인)
2020년 : 판소리, 무용, 판소리 고법, 가야금 병창, 현악, 관악
2008년에는 전통연희(개인) 종목이 있었는데, 2020년에는 가야금병창이 들어 있다. 종목이 없어지고 새종목이 추가되는 것은 아마도 수요일 것이다. 해당 종목을 유지할만한 참여자가 없거나 수준이 미흡하였을 수도 있다. 구체적인 종목 변경의 사유가 있었겠지만, 당시 경연 요령을 보면 창극의 전승의 여건이 될 만한 희망도 보인다.
2008년 전통연희(개인)의 경연요령을 보면 “연희 무용 : 풍물개인놀음, 탈춤, 토속무용(무형문화재에 지정되지 않은 민속춤 등)” 등이다. 시상 내용에서는 “전통남사당연희”로 표기하고 있다. 연희로만 한정한다면, 풍물개인놀움, 탈춤, 남사당연희 를 들 수 있는데, 이를 원용하여 “창극” 종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다. 좀 진전이 되면 창극 작창, 작곡, 반주 분야도 검토하고, 인근 국악대회(목포, 광주 등), 나아가서는 다른 지역의 국악대회와 연계하여 종목화 한다면 활성화의 한 방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 “창극은 우리에게 고전극이라기 보다는 근대극으로 다가왔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라는 지적을 유심히 보고 싶다. 이에 더하여 “타깃이 되는 관객층을 정하고, 그 관객층의 욕구를 충실하게 반영하면서, 그들의 욕망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이 어느 때 보다도 긴요한 시점”이라는 제안도 중요한 관점이다.
“창극”이 형성되고 전개된 것은 당시의 사회사정과 시대정신에 충실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판소리”라는 전통 유산은 유산대로 유지되면서도, 이 전통에 기반하여 서구의 문화요소 반영과 마당에서 무대라는 공간의 수용 등등이 전승의 활성화가 된 요소였을 것이다.
고전창극은 고전극대로 유지하면서 일종의 근대극-현대극으로 전환을 하면서 체험과 교육으로, 일상 생활과 연계되는 것을 반영하는 노력도 겸하여 볼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무안의 경우 임진왜란기 의병이나 동학농민혁명기의 농민군 등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하여 서사(敍事)를 구성하고 고전극을 원용하여 작창, 작곡을 하고 이를 교육현장에서 체험해 나가는 것이다. 방과후 학습이나 국악강사 풀제 같은 전문가 집단이 중고교 등과 연계하여 정기적인 교육을 통하여 학습을 시키고 연말에는 군민 한마당 형식으로 발표회를 하게 한다면 창극의 생활화도 꾀해질 것이고 지역의 역사문화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전국승달국악대전에 창극 종목의 학생부로 참여하고 이게 매년 지속 유지 된다면 일반부도 활성화 될 것이고 “창극” 발상지로서의 무안의 문화역량은 차츰 키워져 갈 것이다.
학술포럼. 비대면 영상 발표 토론. 2021.01.28. 무안 승달문화예술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