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의 즐거움

인지의 즐거움184 - 옛 정취와 유산 현장, 오늘에 되살리자, 나주 누정을 돌아 보면서

향토학인 2019. 7. 3. 15:19

인지의 즐거움184


옛 정취와 유산 현장, 오늘에 되살리자, 나주 누정을 돌아보면서

    

김희태

 

전라도의 중심 고을 나주, 영산강과 금성산 등 산수가 유려한 곳, 그만큼 인심도 풍류도 뛰어나다. 그렇다고 그저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다. 강학과 유식, 창작과 교류이다. 그 중심에 누정이 있다.


나주의 주요 누정 29개소를 헤적여 보았다. 역사와 인물, 공동체와 종중, 시와 기문, 기록과 문헌, 공간과 구조를 살폈고 전하는 이야기도 담아보려 했다. 지금은 없지만 기록으로 남아있는 79개소의 정자도 개략을 살폈다. 아쉬운 점이 많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 나주인의 심성이 길러진 현장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보존과 활용 방안을 논의 해 보자.


첫째, 관련 기록이나 자료의 수집과 활용이다. 이번 조사에서 시와 기문 등을 개개로 살펴 가면서 풀어서 정리를 했지만, 원본 기록 자료의 모음집 형태로 모아져야 한다. 문집이나 지리지에 있는 원문을 그대로 영인하고 교감(校勘)하는 작업이나 현판 편액을 탁본하여 정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번역 해설 등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나주 지역 누정과 관련하여 건립이나 운영을 주도 세력이나 인근 유산을 연계하여 활용하는 것이다. 누각과 정자는 어느 한 켠에 있는 목조 건물 한 채와 그에 딸린 집들로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향촌 공동체 공간으로서 마을이 있고 종중이나 집단이 있다. 개인이라 하더라도 제자와 후손과 학인, 교류인들이 있다. 재전 삼전 되면서 학습되어지기도 한다. 차운시가 대표적일 것이다. 관청 누각은 관인들과도 연계될 것이다. 어찌보면 나주 전 지역이 역사와 문화, 유산, 인물이 관련이 된다. 이들과 연계해야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의 유산은 향촌 자제의 교육과 강학, 문중인사와 교류, 인물들의 시회나 집회장소, 선조의 추모 등으로 활용되었다. 전통문화의 교육장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으며 청소년의 체험교육장이나 문화관광 답사 장소로도 의미 있는 역사 문화공간이다. 그리고 예절 체험교육이나 전통 생활 체험, 동계 등 의례 절차의 참여, 현판과 주련 등의 해설과 탁본, 서사(書寫) 체험 등도 활용의 대상으로 삼을만하다. 좀더 세부적으로 살펴 보자.

 

전통 문화 교육 : 누정을 중심으로 현장체험학습을 하면서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에게 전통 문화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가르치고 실천할 수 있는 심성을 교육한다.


전통 문화 체험 : 누정과 인근 마을에서 행해지는 의례와 세시풍속을 재현하여 탐방객들에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한다. 시작(詩作)을 해보거나 한시 구음 낭송, 금강십일인계나 금안동계 의례 절차를 재현하여 체험을 할수 있도록 한다.


생태 문화 탐방 : 누정은 몇 경우만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산과 강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탐방로를 설정하고 이를 활용한다.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는 주제별 탐방로, 휴식기능을 고려한 소규모 쉼터 등도 검토한다. 인근 유산과 연계해야 한다.


유산 연계 순례 : 생태 탐방과 같은 문화유산과 자연자원의 연계에 이어 지역별, 종류별 연계도 필요하다. 지역별로는 화순, 한평, 영암, 강진, 광주 등 나주와 인근 시군의 유산자원을 연계하는 것이다. 종별로는, 누정은 조선시대 유교문화의 교육, 강학, 교류 의 기본 정신을 담고 있지만 불교유산이나 관방유산과도 연계를 해야 한다.


문화 관광 상품 : 문화상품 개발, 축제와 문화행사(전통누정생활사), 주변 관광연계 방안이 있다. 문화상품은 기록물을 통한 문화공간의 복원, 현판이나 금석문 모형 복원제작을 들 수 있다. 이같은 자료와 특화된 자원을 최대한으로 홍보 활용할 축제나 문화행사도 필요하다.


학술 조사 연구 : 나주 누정을 권역별이나 시기별 또는 관련 인물별 등 특징을 추출하여 연차 계획으로 매년 학술회의 하는 것도 필요하다. 중요성과 가치를 알리면서 홍보와 교육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심화(주제별) 연구와 학술자료집 발간도 필요하다.


교육 홍보 자료 : 나주 누정 유산의 대중적 이해를 위한 개설서가 필요하다. 누구든 쉽게 나주의 누정과 유산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누정과 문화 유산을 탐방하거나 체험학습으로 하는 학생들, 일반 관광객을 겨냥한 다양한 홍보 기록물과 교육 자료가 개발되어야 한다.


자료 관리 체계 : 조사 정리된 자료, 문화유산의 보존관리, 연구와 교육 자료의 개발, 문화교육 프로그램의 홍보, 학생과 교사의 질의와 응답, 연구 자료의 제공 등등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체계적, 종합적 자료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자료전시관이나 체험교육관도 필요하다.

 

이상에서 예시한 방안은 누정을 포함하여 일반적인 문화유산 관련 사항도 곁들였다. 누정 자료를 사례로 예시해 보겠다.


장춘정 팔경, 만호정 팔경, 소요정 십경 등을 보자. 정자를 중심으로 한 팔경 또는 십경 경관시이다. 여기에는 역사와 경관, 자연과 인문이 들어 있다. 인간과 공간도 빠질 수 없다. 우선은 번역과 해설이 가장 기본일 것이다. 해설은 주변의 문화요소까지 곁들일 필요가 있다.


체험학습으로 탁본을 통해 재현하는 것이다. 서각을 하는 동호회가 있다면, 나주 누정의 팔경시를 직접 그 정자에서 판각한다면 이 정취 또한 오래 갈 것이다.


시 모임이나 문학하는 단체나 학생들이 온다면, 오늘날의 관점에서 팔경시나 십경시를 창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를 낭송한다면 바로 현장 낭송회가 되는 것이다. 낭송도 두 가지로 해 볼 수 있다. 한시 원문을 옛 구음식으로 하는 방식과 번역 팔경시나 새로 창작한 팔경시를 오늘날의 방식으로 낭송하는 것이다. 고금(古今)이 바로 현장에서 체험으로 어울린다.


미술에 관심이 있거나 관련 모임이라면 팔경시를 형상화하여 직접 현장에서 사생, 소묘하거나 수채화로 그려도 좋다. 서예에 관심이 있거나 작가라면 중국의 고전이나 묵장보감을 들춰 누구나 할 수 있는 글을 임서할 할 것이 아니라 누정 현장의 팔경시나 십경시를 일필휘지한다면 바로 현장감만이 아니라 역사성과 향토성도 담길 것이다.


팔경시 현판의 사진, 탁본문, 문집본을 모으고 번역문과 해설문, 서각본과 현대 창작시, 서예 작품과 사생 소묘 작품을 모은다면 그것이 바로 문화상품이 된다. 한군데씩이라도 차분히 해 가고 연차적으로 이어지고 주변과 연계 하다면 체험이 되고 탐방이 되고 순례가 된다.


여기에 더하여 지금은 남아 있지 않지만 자료를 뒤적여 없어진 나주 정자의 기록을 찾아서 모으고 연계하는 것, 이 또한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납상정(納爽亭)을 보자. 호남 실학자 존재 위백규(1727∼1798) 문집에 「납상정 십이경」이 있다. 앞에서 예시 한 것처럼 「납상정 십이경」 체험을 망화루나 정수루에서 할 수도 있다. 소요정이나 장춘정에서 비교체험을 함께 할 수도 있다.


위백규 보다 앞서 사암 박순(1523∼1589)의 납상정 차운시[次納爽亭韻]와 이 시에 차운하는 손재 박광일(1655∼1723)의 시[次思庵納爽亭韵贈廉敎官]도 있다. 이들 자료와도 연계할 수 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16세기 후반의 나주 정자 납상정이 18세기를 지나 오늘에 되살려 질수 있다는 것이다. 


* 나주 문화원, <나주 누정 이야기>, 2018, 활용방안 

* 나주 지역 29개소 누정을 윤여정(총괄), 임형, 성대철, 김희태가 참여하여 개개 누정별로 정리하였고, 앞에 총론 형식으로 나주 누정의 역사적 의미(김희태, 윤여정), 문학적 의미(임형), 건축적 특성(성대철), 활용 방안(김희태)을 서술하였는데 그 한 부분이다.